좋아하는 것을 배우고, 해보고 싶었던 것에 한번 도전해 보는 것은 방과후수업이 지닌 커다란 장점 중에 하나일 것이다. 만화영화를 보며 장면 속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진짜 성우가 된 마음으로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실감나게 표현한다. 바로 냉천초등학교(최영규 교장) 방과후수업 ‘애니메이션 성우교실’의 아이들이다. 방과후수업을 통해 미래에 대한 꿈을 꾸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며 재미나게 수업하는 그들을 만나보았다.
권혜주 리포터 lovemort@hanmail.net
대본 읽기 통해 발음 교정과 말하기 연습
“부르르르~”, “똑딱똑딱”, “아~” 입술을 떨고 혀를 힘차게 움직여 시계소리를 내고, 배에 힘을 주고 크게 소리를 지른다. 바로 냉천초 ‘애니메이션 성우교실’의 수업시작 전 모습. 수업을 들은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선생님을 따라 입 풀기와 목 풀기에 열중해 있는 아이들에게서 수업에 대한 기대와 열정이 느껴진다.
애니메이션 성우교실은 만화영화를 보고 대본을 보며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연습해 마이크 앞에 서서 성우처럼 더빙을 해보는 수업이다. 수업을 맡고 있는 이수정 강사는 연극영화를 전공하고 방송연기 지도자협회의 자격증을 소지, 현재 현산초교와 성사초교 등 5개 학교에서 애니메이션 성우교실 강사로 활동 중이다.
이 강사는 “수업의 취지는 요즘 아이들이 스마트 폰이나 만화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을 좀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또 만화를 대하는 가벼운 혹은 부정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좀 더 깊이 있게 만화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 만화를 만드는 과정 속에서 빠질 수 없는 ‘성우’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성우처럼 대본을 연습해 더빙을 해보면서 발음 교정과 아울러 말하기 연습까지 해보는 것이 수업의 목표입니다”라고 전한다.
분기당 만화영화 두 작품을 수업하는데 먼저 만화영화를 보면서 강조하고 살려줘야 하는 부분, 주의해야 하는 부분을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자세히 살펴본 후 각자 등장인물을 맡아 대본을 보며 조를 나누어 연습한다. 대본 연습이 끝나면 마이크 앞에 서서 실제로 더빙을 하고 한 작품이 끝나면 각자의 더빙이 담겨진 CD를 집으로 가져가 부모님과 같이 들어볼 수 있게 한다. 이 강사는 “CD를 아이와 같이 들으신 부모님께서 너무 신기해하면서 잘 들었다고, 무엇보다도 아이가 굉장히 뿌듯해 하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문자를 많이 주세요”라며 “마이크 앞에서 말하는 연습을 많이 해본 친구는 자신감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더빙 작업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많이 배우게 된다”고 강조한다.
더빙하며 서로 배려하고 격려하는 자세 배워
대본 읽기 연습을 할 때 상대방이 자신의 차례를 잊으면 알려주고 상대방의 대사가 마무리 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실감나고 재미있게 표현한 친구의 대사에 웃어주고 응원을 보내는 것 또한 자연스럽다. 아이들은 수업을 통해 발음 교정을 하고 자신 있게 말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뿐 아니라 마이크 앞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또 상대방의 대사를 잘 들으면서 경청하는 태도를 배우게 된다. 아울러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나를 내세우기 보다는 조화와 균형을 먼저 생각해야 하다는 것을 연습과정에서 몸소 깨닫게 된다.
“요즘 아이들은 욕심이 많아 더빙을 할 때 자신이 맡은 역할이 작으면 좀 속상해할 수 있는데 연습하면서 그것에 개의치 않고 최선을 다하는 마음과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배우게 돼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되지요.”라고 이수정 강사는 말한다.
현재는 마이크 앞에서 말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과 발음 교정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 동시 짓기나 대본 각색하기 등 다양한 수업이 진행될 예정이고 분기별로 좀 더 폭넓고 난이도 있는 작품들이 준비돼 있다. 일 년간의 수업이 마무리 되는 11월과 12월에는 전국 각 초등학교 애니메이션 성우교실을 듣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어린이 성우 페스티벌’이 열릴 예정이다. 1차 녹음파일 오디션을 통과하게 되면 2차에는 라이브로 프로 성우들 앞에서 더빙을 하게 되는데 거기서 1등과 2등으로 뽑히면 실제 어린이 성우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수업을 신청한 아이, 엄마의 권유로 수업을 듣게 된 아이, 실제로 성우라는 꿈을 가지고 수업을 찾은 아이 등 처음 시작은 여러 가지 이유였지만 한 작품이 끝나고 두 번째 작품을 하고 있는 지금 모두들 너무나 재밌고 신나고 목요일이 기다려진다고 입을 모은다. 해보고 싶었던 것,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즐겁게 수업하고 있는 냉천초 애니메이션 성우교실 친구들을 힘차게 응원하며 아울러 올 12월 좋은 소식이 들리기를 기대해본다.
Mini Interview
“보통 아이들이 만화를 만화로만 보지만 이 수업을 통해 만화 한 작품이 만들어지기 위해 성우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성우라는 직업에 대해 알고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생각도 합니다. 요즘 발음이 좋지 않은 아이들이 많은데 언어교육 측면에서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이수정 강사)
“정확한 발음으로 크게 말하는 것과 입 풀기 방법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아요.”
“새로 생긴 방과 후 수업이라 신청했는데 발음 교정에 도움이 되고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김혜원(6학년 1반)·장민서(4학년 1반) 학생
“장래희망이 성우라서 반가운 마음으로 신청했고, 성우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자세히 알게 돼서 좋아요.”
“평소에 만화를 좋아해서 신청했어요. 발음 연습하면서 자세를 바르게 해야 목소리가 잘 나온다는 것을 알았어요.”
“발음이 정확해지고 목소리가 좀 커져서 좋아요. 다음 분기에도 또 듣고 싶어요.”
“예전에 어떤 박물관에 갔을 때 더빙을 한번 해본 적이 있었는데 참 재밌었어요. 그래서 수업을 신청했고 말할 때 입모양이 커져서 좋아요. 매일 목요일이 기다려져요.”
이로미(4학년 3반)·장정윤(3학년 2반)·최하은(3학년 3반)·안채빈(3학년2반)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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