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는 우리나라에서 가깝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는 곳이다. 특히 몇 년 전부터는 저가항공이 후쿠오카 운행을 시작했고 최근 엔화까지 연일 최저가를 기록하며 비용 부담 없이 다녀 올 수 있다. 마치 제주도에 가는 것처럼 휙~ 날아갈 수 있는 곳, 후쿠오카. 누구의 엄마도 아내도 아니고 싶던 지난 주말, 1박2일 후쿠오카 여행을 떠났다.
인천공항에서 후쿠오카까지 1시간 10분
후쿠오카는 2년 전 가족들과 함께 벳부와 유후인 여행을 하면서 하루 머물었던 곳이다. 남편과 아이들이 없는 곳 어디라도 좋겠다는 마음으로 떠난 곳이 왜 하필 가족 여행을 했던 곳인지 모르겠다. 1박2일 코스로 여자 혼자 안전하게 다녀올만한 곳이 마땅히 생각나지 않았던 때문일 것이다.
여행 하루 전날 항공권을 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온라인 예약의 대기자로 기다리다가는 자칫 떠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항공사로 직접 전화를 걸어 티켓을 구할 수 있었다. 후쿠오카는 비행기로 약 1시간 10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곳이다. 후쿠오카 역에서 호텔이 있는 하카타 역까지는 공항버스를 이용했다. 전에 가족들과 왔을 때는 택시를 이용했기 때문에 버스 타는 일이 조금 걱정이 됐다. 하지만 다행히 한국인 여행객이 많고 후쿠오카 공항이 워낙 작은 공항이라 버스를 타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어려웠던 게 있다면 버스비용 문제. 후쿠오카 국제선에서 하카타역까지는 260엔이다. 그런데 버스를 타고 잠시 앉아 있자 거스름돈을 주지 않으니 잔돈이 없으면 동전 교환기를 이용해 잔돈을 준비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일본의 버스는 우리나라와 반대로 뒤로 타고 앞으로 내린다. 동전교환기는 앞에 있다. 버스안은 여행객들로 가득하고 잔돈을 바꾸기 위해 미리 앞으로 나갈 수도 없는 상황. 잠시 준비 없는 여행을 후회했다. 그런데 내릴 때 보니 이곳은 아주 느린 곳이다. 조금 느려도 누구 하나 싫은 소리 하는 사람이 없다. 버스가 정차한 후 내릴 준비를 하고 동전교환기에 1000엔 지폐를 넣으니 100엔 50엔 10엔 1엔, 동전들이 금액별로 우르르 쏟아진다. 1000엔 넣으면 100엔 10개가 나오는 줄 알았는데. 260엔 맞춰 내는 일이 어렵지 않다.
하카타역 광장에는 특별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안내문을 보니 주말 이틀 동안 규슈 지방 20개 업체가 참여하는 농산물직판장이 열린다고 한다. 말린 과일를 판매하는 부스도 있고 유기농 곡물로 만든 빵을 판매하는 부스, 장미 국화 등 직접 재배한 꽃을 판매하는 부스도 보였다. 친절하게 시식을 권하고 제품을 설명하는 모습이 그들의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아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오후 산책은 복합문화공간 캐널시티로
호텔에 짐을 풀고 가까운 캐널시티로 향했다. 관광이 목적이 아닌 탓도 있지만 오후 산책으로 하카타에서 캐널시티 만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후쿠오카의 날씨는 우리나라에서보다 2~3도는 높은 듯하다. 긴팔이 조금 덥게 느껴졌다. 겉옷을 벗어 손에 들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하카타역에서 캐널시티는 약 1km 거리. 텐진 방향으로 20분 정도 걸으면 캐널시티에 도착한다. 걷는 동안 수많은 자판기들을 만나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 초화분이 예쁜 꽃집, 작고 아담한 음식점, 파란불이 켜질 때마다 정겨운 동요가 흐르는 횡단보도를 만난다. 한가롭고 조용한 거리다.
캐널시티는 복합문화센터로 음식점과 쇼핑숍들이 많은 곳이다. 하카타 역에서 걸어가서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캐널시티 건물은 동관으로 H&M, ZARA, UNIQLO 등 우리에게 친숙한 브랜드들이 대거 입점해 있다.
본관 센터워크 2층에는 고 백남준 선생님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캐널시티의 중앙은 운하를 중심으로 동그랗게 감싸는 신기한 디자인. 인포메이션에 한국어판 가이드북이 준비되어 있어 편리하게 원하는 매장을 찾아 방문할 수 있다. 특히 5층의 라멘 스타디움은 엄선된 라멘 점포들만 위치시키고 맛이 없으면 내보내는 곳으로 유명하니 한 번 들려볼 만하다. 운하에서는 10시부터 22시까지 매시 정각, 음악과 함께 분수쇼가 펼쳐진다. 오후 4시경 도착해 운 좋게 분수쇼와 그 후에 이어지는 공연까지 볼 수 있었다. 이날 음악은 ‘댄싱퀸’. 익숙한 음악이 마치 낯선 곳에 홀로 있는 여행객을 위한 분수쇼인 듯 착각하게 했다.
잠시 공연을 관람하고 1층 상점들을 둘러봤다. 그 중 특별한 한 상점이 눈에 띄었다. 신나는 음악에 이끌려 들어간 그곳은 화려한 청바지, 가디건, 가방들이 보기좋게 진열되어 있었다. 매장 한 가운데는 DJ가 헤드셋을 끼고 직접 음악을 선곡하고 볼륨을 조절하며 흥겨운 음악으로 마음을 사로잡았다. 매장 한 켠에서는 칵테일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바비큐를 직접 슬라이스 해 한 입 크기로 말아 놓는 요리사와 칵테일을 만들어주는 바텐더가 모두 음악에 몸을 맡긴 모습이 우리나라 상점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기한 풍경이다. 양해를 구하고 사진 한 컷을 찍자 바텐더가 미소를 지으며 한 잔 가득 칵테일을 만들어 준다. 주량을 알면 절대 그런 인심은 보여주지 않았을텐데…. 성의를 무시하는 것으로 보이면 안 될 것 같아 천천히 잔을 비웠다. 다행이다. 강한 알콜은 아닌 듯 기분이 좋아졌다. 젊은이들의 파티장소처럼 느껴지는 이곳에서 쇼핑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고객이 얼마나 있을까. 기꺼이 대학생과 중학생 두 딸이 좋아할 만한 예쁜 청바지 두 개를 구입했다. 아이들이 좋아할 것을 생각하니 언제 집을 떠나고 싶었나 싶게 아이들이 보고 싶어졌다.
캐널시티 앞쪽으로 나오면 큰 강이 보인다. 공원에는 남학생들이 롤러스케이트를 즐기고 산책로에는 유모차를 끌고 산책하는 아기엄마, 사랑하는 연인들의 모습이 우리 학의천의 풍경과 다르지 않아 정겹다. 큰 강이 보이는 이곳은 나카스강 산책로. 밤이면 포장마차가 서는 색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밤에 나설 용기가 나지 않아 아쉽지만 포장마차는 다음 기회에 남편과 함께 들려보기로 했다.
혼자라서 더 가족과 함께 했던 1박2일. 곧 가족과 함께 다시 올 계획을 세우며 짧은 여행을 마쳤다.
백인숙 리포터 bisbis6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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