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사람들을 이어주는 ‘마을신문’

마을 구석구석의 이야기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지역내일 2014-11-17 (수정 2014-11-17 오후 11:16:11)

마을 공동체가 소리 없이 무너지면서 언제부터인가 도시는 비정함과 삭막함의 대명사가 됐다. 하지만 요즘 도시에서 마을의 귀환을 알리는 신호탄들이 하나둘 올라오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마을 구석구석 이웃들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주민기자의 눈으로 알려주는 마을신문. 이웃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며 마을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주민이 주인인 마을신문,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다
-칠보산 마을신문


일곱 가지 보물이 있어 그 유래가 생겨났을 정도로 이야기가 넘쳐나는 곳, 칠보산. 보존돼야 할 아름다운 자연 생태계도 많아 얘기는 더 풍성해진다. 칠보산 아래 금호동에는 귀한 보물이 하나 더 생겼다. 바로 칠보산 인근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고, 주민들의 화합과 소통을 일궈낸 ‘칠보산마을신문’이다. 10개 마을 단체들이 지역의 공동체 형성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만들어지게 된 마을신문은 2010년 처음 창간 준비호를 냈다.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2달에 1번, 8면의 지면으로 지역 독자들의 삶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신문을 펼치면 금호동 구석구석 이야기와 주인공이 된 주민들을 만날 수 있다. 일반적인 마을소식과 금호동의 대안학교나 초·중·고 소식도 중요한 정보. 마을 내의 가 볼만한 산책길, 카페, 식당 등도 여기서는 화제만발이다. 특히나 지역의 터줏대감 어르신들이 들려준 마을이야기나 전설은 마을신문에서 이어진‘칠보산마을연구소’활동으로 마을지도나 마을이야기책을 탄생시키는데 초석이 됐다. 이계순 대표는 “주민들이 당한 피해를 호소해도 잘 들어주지 않을 때 마을신문이 기사화함으로써 해결점을 찾기도 했다”며 또 다른 마을신문의 역할을 전했다. 
사실 금호동에 신규 아파트들이 쏙쏙 생겨나면서, 새롭게 이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신도시와 다름없지만 마을신문이 있었기에 조금은 특별한 애정을 품을 수 있게 됐다. 매번 마을신문에서 전해지는 칠보산마을의 문화와 역사는 마을에 대한 자긍심을 일깨워주고, 정겹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얘기는 함께 사는 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칠보산마을신문은 단지 신문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았다. 신문을 매개로 더 많은 소중한 만남과 마을 공동체들을 태동시켰다. 마을신문이 자리 잡은 공간은 주민들이 연극, 기타, 풍물, 손바느질 등의 동아리 활동을 하는 곳이다. 또한 강습회, 단체들의 회의, 주민들의 생일잔치나 결혼식 피로연 등을 위한 공간으로 제공되기도 한다. “일반적인 문화센터가 아닌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금호동의 구도심인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어 아파트 주민들도 자신들의 생활권에서 벗어나 마을과 유대감을 쌓고, 구도심의 상권에도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마을 경제공동체가 결성돼 마을기업이 생겨나게 됐다. ‘칠보 꽃 밥상’ 먹을거리 사업이나 반찬가게 ‘찬(饌)’은 칠보산마을신문이 공동체로 함께 꾸려가고 있다.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소통과 나눔의 허브를 꿈꾸다
-매탄마을신문


