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마을 203동 옆에는 키가 큰 은사시나무가 있습니다. 예전엔 그 나무에 천연기념물 솔부엉이가 살았답니다. 큰 도로가 들어서면서 한동안 솔부엉이를 볼 수 없었는데요. 지난해 안곡습지에서 솔부엉이가 발견됐다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지난 3년 동안 안곡습지에 서식하는 조류를 꼼꼼히 조사해온 안곡초등학교(교장 최종경) 김석민 교사의 이야기입니다. 흰뼘검둥오리가 노니는 안곡습지에서 새 박사 김석민 교사를 만났습니다.
자유로운 새 박사, 김석민
김석민 교사(44세)는 안곡초등학교의 과학 선생님이다. 지금은 ‘새 박사’로 유명하지만 새를 만나기 전에는 과학교육에 몰두했다. 모두가 ‘워크홀릭(workholic)’이라고 할 정도로 뭐든 완벽했고, 돋보였다. 열정만으로 밤을 지새운 것도 여러 날이다.
새와의 만남은 우연이었다. 대학원에서 과학교육을 전공하던 2003년, 옆방 교수님의 짐을 들어주다가 새와 인연이 시작됐다. “저어새 보호운동과 황새 복원운동을 하신 김수일 교수님이었어요. 집사람과 강릉여행을 가는데, 교수님께서 스코프(Scope:새를 관찰하는 망원경)를 빌려주셨죠. 그 때 스코프를 통해 보이는 새의 모습이 정말 매력적이고, 신기했어요.”
그날 이후 전국 곳곳의 새를 찾아다니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에 빠져 살았다.
“새를 만나면서 달라졌어요. 막힌 게 ‘탁’하고 터지는 기분이랄까요. 그 때부터였어요. 대단하지 않아도 괜찮았고, 인위적으로 꾸민 게 부자연스러웠어요. 사람이 자연스러워지니 교육도 자연스러워졌죠. 한계를 뛰어넘는 즐거운 깨달음을 얻은 거죠.”
국내 최초 ‘호사 북방오리’ 이름 붙여
새가 좋아 새와 함께 한 지 12년.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새를 봤을까.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새는 다 봤어요. 세계에서 관찰되는 새가 520종인데, 약 400종은 본거 같아요. 겨울에는 동해바다, 여름엔 DMZ, 봄과 가을엔 섬으로 가요. 섬에는 화려하고 희귀한 나그네새들이 많아요.”
2008년 12월에는 동해안에서 킹 아이더(King Eider)를 국내 최초로 발견했다. ‘호사 북방오리’라는 이름도 직접 붙이고, 발표도 했다.
“두 달 정도 흥분상태였어요. 처음으로 관찰된 새는 발견한 사람이 이름을 붙일 수 있거든요. 킹 아이더는 추운 곳에서 사는 새인데, 발견된 지 2달 만에 죽었어요. 도감에 등록됐고, 지금은 인천의 식물자원관에 박재로 있어요.”
지난해부터는 새 탐조에 동행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고양파주지역의 새 탐조 동아리 ‘새와 사람 사이’다. 2012년 환경운동연합에서 그의 강의를 듣던 이들이 모여 만들었는데, 그들은 우리지역에 사는 새를 조사한다. 새 구조에 나서기도 한다.
안곡습지 지킴이가 들려주는 새 이야기
그는 안곡습지에서 생태교육을 한다. 4년 전까지만 해도 꽁꽁 잠겨있던 비밀의 문을 열고 들어가 아이들에게 재미난 생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안곡습지에 사는 천연기념물 솔부엉이와 소쩍새 이야기도 하고, 물이 솟아나는 용출수와 습지의 생명의 좌우하는 이탄층을 찾아보기도 한다. 운이 좋으면 동남아시아로 월동 갔던 새의 새끼도 볼 수 있다.
습지생태교육은 안곡초 학생 뿐 아니라 고양 시민과 교사, 학생이라면 누구나 들을 수 있다. 3년째 도 교육청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10월에는 ‘습지에 사는 새들의 비빌’이라는 주제로 4회에 걸쳐 진행할 예정이다.
또, 지난 3년 동안 안곡습지를 꾸준히 조사해 조류목록을 만들었다. 안곡습지에 살고 있는 천연기념물, 희귀종, 멸종위기 종을 포함해 조류 111종을 꼼꼼히 기록했다.
‘갈매기 도감’ 펴내고파
그는 새 탐조 규칙으로 “새와 사람 사이의 일정한 거리”를 꼽았다. 한 때는 소유하고 싶은 마음에 대포렌즈로 찍고 기록하고, 차곡차곡 쌓은 자료로 사진전도 열었다. 그가 카메라를 내려놓은 지는 올해로 4년째다. 요즘은 가벼운 관찰 장비만 들고 다닌다.
“새 탐조 규칙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이에요. 새의 삶을 몰래 들여다보며 행복을 느끼는 일인데, 그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놀라게 해서는 안 돼요. 적절한 거리가 있어야 해요.”
그는 특히 갈매기를 좋아한다. 지난 5년 동안 50종이나 되는 갈매기 분석하고 연구해왔을 정도다. 앞으로 5년을 더 연구해 갈매기 도감을 펴내는 게 그의 꿈이다.
“오래도록 새를 보고 싶어요. 새 관련 동화책과 갈매기 도감을 펴내 많은 사람들이 새를 볼 수 있도록 돕고 싶고요. 긴 호흡으로 새를 알릴 수 있는 교육도 이어나갈 생각이에요.”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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