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재능 나누면 어느새 부자가 됩니다”

<우리 모임 최고!> 포일숲속마을의 주부모임, ‘손꼼자기’

매주 모여 자신이 가진 재능 나누고 배우는 주부들 모임, 옷·퀼트·제빵·인형 등 배움도 다양

지역내일 2015-04-02

좋은 자연환경을 갖춘 포일동 숲속마을. 아파트 단지로 이뤄진 이곳에 자신이 가진 재능을 함께 나누고 배우는 주부모임이 있다. 이름 하여 ‘손꼼자기’. 손을 꼼지락거려 만들고 배운다는 의미로 지어진 이름이다. 매주 한 차례 모여 자신이 가진 재능을 나누고 배우는 이들은 나눔이 얼마나 의미 있고 삶을 윤택하게 하는지 활동을 통해 알아가고 있다. 그래서 모임에 대한 열정과 애정도 대단한 편. 삶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손꼼자기’를 리포터가 만나봤다.

손꼼


매주 만나는 ‘손꼼자기’, 모두들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
지난주 화요일 오전 10시. ‘손꼼자기’ 모임이 있는 포일 숲속마을 4단지 안 숲 도서관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뒤가 좀 짧아진 것 같아, 한번 봐줄래?”, “길이가 어중간하네. 이럴 땐 BP점 아래 다트를 잡고 이렇게 내리면 돼”, “아하, 그렇구나”
아직 모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도 안 했는데, 미리부터 모인 ‘손꼼자기’ 회원들이 요즘 만들고 있는 원피스에 푹 빠져 대화를 나누고 있던 것. 재봉틀을 앞에 두고 이리저리 재단한 천을 대보며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의상 디자이너다. 포일 숲속마을의 주부들로 구성된 ‘손꼼자기’는 이렇게 매주 화요일 오전에 모여 자신들이 가진 재능을 나누고 함께 배운다. 작년 3월 숲 도서관이 본격적으로 문을 열면서 이곳을 찾는 주부들의 소통을 위해 모임을 추진하다 만들어지게 됐단다.
처음에는 숲 도서관에서 봉사하던 주부들 위주로 모여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일회적으로 만들어보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이 늘고 재능을 가진 주부들이 많이 참석하면서 모임을 정기화하고 배우는 내용도 다양화했다고 한다.
‘손꼼자기’는 매번 아이템을 달리해 배움을 진행한다. 수제치약, 수세미, 아미네코 인형, 옷 만들기는 물론 코 바느질, 뜨개질, 제빵, 요리 같은 다양한 기술도 배울 수 있다. 회원들은 함께 의논해 배울 품목을 정하고 이를 가르칠 주부를 선정해 모임을 진행해 나간다. 준비물은 나눠 사기도 하고 집에 있는 것을 가지고 나와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따로 전문 강사를 쓰지 않지만 회원들이 가진 재능이 많아 강사 없이도 배움의 질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아이 옷 전문가인 정혜영(40세) 주부는 “바느질과 옷 만들기를 독학하며 10년간 취미로 해왔다”며 “내 취미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재능이라는 사실이 기쁘고 보람 있다”고 전했다.
모임을 지원하는 숲 도서관 강혜원 관장은 “우리 안에 좋은 재능을 가진 주부들이 생각보다 많아 놀랐다”며 “이웃들이 가진 좋은 재능을 배우고 이렇게 배운 재능은 또 다른 이웃에게 나누는 방식이라 회원들이 모임에 대해 갖는 자부심과 애정이 남다른 편”이라고 설명했다.
3주 전부터 재봉틀을 활용한 옷 만들기 강좌가 꾸려져 원피스부터 아이 옷까지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옷을 정해 재단부터 재봉틀 사용법까지 배우는 중이다. 일부 회원은 만든 옷을 직접 입고 나올 정도.
‘손꼼자기’ 회원들은 활동을 통해 자신감과 성취감을 맛본다고 했다. 백정화(35세) 주부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옷 만들기를 배워 완성해 입어보고, 코 바느질도 배워 아기에게 예쁜 쿠션도 만들어주면서 자신감과 함께 커다란 성취감을 맛본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흥미와 재능이 늘자 밤에 잠도 안자고 물품을 만든 적이 있을 정도로 삶에 활력도 생겼다”고 말했다.


기술의 배움과 나눔만이 아닌 사람 만나고 함께 정 나누는 모임
‘손꼼자기’ 회원들은 5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주부들로 구성돼 있다. 연령이 다양한 만큼 살림이나 육아경력도 천차만별. 재능을 기부해 서로 나누고 배우는 것 외에도 살림이나 육아에 어려움을 겪는 주부들은 다른 고수 회원들에게서 지혜를 얻기도 한다. 모임 전후에는 차도 한 잔 마시면서 배운 것에 대해 토론도 벌이고 아이들 교육문제나 살림 얘기도 하면서 이웃 간의 정도 나누고 있다. 
살림 경력 30년의 맏언니 윤정화(55세) 주부는 “오랜 기간 살림하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한 지식과 내가 배우고 익힌 기술들이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삶이 윤택해졌다”며 “나누면 즐겁고 나도 또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배울 수 있어 모임이 즐겁다”고 말했다.
‘손꼼자기’는 오는 5월에는 가정의 달을 맞아 ‘카네이션 만들기’를 계획하고 있다. 리본 테이프를 활용해 만드는 카네이션은 개인의 정성과 마음까지 담아 선물에도 그만이라고. 또 여름과 하반기에는 계절에 맞는 물품과 유행하는 것들에 대한 정보 수집으로 다양한 배움에도 도전해 볼 계획이다.
정현진(43세) 주부는 “누구나 와서 배우고 이웃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배운 기술과 물품은 주변에 선물할 수도 있어 ‘손꼼자기’는 이래저래 큰 도움이 되는 모임”이라며 “정해진 틀이 없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크게 부담이 없다”고 고백했다.
이재윤 리포터 kate25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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