지난 10월30일은 ‘매탄마을신문’에게는 뜻 깊은 날이었다. 지난해 9월 창간준비1호가 나온  뒤 드디어 창간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매탄마을신문은 인구이동이 많은 전형적인 ‘도시’의 마을신문. 2012년 말 매탄3동의 40대 주부 7명이 모여 아파트 생활의 삭막함과 이웃 간 불신의 벽을 토로하다 시작됐다.
그래서일까? 매탄마을신문은 따뜻하고 정겨운 마을을 꿈꾸는 신문이 되고자 한다. “소통을 원하고 공동체를 꿈꾸는 주민들에게 그냥 체념하지 말라고 용기를 북돋워주려 한다. 아무도 귀 기울여 들어주지 않는 그들의 크고 작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서지연 대표는 매탄마을신문을 소개했다.
매탄마을신문을 꼼꼼히 살펴보면 유독 따뜻한 소식들이 많이 보인다.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어도 모르고 지나갔을 일들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동네의 미담을 전해주고, 힘든 일들도 이겨낼 수 있는 희망 메시지를 듬뿍 전해준다. 다양한 재능을 가진 숨은 인재들이나, 의미 있는 일에 자신의 열정을 쏟아 마을의 발전에 도움을 주는 이웃들도 찾아냈다. 창간호에 실린 공방들이 모여 있는 공방길을 소개한 ‘우리동네 숨은 공방찾기’는 그런 의미에서 참 보람 있는 일이었다. 마을에서 살아가는 우리네 이야기가 하나하나 기록으로 남고, 반복해서 쌓이면 마을의 역사가 되지 않겠냐고 서 대표는 반문한다. 그것도 도심 한가운데서 사람 냄새 폴폴 풍기는 역사의 시작이 되지 않겠느냐고….
매탄마을신문은 청소년에게도 눈을 돌려 그들의 의견을 듣고 생각을 펼칠 장도 마련했다. 매탄청소년 진로탐험대가 자신들의 관심과 꿈, 고민 등 다양한 이야기를 그들만의 시각으로 풀어낸 팟캐스트는 흥미 있는 활동이 되고 있다. 


마을신문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허브’라는 서지연 대표. “처음에는 인지도가 부족했지만 차츰 신문을 통해 인연을 맺어가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마을에 관심 있는 분들이 모여 마음을 주고받으면 공동체 문화 회복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시시콜콜 지역 사람들을 연결시킬 오지랖의 탄생
-산드래미마을신문


매탄4동을 지나다 보면 오래된 느티나무와 산드래미 기적비를 만난다. 관심이 없다면 그 지역 주민이라 해도 그 의미를 알지 못할 터. 11월초 창간준비1호가 발간된 ‘산드래미마을신문’은 마을을 지켜온 느티나무와 기적비를 커버스토리로 시시콜콜 마을의 얘기를 건넨다. 마을의 이야기를 담을 마을신문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만든, A4 형식의 참신한 모습의 마을신문은 등장과 동시에 마을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산드래미 마을은 1500년년대에 형성됐고, 450년 된 느티나무가 버티고 있는 곳. 1980년대 개발이 진행돼 마을을 떠나면서 산드래미 기적비를 남겨 놓을 정도로 마을에 대한 애착이 강한 지역이었다. 지금도 몇 십대가 연이어 거주하는 씨족사회의 모습도남아 있는 도심 속 전통마을이기도 하다. 창간호에는 그런 얘기들을 많이 담았다. 첫 인터뷰의 대상은 이필대 산드래미 향토회장이었고, 마을을 지키고 있는 느티나무가 소개됐다.
“마을이 오래된 만큼 묻혀 있는 얘기도 발굴하면서 마을의 특성, 역사, 지리, 사람 등을 소개하고 싶다”는 윤 대표. 특히 외지에서 이주해온 주민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유래를 찾아 마을의 의미를 알려주고,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사이의 단절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역할도 해볼 참이다. 또 하나 산드래미마을은 사연을 가진 골목이 많다는 사실을 이번 창간호를 준비하면서 알게 됐다. 창간호에 ‘매탄4동 주민센터 앞길’의 골목 가게 지도를 실었다. 앞으로도 마을주민들에게 골목과 가게를 소개하면서 소통을 이뤄낼 계획이다. 


“마을의 관계가 좋아지려면 마을의 이 사람과 저 사람을 연결할 수 있는 오지랖 넓은 누군가가 필요한 것 같다”는 윤 대표는 “마을신문이 사람과 사람을 친숙하게 만들어 주는 오지랖의 역할을 하기”를 소망했다. 마을의 더 작은 골목의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찾아 활기를 불어넣을 산드래미마을신문에 파이팅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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