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교육능력개발평가 학부모만족도조사가 10월 13일부터 11월 7일까지 진행됩니다. 학부모만족도조사는 2010년에 전국적으로 실시 돼 올해로 다섯 해를 맞고 있습니다.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교육의 질과 교사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였습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부모들의 과반수이상이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만족도는 5점 만점을 기준으로 4.36%, 구성원 간의 평가 결과 격차도 점차 줄어들어가는 추세라고 합니다.
교육부는 만족도조사를 토대로 우수한 교사에게는 학습연구년 특별연수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평가 지수에 따라 맞춤형 자율연수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정작 참여하는 학부모들의 속내는 그리 밝지만은 않습니다. 학부모들의 당연한 권리라서 참여하는 학부모부터 해도 의미 없어 불참한다는 이들까지 속내를 들어 보았습니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고1 학부모 백석동 이경아(가명)씨
“학교 사정 알 수 있는 통로가 없어요”
학교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지 않으면 교감이나 교장 선생님에 대해서는 알 기회가 없어요. 그런 분들에 대해 뭘 갖고 평가를 해야 할지 항상 그게 아쉬워요. 어쩔 수 없이 학부모총회 때 하신 얘기 듣고 형식적으로 참여하죠.
요새는 직장맘들이 많아서 저녁에 학교 행사를 하기도 하는데 고등학교 가니까 대부분 행사 내용이 입학설명회 위주거든요. 그런 것보다 학교 운영에 대해서 알리는 활동을 자주 열어 주시면 좋겠어요. 그런 것을 통해서 학교 사정도 자세히 알고 행사 치르고 난 아이들 반응도 알 수 있게 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러면 평가를 할 수 있을 텐데 지금 같아서는 알 수 있는 통로가 없어요.
과목 선생님들에 대한 평가도 아이들이나 다른 엄마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듣고서 하는 수밖에 없어요.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심하고 참여율도 떨어지는 것 같아요. 초등 중등 고등으로 올라갈수록 통로가 적어지니까 아쉽죠.
중1 학부모 중산동 이세현(가명)씨
“참여는 하지만 아무 의미 없다고 느껴요”
학교에서 하라니까 하는 거죠. 선생님에 대해 평가를 해도 그게 어떤 영향이 가는지 잘 모르겠어요. 진짜 문제 많다고 모든 엄마들이 얘기하는 선생님들도 잘 살아남아 있잖아요. 조사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요. 내가 하는 참여가 중요하게 반영된다거나 영향을 미친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않아요.
담임선생님이야 많이 접하니까 알지만 교장 교감 보건 선생님을 아무것도 모르면서 학부모가 평가한다는 게 웃긴 거죠. 교과를 어떻게 가르치는지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그러다보니 일부 학부모들은 내 애한테 잘해준다고 하면 백점, 못 해준다고 하면 점수를 안주는데요. 완전히 주관적이죠. 내 애가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상황이 있었다 해도 교육적인 차원에서 마땅히 야단맞아야 되는 상황일 수도 있잖아요. 잘 모르는 상태에서 사람을 평가한다는 건 과히 좋은 건 아닌 것 같아요.
하면서도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싶고 보여주기 위한 행정이라고 느껴요.
초5 학부모 일산동 김윤아(가명)씨
“아무리 무기명이라 해도 누가 솔직하게 쓰나요?”
참여 안하면 선생님들이 계속 하라고 애를 통해 스트레스를 줘요. 오프라인으로 참여하면 누군지 알까봐 걱정되고 혹시라도 볼까봐 무서워서 다 만족에 표시했어요. 우리 애를 미워하면 어떡해요.
누군지는 알 수 없다고 해도 자기가 나쁜 점수로 평가 받았다고 결과가 나오면 아이들에게 피해 갈까봐 걱정돼요. 선생님도 사람인데 기분 나쁘지 않을까요?
그래서 표면적으로 느끼는 것보다 더 좋은 점수를 줘요. 인간성이나 자질로 봐서 평소 제가 불만족스럽게 느낄 정도의 선생님은 아이들한테도 분명히 기분 나쁘다는 걸 표출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선생님들에 대한 정보도 아이를 통해 한 다리 거쳐서 들어오는 거라 잘 모르는 게 많아요. 조사 결과도 선생님들에게 잘 반영이 안 될 거라고 생각하고요.
오히려 공개수업 때는 수업하는 모습을 직접 봤기 때문에 자세히 써요. 제 느낌과 아이들 반응을 보니까요. 대부분 학부모들은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절차라고 생각해요. 조사 때가 되도 전혀 이슈가 안돼요.
초3, 중1 학부모 김태희(가명)씨
“무조건 좋다고 써왔는데 올해는 안할 거예요”
첫 해부터 해왔는데 이번부터는 안하려고 해요. 당연히 해야 되는 줄 알고 내용도 잘 모르면서 하라니까 했거든요. 올해는 진짜로 안할 거예요. 담임선생님은 만났으니까 어떻게 써야 할지도 알고 선생님도 학부모들 얘기 들으면 좋잖아요. 그런데 교장선생님부터 교과 선생님은 어떻게 알아요. 진짜 너무 억지 같아요. 한 번 보지도 않았는데.
내가 뭐라고 썼는지 학교에서 알까 무섭다기보다는 평가방법이 잘못 돼서 더 이상은 참여하고 싶지 않다는 거죠. 터무니없이 모르는 내용을 함부로 평가한다는 게 잘못 됐다고 생각해요.
중2 학부모 정선재(가명)씨
“학부모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
학부모만족도조사가 형식적으로 돼가는 문제점은 있지만 그래도 해가 거듭될수록 긍정적으로 바뀐다고 보거든요. 그래도 교권을 핑계로 한 여러 폐단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교사 자신이 관성에 빠지는 걸 그나마 학부모만족도조사가 있어서 일종의 경각심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이 공부 안하다가 시험기간만 되면 공부하는 것처럼 최소한 그 시기 만이라도.
원래는 누가 보든 안보든 잘 해야 되는 게 당연하지만 높은 도덕적인 가치를 스스로 실천하면서 사는 사람을 만나기는 힘들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학부모만족도조사는 교사들의 노력을 강제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보다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학교라는 폐쇄된 세계를 학부모만족도조사가 오픈했잖아요. 학부모들의 참여를 높인 것이고 학부모의 권리이자 의무인데 요즘 학부모들은 의무로만 받아들이지 권리라는 생각은 잘 하지 않아요. 자기 아이한테 돌아갈 불이익이 있을까봐 대체로 점수를 좋게 준다고 느껴져서 안타까워요. 학부모들이 평가한 내용도 실제로 반영이 된다고 알고 있어요. 학부모들이 자기 권리로 인식하고 좋게 활용한다면 그 안에서 교육적인 발전은 반드시 있을 거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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