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중경삼림’의 주인공이 되다!누군가 말했다. 여행은 떠나는 설렘보다 돌아왔을 때의 안도감이 더 크다고. 하지만 막상 여행계획을 세우다보면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기기 마련. 시간적인 여유와 주머니 사정이 뻔하니 늘 머릿속에서만 여행을 계획하고, 실천에 옮기는 용기가 부족했다면 비교적 가까운 홍콩으로 떠나라. 우리나라의 꽃샘추위가 두렵다면 더더욱 망설이지 말자. 여행자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수많은 명품 쇼핑몰을 거닐다가 밤이 되면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에서 에그타르트의 맛을 음미하라. 그리고 아기자기한 홍콩의 뒷골목과 유럽풍의 거리도 맘껏 거닐어보자.
소호 그리고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에스컬레이터가 뭐 특별할 것이 있을까 생각되지만 홍콩의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좀 다르다. 세계에서 가장 긴 옥외 에스컬레이터인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그 길이가 무려 800미터에 달한다. 영화 ‘중경삼림’에서 천진난만한 모습의 왕페이가 금성무의 집을 몰래 훔쳐보던 그곳이 바로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다.
고지대의 고급아파트와 저지대 상업 지구를 연결하는 것이 바로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다. 언덕 위 미드레벨 주택가에 사는 사람들이 아래 센트럴 지역으로 출퇴근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언덕을 오르면  영화 ‘영웅본색’에서 봤던 홍콩의 거리와 뒷골목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가본 적 없지만 어딘지 익숙한 풍경. 트렌디한 로컬 숍과 카페 그리고 화려한 컬러의 그라피티 작품이 거리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에스컬레이터가 멈추는 소호에서는 골동품 가게를 비롯해 아기자기한 소품이 전시된 갤러리를 구경할 수 있다. 또 개성 강한 로컬 숍에서는 희귀한 물건도 득템 할 수 있고 걷다 목이 마르면 아이리시 펍에서 시원한 맥주를 들이켜도 좋다. 햇볕 좋은 날이면 노천카페에는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저마다의 특색을 지닌 숍들 앞에서 카메라를 꺼내들면 누구나 패션 화보 속 주인공이 된다.
소호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끝까지 오른 뒤 재래시장도 구경하며 천천히 걸어보길 추천한다. 란콰이펑, 만모사, 할리우드 로드, 캣 스트리트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거리를 활보하거나 할리우드 로드에서 오롯이 홍콩을 느껴도 좋다. 할리우드 로드는 우리나라의 인사동처럼 전통적인 물품들이 가득해 제대로 눈요기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아름다운 건물과 아기자기한 뒷골목의 풍경이 멋스럽다.
빅토리아 피크, 홍콩의 백만 불짜리 야경
홍콩 부자들은 습하고 더운 기후를 피해 서늘한 고지대에 집을 지었다고 한다. 홍콩 최고의 부자들이 모여 산다는 빅토리아 피크. 홍콩에서 제일 높은 곳으로 밤이면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야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센트럴의 남쪽에 있는 타이핑 산의 정상. 홍콩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이곳에서 홍콩 섬은 물론 침사추이의 야경까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빅토리아 피크로 올라가는 피크 트램은 홍콩의 명물이다. 45도 급경사의 길 373m를 매달리듯 오르는 피크 트램의 역사는 무려 100년이 넘는다. 트램 안에서 급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는 동안 창가로 보이는 풍경은 무척 아름답다.
이보다 더 여유로울 수 없다, 스탠리
홍콩 번화가의 숨 가쁜 모습에 답답함이 느껴졌다면 조용한 해안가 풍경이 아름다운 스탠리를 추천한다. 고급상점과 유럽 명품 브랜드숍으로 가득한 센트럴보다 더 유럽스러운 스탠리. 이곳에는 산책 나온 현지인들과 노천카페 그리고 기념품 숍이 있다.
스타의 거리, 윙타이신 사원의 산통점
페리선착장 근처에는 해안산책로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스타의 거리가 펼쳐져 있다. 운이 좋아 레이저 쇼나 심포니 오브 라이트에 맞춰 방문한다면 더 아름다운 야경과 함께 더 큰 감동이 느껴질 터. 이곳으로 가기 위해선 MTR 침사추이역에서 하차해 도착할 수 있다. 성룡, 오우삼, 이연걸, 홍금보, 주윤발 등 홍콩 스타 배우들의 손도장을 구경할 수 있다.
윙타이신 사원은 1921년 중국에서 홍콩으로 옮겨와 사람들의 마음을 쉬게 하는 안식처가 되고 있다. 홍콩 최대의 도교사원으로 의술이 뛰어난 윙타이신의 이름을 따서 붙였는데 이곳에서 참배하면 질병이 치료된다고 해 사람들이 모여 들었지만 지금은 소원을 비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불붙은 선향을 들고 이리저리 흔들거나 경건하게 기도드리는 사람들로 경내는 늘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산통점은 1부터 100까지 쓰인 번호 중 한 가지 번호가 적힌 막대기가 떨어지는데 여러 가지 우수수 떨어지면 ‘산통깨진다’고 말한다.
동양의 라스베이거스, 마카오
홍콩을 갔다면 마카오에 가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 마카오로 떠나는 페리는 홍콩 국제공항터미널과 셩완에 있는 홍콩 마카오 페리 터미널 그리고 침사추이에 있는 차이나 페리 터미널에서 탈 수 있다. 홍콩에서 마카오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마카오의 정식 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 마카오특별행정구이다. 카지노 건설을 위해 매립 공사가 한창이고 기후는 연 평균 23도를 기록한다. 인구는 63만.
1999년 12월 20일 포르투갈에서 중국으로 주권이 반환되었고 일국양제의 원칙에 따라 마카오는 중화인민공화국 마카오특별행정구의 지위를 가지는데 홍콩과 마찬가지로 행정권과 입법, 사법권을 향유한다. 마카오의 카지노는 24시간 불야성을 이루고 네온사인 뒤에 숨겨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건축물과 광장이 20곳이 넘는다. 제주도 크기의 6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면적에 카지노 수만 해도 수백 곳이라는 마카오는 베네시안, 그랜드 리스보아, 윈, 뉴 센추리, 샌드 등 5대 카지노를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카오에서 꼭 봐야 할 곳은 세인트폴 성당 유적지. 성당을 뒤로하고 세나도 광장에 가면 골목을 연결하는 길에 모자이크로 꾸며진 포르투갈 식 도로포장인 깔사다가 눈길을 끈다. 늦은 밤까지 여행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골목에는 쿠키와 육포를 파는 상점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혹시라도 여행계획이 있다면 홍콩으로 떠나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듯하다.
배경미 리포터 ba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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