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또래중조 프로그램은 다양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또래 중조자가 적극 나서 도와주는 것으로 왕따나 학교 부적응, 친구 사이의 갈등을 해결해 주는데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교육청에서는 해마다 우수사례를 발굴해 격려하는 보고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2014년 1년간 진행된 또래중조 프로그램 중 고등부 우수사례로 가좌고등학교(임갑순 교장)가 선정됐고 3학년 추소연 학생이 우수사례를 발표했다. 또래 중조자로 친구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성장한 추소연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위로와 성장의 시간
청소년기는 친구가 최고인 시기다. 친구들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무엇이든 친구들과 함께해야 마음편한 것이 청소년기이다. 친구들과 함께하지 못하거나 따돌림을 당했을 때 아이들은 참담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 슬프고 힘든 시간을 위로받고 싶지만 어른들에겐 선뜻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한다. 밖으로 티는 내지 않아도 누군가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런 친구들의 마음을 이해해 주고 묵묵히 도와주는 이들이 또래중조 학생들이다.
교내 또래상담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추소연양은 우연한 기회에 받게 된 상담교육을 통해 중조자로 참여하게 됐다. 평소 사람들의 심리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중조 활동은 처음부터 끝까지 추양에게 뜻 깊은 시간으로 남았다. 심리상담 강사의 지도 아래 심리극과 자기감정 알아차리기, 장애물 체험 등을 하며 도움이 필요한 학생이나 중조 학생이나 모두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경험을 했다.
“친구를 도와주는 중조자 역할로 갔는데 제가 더 큰 위로와 도움을 받았어요. 지난해(2학년 당시) 학업에 대한 부담과 심리적인 불안으로 많이 위축돼 있었거든요. 매주 금요일 중조 프로그램이 진행됐는데 그날만 기다리며 일주일을 보내기도 했어요. 친구들의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마음 뿌듯했고, 제 스스로도 많이 컸답니다.”
공감의 의미 다시 새기며
추양이 처음 만난 친구 A는 다른 사람의 눈을 바라보지 못했고 말소리가 굉장히 작았다. 고개를 자주 숙이고 말을 더듬는 A를 보며 몇 년 전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고교 입시준비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던 중학교 3학년 시절, 추양은 원래 내성적이던 성격이 더 심해져 친구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고 교실에서 존재감 없는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너 왜 내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자꾸 피해?”라는 친구의 직설적인 질문에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됐다. 자기비하에 자신감도 없고,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았다. 다시 친구들과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 시간들 덕분에 추양은 진심으로 A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고 남들의 고민을 더 잘 들어주게 됐다.
도움이 필요해 또래중조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모두 가족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친구들의 가족이야기를 들으며 많이 울기도 했고 친구들에게 부끄러운 마음이 컸다. 자신이라면 이겨내지도 못할 힘든 상황을 묵묵히 참아내고 있는 친구들을 위해 추양은 마음을 열고 다가갔다. 자신의 지난 경험을 활용 했다. 먼저 A와 서로 눈을 마주 보는 연습을 했고 A에게 자신을 인형 같은 존재로 생각하도록 당부했다. 돌아오는 반응이 없어도 아무 거리낌 없이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인형 같은 존재.
이런 시도들이 낯설고 불편했던 A는 중간에 울면서 포기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금씩 달라지며 희망을 보이는 A를 추양은 포기할 수 없었다. 이제 A는 사람의 눈을 보며 정확한 발음으로 더듬거리지 않고 말하고, 손을 들어 발표하거나 새로운 친구들도 사귄다고 한다.
“또래중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무엇보다 ‘공감’이라는 의미를 다시 새겨봤어요. 제가 만일 A와 공감할 수 없었다면 저와 A가 지금처럼 성장하지 못했을 거예요. 그만큼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느낀다는 것이 뜻 깊고 소중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족한 저를 믿고 따라와 준 A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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