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에게는 일 년에 한두 번 3대가 함께 여행을 떠나는 관례가 있었다. 아이들이 어릴 땐 언제라도 떠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커가고 어른 못지않게 바빠지면서 대가족의 스케줄 틈새로 여행일정을 잡는 게 쉽지 않다. 모처럼 시간을 맞춰 떠난 단양 여행, 서울보다는 겨울 향기가 짙은 단양의 명소도 좋았고, 그곳이 어디든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행복했던 여행길이었다.
2만 2,000여 마리의 민물고기를 만나다
거의 10년 만에 찾은 단양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단양’하면 단양 8경만 떠올랐는데, 이번에 준비하면서 보니 아이들이 둘러보면 좋을 전시관이 몇 곳 눈에 띈다.
먼저 발걸음을 한 곳은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 이곳은 단양군 적성면 애곡리 수양개 마을 유적지의 유물과 연구 자료를 전시하고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 선사문화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는 단양지역의 여러 동굴 유적과 유물을 만나 볼 수 있고, 중기 구석기부터 후기 구석기를 거쳐 마한시대까지의 생활유적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수양개 지역의 발굴 모습과 현장을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어서 아이들이 ‘단양’이라는 곳을 보다 입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야외에 꾸며진 수양개 사람들의 생활모습도 아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살아있는 역사 체험을 마치고 그 다음으로 향한 곳은 ‘다누리 아쿠아리움’. 국내 최대 규모의 민물고기 생태관이라는 이곳은 수심 8미터, 651톤에 달하는 메인 수조가 압권이다. 전시관에 들어오면서 만난 대형 수조는 위에서 내려다보고, 지하 2층에서 올려다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어서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입에서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여타 수족관과는 달리 민물고기를 전문적으로 살펴볼 수 있어서 더욱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체험의 시간이었다. 단양의 대표어종 쏘가리를 비롯해 국내외 민물어류 2만 2,000여 마리를 만나다보면 어느새 민물고기 박사가 된 기분이다. 이밖에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어구 전시와 디지털 낚시 체험을 할 수 있는 낚시박물관도 아이들에게 인기다.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의 설화가 숨 쉬는 온달관광지
단양지역은 석회암이 발달한 지역으로 동굴과 바위그늘이 형성되어 있다. 구석기 시대 사람들의 거주공간과 유물, 짐승뼈 화석들이 많이 발견되는 것도 그 때문. 그래서 아이들과 동굴 체험을 해보기로 한다. 단양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고수동굴은 천연기념물 제256호로 지정된 석회암 동굴이다.
총 길이 1,700미터이며 크게 3층 구조를 이루고 있다. 생각보다 계단이 좀 있는 편이고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관람하느라 허리가 조금 아팠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이색적인 동굴 속 세상이 무척 신기했다. 10살, 6살, 4살 아이들도 큰 무리 없이 관람할 정도였다. 현재는 관람에 30분 정도 소요되는 A코스만 관람 가능하다.
삼국사기에 실린 온달과 평강 설화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이야기의 전설이 숨 쉬는 곳이 단양에 있어 찾아가 보았다. 온달관광지가 있는 단양군 영춘면 하리는 고구려와 신라가 치열한 영토전쟁을 벌였던 곳이었고, 고구려 평원왕의 사위인 온달의 무용담이 이 지방에 전해 내려오면서 온달산성, 온달동굴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관광지 입구에 있는 온달관에서는 삼국 시대의 역사와 변화, 그리고 온달 장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었다. 특히 온달과 평강 설화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그림과 영상으로 설명되어 있어서 인기가 있었다. 그밖에 30분 정도면 관람할 수 있는 온달 동굴이 있으며, ‘태왕사신기’, ‘천추태후’ 등의 드라마 세트장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단양 8경의 으뜸, 도담삼봉
단양군에 있는 8곳의 명승지, 단양 8경은 소백산맥 줄기와 남한강 및 그 지류가 엮어내는 풍광이 단연 빼어난 곳이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 풍경을 즐길 엄두가 나지 않았다. 또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는 풍경보다는 체험이 우선이겠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번 여행에서 단양 8경을 둘러보는 건 일찌감치 포기했었다.
하지만 단양까지 와서 단양 8경의 으뜸이라는 도담삼봉을 그냥 건너 뛸 수는 없었다. 남한강의 맑고 푸른 물이 유유히 흐르는 강 한가운데 높이 6미터의 늠름한 장군봉을 중심으로 북쪽 봉우리 처봉과 남쪽 봉우리 첩봉이 물위에 솟아있는 모습을 일컬어 도담삼봉이라 부른다. 푸른 강과 하얀 눈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도담삼봉의 전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도담삼봉은 그 풍경과 더불어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과 얽힌 이야기로도 유명하다. 독서와 학문을 좋아하던 정도전은 이곳에서 유년기를 보내면서 도담삼봉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오죽 좋아했으면 자신의 호를 이 도담삼봉에서 본떠 삼봉이라고 지었을까. 한쪽에 세워진 정도전의 동상과 도담삼봉과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얼마 전 열심히 보았던 드라마 ‘정도전’이 떠올랐다. 날씨 좋을 때 다시 방문한다면 도담삼봉 외에도 구담봉, 사인암,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석문, 옥순봉의 절경을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
-충청북도 단양군 적성면 수양개유적로 395
-관람료: 어린이 800원 / 청소년 1,000원 / 어른 2,000원
-홈페이지: suyanggae.go.kr
#다누리아쿠아리움
-충청북도 단양군 단양읍 수변로 111
-관람료: 어린이 5,000원(6세미만 무료) / 청소년 6,000원 / 어른 8,000원
-홈페이지: aqua.danuri.go.kr
#고수동굴
-충청북도 단양군 단양읍 고수동굴길 8
-관람료: <A코스> 어린이 2,000원(5세미만 무료) / 청소년 3,000원 / 어른 5,000원
-홈페이지: www.kosu.or.kr
#온달관광지
-충청북도 단양군 영춘면 온달로 23
-관람료: 어린이 2,500원 / 청소년 3,500원 / 성인 5,000원
-전화번호: 043-423-8820
#도담삼봉
-충청북도 단양군 매포읍 삼봉로 644-13
-관람료: 없음(단, 도담삼봉관광지 주차장 사용요금 2,000원(승용차))
-전화번호: 관광안내소 043-422-1146
도담삼봉주차장 043-421-3182
박혜준 리포터 jenna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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