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교육과 집안 살림으로 주부들은 항상 분주하다. 바쁜 일정 중에도 짬을 내 좋아하는 일에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 양천구 드림필 쳄버 오케스트라(이하 드림필)는 음악을 사랑하는 주부들이 모여 연주활동을 하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단이다. 이들은 봉사연주회를 통해 소외된 이웃에게 아름다운 선율과 하모니를 전해주는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맹연습중인 이들을 찾아가 만났다.
하산수 리포터 ssha71@gmail.com
연주를 통해 자신을 되찾은 주부들의 모임
월요일 오전 10시, 신정동 목동비전교회 지하1층에서 열심히 악기 연주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2011년 여름 바이올린과 클라리넷 연주자 4명으로 시작한 이들은 현재 회원 25명 규모의 오케스트라로 발전, 세번째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있다. 드림필 차미자 총무는 “저희는 대부분 양천구 및 인근지역에 거주하는 30대 초반에서 50대 후반의 주부들이에요.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 플롯 색소폰 등의 관현악기를 연주하며 1년에 한 번씩 정기연주회를 갖습니다. 매주 월요일 오전에 모여 2시간가량 합주연습을 하고 악기별, 개인별 연습은 따로 해요. 이제 3년을 갓 넘긴 아마추어 연주단이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전문 오케스트라 못지 않아요”라고 설명한다. 한명숙 단장은 “아들의 권유로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해 이제 7년이 됐어요. 혼자 레슨 받을 때는 자기 실력을 가늠할 수 없었어요. 우연한 기회에 드림필에 입단해 합주를 하니 점차 실력이 향상되는 걸 느껴요. 애들 키우느라 바빠 희미해진 음악적 감성을 악기연주를 통해 되살릴 수 있어 좋아요”라고 말한다. 김선자 회원은 마흔 살을 훌쩍 넘긴 2009년부터 첼로를 배우기 시작했다. “첼로의 안정감 있고 부드러운 음감이 좋아 늦은 나이임에도 시작하게 됐어요. 레슨만 받다가 집 근처에 주부 오케스트라단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입, 활동하게 됐죠. 좋아하는 악기를 연주하면서 잃어버렸던 나를 다시 찾게 된 점이 가장 뿌듯합니다.”
정기연주회와 봉사연주회 활동으로 음악에 대한 열정 불태워
드림필을 2년간 지도하고 있는 민병현 지휘자는 “아마추어들이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이 돋보이는 연주단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실력이 빠르게 향상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보람을 느끼죠”라고 말한다. 드림필은 자신의 연주실력을 단원들에게 뽐내는 향상음악회를 연 2회, 1박2일로 떠나는 여름 음악캠프 연 1회, 가을 정기연주회를 연 1회 가진다. 그밖에 사전 요청시 양로원이나 병원 등에 봉사연주회를 수시로 나간다. 한 단장은 “음악을 좋아하는 주부들이 취미로 악기를 많이 배우죠. 레슨만 받다보면 재미가 없어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 자기와 다른 악기 연주자도 만나고 합주를 통해 다른 소리와 조화를 이루는 법을 배워 음악활동을 지속할 수 있죠”라고 전한다. 드림필은 악기별로 단원을 모집한다. 관현악 연주자로서 기초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매주 연습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환영이다. 작년에 서울시 마을공동체사업으로 선정돼 지원받는 지원금과 1인당 월5만원의 회비로 오케스트라단을 운영한다. 다가오는 10월 26일 오후 5시에는 목동 KT 체임버홀에서 제3회 정기연주회를 갖는다. 음악으로 하나되는 줌마렐라들의 향연. 그들의 아름다운 성취가 기대된다.
<미니 인터뷰>
민병현 지휘자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살아있는 오케스트라죠
대학에서 지휘학을 전공하고 타 합창단이나 오케스트라단도 지도하고 있지만 드림필은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있는 분들이에요. 실력은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열심히 연습하고 배우려는 자세만큼은 다 똑같지요. 앞으로 무궁한 발전이 기대됩니다.
한명숙 단장 (색소폰)
연주를 통한 봉사활동으로 보람을 느껴요
색소폰이 대중화되긴 했지만 아직도 희귀한 편이죠. 실력은 모자라지만 단원들과 함께라서 열심히 연습하게 됩니다. 비슷한 처지의 주부들이라 대화도 잘 통하고 연주 실력 향상뿐 아니라 봉사활동도 하게 돼 보람을 느낍니다.
차미자 총무 (바이올린)
엄마의 연주에 아이들이 보고 배워요
아이에게 바이올린 교습을 시키면서 저도 배우게 됐어요. 드림필 활동 후에 엄마가 집에서 악기 연습을 하니까 아이도 자연히 따라 하더군요. 연주회에 가족을 초대해 음악을 들려주니 오케스트라 활동을 더 많이 지원해 줘요. 가족을 하나로 모으는 힘. 바로 음악이었어요.
홍준완 단원 (클라리넷)
오케스트라 활동으로 음악을 배워요
클라리넷을 시작한지 3년 남짓 됐어요. 주부 오케스트라의 청일점이라 처음엔 어색했지만 지금은 익숙해졌어요. 드림필 활동을 하니 음악에 대해 정말 많이 배워요. 여럿이 함께 한다는 게 이렇게 큰 힘이 될 줄은 몰랐어요.
김선자 단원 (첼로)
첼로 연주는 나에 대한 투자, 성취감도 크지요
마흔이 넘어 뒤늦게 첼로를 배우게 됐어요. 아이 키우고 일하느라 못했던 나를 위한 투자라고나 할까요. 음악을 사랑하고 연주를 하는 이들의 모임이라 공동의 목적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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