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용인 발달장애 청소년들로 구성된 <스윗하모니 오케스트라>

“마음의 귀를 활짝 열고 들어 주세요”

지역내일 2015-04-20

하나의 악기를 세 사람이 함께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악기의 소리보다 “빰바밤 빠빠빠” 입으로 장단 맞추는 사람의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조금 특별한 오케스트라가 있다. 성남·분당·용인 지역에 사는 발달장애 청소년들로 구성된 스윗하모니 오케스트라(단장 김은경/ 이하 스윗하모니). 지난 4월 2일 저녁, 그들이 연주하는 SWEET HARMONY는 어떨지 기대를 품고 분당 정자동에 위치한 한 교회를 찾았다. 

오케스트라

달콤한 화음의 첫 번째 소리, 25명의 발달 장애 아이들

스윗하모니는 2011년 12월에 창단되어 현재 10살부터 20살까지의 지적장애 및 발달장애 청소년 25명이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입단원은 일정 기간의 참관 과정을 가진 후 적성에 맞는 악기를 선택한다. 또한 음악 기초 이론 수업과 각 파트별 연습, 주 1회 전체 연습, 개인 레슨을 통해 악기 연주에 도움을 받는다. 올해부터는 방학 동안 캠프를 기획해 보다 집중적이고 효과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자기 안에 갇혀 살던 아이들이 음악을 만나 사람들과 소통하며 타인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배려하는 법을 배우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회의 인식 변화에까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매년 개최되는 정기연주회, 병상에서 고통 받는 환아 및 음악을 접하기 어려운 지역을 방문해 희망과 기쁨을 전하는 ‘찾아가는 음악회’, 국내 유수의 앙상블, 합창단과의 협연 무대인 ‘함께 하는 음악회’ 등으로 세상에 먼저 손을 내민 스윗하모니 25명의 청소년들의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달콤한 화음의 두 번째 소리, 매니저이자 냉철한 관객 어머니들
스윗하모니에는 특별한 매니저들이 있다. 연습에 동행해 완성되지 않은 연주를 지켜보고, 때로는 연습에 동참도 한다. 지난 달 있었던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기념행사 초청연주회 리허설 현장에서도 첫 번째 관객으로 참여하고, 단원들의 옷매무새 가다듬기부터 악기 점검, 격려와 기도까지, 만능 매니저들의 정체는 바로 어머니들이다.
스윗하모니의 학부모 대표 조진옥(분당구 정자동)씨는 “스윗하모니는 참 따뜻해요. 어떤 오케스트라는 오로지 연습 위주로 흘러가는데 이곳은 정서적으로 따뜻한 분위기 속에 한 명 한 명 보듬어 가며 음악으로 아이를 키우는 곳입니다.” 이인호 군이 1학년 때 입단하여 4학년이 된 지금까지 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계속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 이유가 바로 스윗하모니 때문이라고. 오케스트라 연습 내내 이 군의 첼로 활이 엄마인 조진옥 씨의 손에 들려 이 군의 첼로를 켜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또 다른 학부모 장혜원(분당구 수내동)씨 역시 이곳에서 친구들하고 마음 편히 악기를 연주하며 아이가 행복해 하는 것만큼 본인 역시 같은 처지의 엄마들과 함께 모이는 것 자체가 기쁨이라며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달콤한 화음의 세 번째 소리, 22명의 재능 기부 선생님들
스윗하모니는 발달장애 청소년들의 정서적 안정은 물론 개인 레슨으로 전문적인 연주 기능 향상, 합주 활동으로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회성 향상, 음악회로는 세상과의 소통을 목표로 재능 기부 선생님들이 마음을 모아 창단되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 목표가 이루어지리라 장담하진 못했다. 초창기 단원들 대부분 악보조차 읽지 못하는 것은 물론, 채 5분도 한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고 딴 짓을 하거나 악기를 집어던지기도 했기 때문.
하지만 선생님들은 포기하지 않고 아이들이 바르게 악기를 잡고 소리를 내는 방법을 가르치고, 다른 사람의 연주에 귀 기울이며 합주하는 방법을 익힐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가르치며 아이들에게 악기 및 개인 레슨을 지원하면서 아이들이 변화될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았다.
바이올린 ?파트에서 아이들의 엉뚱한 질문도 너그러이 받아 넘겨주고 호탕한 웃음과 경쾌한 목소리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백현정(분당구 이매동)씨는 정기 연주회가 끝나고 속삭이던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제자의 목소리를 잊지 못한다고.


*미니인터뷰 - 스윗하모니 오케스트라 김은경 단장
“아주 느리지만, 음악으로 아이들은 자신의 속도에 맞게 자라고 있습니다.”


“장애와 비장애 경계선에 있는 아이들의 경우, 음악성이 뛰어난 아이들이 간혹 있어요. 오케스트라이기 때문에 소리를 이끌어 가줄 수 있는 그런 아이들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에요. 그러나 저는 얼마든지 다른 오케스트라에서도 환영을 받을 수 있는 아이들은 돌려보냅니다. 최소한의 의사소통이 되고, 착석이 가능한 아이들이면 누구나 단원이 될 수 있어요.”
“제가 음악 치료를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처음에는 아이들과 소통이 안 돼 힘들었어요.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애쓰기보다 진심으로 아이들과 관계 맺기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1년이 지나고 조금씩 아이들이 변하는 것이 보이더니 얼마 전에 있었던 연주회 때는 무대 뒤에서 한 아이의 과잉 행동이 있었는데 다른 아이가 그 아이를 다독이는 모습을 보며 확신했지요. 아이들이 한 뼘씩 자라고 있구나.”
인터뷰 후 진행된 전체 합주 중 연습시간이 30분을 넘기자 아이들의 집중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얘들아, 우리 귀여운 꼬마해 볼까?” 김은경 단장의 지휘에 맞춰 아이들, 바로 옆에 선생님들, 엄마들, 아이들의 형제자매, 선생님들의 자녀들까지 <귀여운 꼬마 변주곡>을 함께 연주했다. 배고픈 여우에게 암탉을 뺏기고 웃을까 울까 망설였다던 귀여운 꼬마처럼, 그들의 연습 모습에 미소가 지어지는 한편 살짝 눈시울도 뜨거워졌다.

문하영 리포터 asrai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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