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안에 침입한 도둑이 저항을 하지 않고 있음에도 빨래건조대, 혁대 등으로 계속 피떡이 지도록 때려 식물인간이 되도록 한 사건에 대하여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를 인정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은 과거에도 많이 있었다. 1980년대 후반에 일어난 성추행범 혀 절단 사례가 과잉방위 사례 중 대표적인 것이다. 가해자는 강간미수범으로 기소되었고, 여자는 중상해죄로 기소되었다. 1심에서는 여자에게 유죄판결이 선고되었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여자가 자신의 성적 순결 및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하여 상대방의 혀를 깨문 것은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무죄의 이유였다.
이에 반하여 전주지법에서는 아파트에 무단침입한 사람이 가진 쇠파이프를 빼앗아 반항하지 않는 범인에게 쇠파이프를 마구 휘두른 사건에서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고 징역 2년을 선고한 사례가 있다.
“상대방이 먼저 주거에 침입하였으니 만신창이가 되도록 본때를 보여줘도 되는 거 아닙니까?”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대가 주먹으로 한두 대 때렸다고 그것을 빌미로 상대를 반쯤 죽도록 팰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 생명과 신체의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반격을 한다는 생각이 없고, 오히려 “너 잘 걸렸다. 너도 한 번 피떡이 되도록 당해봐라''라는 도발적인 감정을 가지고 보복을 하는 것은 새로운 공격으로 보아야 하고 단순한 방어행위로 볼 수는 없다.
형법에 의하면 정당방위로 한 행위가 정도를 초과하면 과잉방위로서 정황에 의하여 형을 감경, 면제하게 된다. 또한 과잉방위가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 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 강도가 흉기를 들고 주거에 침입한 경우 피해자가 공포심을 느껴 흥분된 상태에서 주변에 있던 칼을 집어 들고 휘두르다가 강도를 살해하였다면 형벌을 면제받을 수 있다.
어떠한 경우라도 범죄행위가 종료된 후에는 정당방위가 인정될 수 없다. 정당방위가 널리 인정되던 조선시대에도 범죄가 일어난 다음 날 가해자를 찾아가 살해한 것은 계획적인 범죄로 유죄가 인정되었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딸을 강간한 사람을 찾아가 총으로 쏘아 죽인 사건의 경우 정당방위는 인정되지 않았다. 다만 극도로 흥분상태에서 행해진 과실치사죄(Voluntary Manslaughter)가 인정되어 6개월 만에 석방되기는 했다.
법은 불법에 양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정당방위의 근거이지만 무제한적인 보복행위까지 정당방위, 과잉방위로 인정될 수는 없다. 이는 사소한 불법을 핑계로 더 큰 불법과 보복을 용인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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