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평촌 중앙공원 알뜰나눔장터 개장

4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평촌 중앙공원 차 없는 거리에서

지역내일 2015-04-09

“싸다 싸~ 티셔츠 한 장이 500원, 1000원”


“이거 2000원에 가져가요. 젊은 사람이 입으면 예뻐. 작년에 아울렛에서 사서 한 번도 안 입은 옷이에요. 나이든 사람이 입으니 어울리지가 않아서 갖고 나왔지.”
하얀색 니트에 나비 무늬가 있는 니트 한 장을 들고 50대 아주머니가 아기를 안고 나온 젊은 새댁과 흥정을 하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2시 안양시 평촌중앙공원 차 없는 거리. 포근한 날씨 속에 안양 알뜰나눔장터가 첫 개장을 했다.
인근 한가람 아파트에서 나왔다는 고정숙(52 관양동)씨는 “며칠 전부터 정리한 겨울 옷들을 모두 갖고 나왔다”며 “알뜰장터 개장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고 말했다. 

장터

호계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김다솔(10) 윤이슬(10) 학생은 자신들이 입다 작아진 옷들과 원숭이 인형과 뽀로로인형, 만화책 등을 들고 나와 제법 그럴 듯하게 펼쳐놓았다. 또래 아이들이 한 번 만지고 간 옷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품이 영락없는 장사꾼이다. 다솔 학생은 “무거워서 다 가지고 나오지 못했다”며 “이번 주와 다음 주 알뜰 시장에서 번 돈으로 아빠 생일 선물을 살 생각”이라며 밝게 웃었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이곳 평촌중앙공원 차 없는 거리는 세월의 때가 낀 물건들이 다시 햇빛을 보는 ‘난장’으로 변한다. 헌옷, 구두, 책, 가방, 장난감, 인형, 청바지, 액세서리, 스카프, CD, 한복, 직접 만든 머리핀 등 없는 게 없다.
보기 드물게 보관상태가 좋은 ‘A급 물건’은 1만원 단위가 넘어가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대체로 1000원짜리 몇 장과 동전 몇 개면 호기롭게 손님 행세를 할 수 있다. 과천시 문원동에서 왔다는 김효정(33)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남편과 나들이 겸 나왔다”며 “1만원으로 아이들 옷 7개와 신발까지 장만해 횡재한 느낌”이라고 자랑했다.
평촌중앙공원 차 없는 거리가 벼룩시장이 된 것은 2002년 봄 무렵이다. 환경부가 자원 재활용을 위해 각 시·군에 ‘아나바다’ 장터 활성화를 요청하면서다. 평촌신도시 주민들은 물론 안양 사람들과 멀리 수원과 성남에서까지 사람들이 찾아와 좌판을 벌이고 손님들이 모여들면서 이곳 장터는 착실하게 뿌리를 내렸다.
길 가운데까지 좌판이 네 줄로 늘어서 좌판 수만 700여개, 바람 쐬러 나온 행인들까지 합치면 수천명의 사람들이 운집한다. 운영시간은 오전 12∼6시지만 좌판을 배정받으려는 시민들은 11시경부터 공원으로 모여든다. 좌판은 안양시민들에게만 허용된다. 장터가 유명세를 타면서 헌옷을 구입해 내놓는 기업형 좌판도 생겨나 가끔 단속반원들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오후 4시 30분이 지나자 알뜰장터의 분위기는 절정에 이른다. “떨이에요. 떨이. 이거 다해서 1000원 드릴게요”라고 외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헐값에 넘기는 파는 사람이나 커피 두 잔 값에 쇼핑백을 가득 채운 사는 사람이나 모처럼 마음이 따뜻해지는 토요일 오후다.
백인숙 리포터 bisbis680@hnmail.net


알뜰시장에서 살아있는 경제 배워
사진설명 알뜰나눔장터7: 왼쪽부터 박소윤(화창초5) 박재원(화창초3) 안연주(42 석수동)
재원: “원 플러스 원입니다. 두 개씩입니다. 구경하고 가세요~”
소윤: “정말 쌉니다. 한 번 보시고 가세요~”
엄마 안연주(42 석수동)씨: “작년에 아이들하고 나왔었는데 뿌듯해서 올해 또 나왔어요. 요즘 아이들은 부족한 걸 모르는데 여기 오면 살아있는 경제 공부를 하는 것 같아서 좋아요. 오늘 수익금은 기부함에 넣을 생각이에요.”


나눠 쓰는 즐거움 알게 돼
사진설명 알뜰나눔장터8: 김남인(군포 신흥초등학교 6학년) 김남우(도장중학교1) 
김남인: “1000원에 두 권, 2000원에 다섯 권 드려요~”
김남우: “동생하고 책 정리해서 다 읽은 책 들고 나왔어요. 제가 읽은 책을 누군가 읽는다고 생각하면 기분 좋아요. 오늘 버는 돈으로 동생하고 학용품도 사고 책도 살 거예요.”


▶ 안양 알뜰나눔장터는
한여름인 8월을 제외한 금년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평촌 중앙공원 차 없는 거리에서 열린다. 운영시간은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로 우천 등 기상악화 시에는 개장이 취소되며, 10월과 11월 두 달 동안은 한 시간 일찍 오후 5시에 폐장한다.
취급품목은 재사용할 수 있는 의류, 완구류, 서적 등이며 가격은 품목당 5만원 이하로 제한된다. 동·식물이나 음식물 또는 신상품은 취급대상이 아니다. 알뜰나눔장터 참여를 원하는 시민은 개장 한 시간 전 현장에서 참가신청과 함께 좌석을 배정받아야 한다.
외국인과 타지에 거주하는 어린이 및 청소년도 참여할 수 있다. 안양시는 외국인 10석과 어린이·청소년 70석을 포함해 모두 712석의 자리를 마련, 신청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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