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육아 블로거 ‘문곡’ 박영길 시인

손주들에게 주는 사랑, 일상이 선물이 되길…

지역내일 2015-03-29

맞벌이 500만 시대, 요즘 젊은 부부들에게 아이 양육은 최대의 고민이다. 그렇다고 당장 직장을 그만둘 수도 없는 부부들이 믿고 맡길 곳은 부모님 뿐, 그래서 ‘황혼육아’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최근 이 황혼육아의 트렌드도 진화하고 있다. ‘이왕 맡아 키우는 거 확실하게’라는 생각으로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슈퍼 그랜드 파파, 그랜드 맘이 늘고 있고 新육아법 강좌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향토시인 문곡 박영길(61세)씨도 손주 사랑에 있어선 둘째가라면 서러운 슈퍼 그랜드 파파. “내 자식을 기를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요즘 손자 손녀를 통해 새록새록 알아가는 기쁨과 행복이 남다르다”는 박영길 씨를 만났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손주들이 성장한 후 소중하게 돌아볼 추억 만들고 싶어
박영길 씨는 ‘문예운동’을 통해 등단했으며 시집『알각달각 고향소리』를 출간한 향토시인이다. 고향을 떠나 오랫동안 중국 광저우에서 사업을 했다는 그는 타향살이 중에도 늘 태어나고 자란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에 대한 시작(詩作)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향토시인이라고 불리는 것도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오래된 고향의 지명과 자연의 모습, 그리고 세상살이의 애환을 순수한 고향 말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그의 이름 앞에는 향토시인 외에 ‘황혼육아 블로거’라는 또 하나의 별칭이 생겼다. 손주 가인이, 효원이와 함께하는 일상을 그린 블로그 속 ‘황혼육아’에 담긴 글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슈퍼 그랜드 파파? 그런 건 잘 몰라요. 나는 내 방식대로 손주들을 위해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지요. 원래 글쓰기를 좋아하니 블로그도 자연스럽게 운영하게 됐어요. 쓰다 보니 손주들이 저희들 나온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고 또 여기도 갔었지 하면서 추억을 곱씹기도 해요. 그러니 이제는 블로그를 접을 수도 없고…(웃음) 손주들이 성장한 후에도 할아버지와 갔던 곳, 할아버지가 만들어 준 음식 등 소중하게 돌아볼 추억을 전해주고 싶을 뿐입니다.”



밥상머리 교육으로 밝고 건강한 인성 키워주고 싶어
그는 초등학교 1학년, 2학년인 가인이와 효원이의 등하교 길을 늘 함께하는 할아버지로도 유명하다. 외모만 턱 보아도 예술인(?)의 포스가 흐르는 그가 손주들의 손을 꼭 잡고 등하교 길을 지키는 모습은 학교 내에서도 이미 소문이 났을 정도. 큰 키에 남다른 패션 감각으로 어디서나 눈에 띄는 예술가지만 가인이와 효원이 앞에서는 영락없는 할아버지의 모습 그대로다.
“황혼육아? 힘들지요. 우선 체력적으로 힘들어요. 하지만 그런 것들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보람도 있고 행복합니다. 사람(人)꽃이 제일 예쁘다더니 손주들이 그래요.”
손주바보가 된 할아버지 박영길 씨는 “자식을 기를 때는 다정한 아버지이기 보다 엄한 아버지였던 것 같습니다. 부모로서 잘 길러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나이 들고 보니 그 자식이 맞벌이한다고 몸 고생 마음 고생하는 것이 안쓰럽고 애틋해요. 마음 편히 사회 생활할 수 있도록 손주들을 돌보고 성장을 지켜봐 주는 일, 이것보다 의미 있고 보람된 인생 2막이 있을까요.”
박영길 씨는 특별한 교육관을 갖고 손주들을 기른다기보다 되도록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산으로 들로 자주 나가는 편이라고 한다. 그의 시처럼 “동심은 물질적인 풍요보다는 자연과 동화되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먼 후일(後日) 풍성한 감성을 갖게 될 값진 양식거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또 그가 손주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것은 예전 어르신들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실천으로 몸소 보여주었던 ‘밥상머리교육’이다. “할아버지와 같이 지내다보니 어리지만 어른들 보면 우선 인사부터 합니다. 아무래도 할아버지와 함께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른공경과 예의범절을 익히는 것 같아 대견합니다.”
엄마아빠가 엄한 존재라면 할아버지는 무조건 져주는 그런 존재이고 싶다는 박영길 씨.
“할아버지가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손주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란 걸 나중에라도 알게 될까요? 흔히들 자식을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고 하는데 그런 내 새끼가 낳은 자식이야 오죽 하겠어요. 할아버지의 사랑은 무한대 따뜻함이지요. 우린 함께 걸을 때마다 늘 손을 꼭 잡고 다녀요.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할아버지와 손주의 교감, 거창한 교육이 뭐 따로 있나요.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는 경우에 어긋난 사람이 될 리가 없다고 믿습니다. 그러면 된 것 아닌가요?” 순수한 동심과 함께 하는 그의 일상, 이제 그의 시작(詩作)의 주제는 아이들이다. 



『갈대 잎으로
 바람개비 만들어
 함께 돌아가는
 손주 가인 효원


 푸른 꿈과 희망
 좇다
 파란 잔디밭에
 꽂아 놓고


 할아버지 손자 까치걸음
 50년 전 저 넘어
 타임머신 타고
 동심 여행 삼매경(三魅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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