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미디어센터 2층의 떡 카페 ‘예랑’을 운영하는 요리연구가 오정선 대표는 2005년 서울국제요리경연대회 반가음식부문 금상 수상과 독일 퀼른 식품박람회운영, 2006년 일본 지바현 식품박람회 운영, 2012년 대한민국 국제요리경연대회 남북발효식품부문 대상, 2013년 대한민국 국제요리경연대회 향토음식부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 수상과 중국 상해 한국 떡 한과 문화축제 운영 등 화려한 수상과 운영실적을 이룬 인물이다. 동시에 한국통과의례연구원장, 세계 떡한과 협회 이사도 맡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10여 년 전만 해도 유아교육을 전공한 후 결혼해 25년간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았다는 점이다.
평범한 주부에서 국제적 요리연구가가 되기까지
오 대표는 2004년 코엑스에서 열린 음식전시회를 구경하다 떡의 아름다움에 놀라고 한국전통음식에 매료돼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소장 윤숙자 교수를 찾아갔다. 윤 교수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남한 측 답례만찬 책임자이자 전 세계 11개 지사를 운영하며 한국 음식의 세계화에 앞장서는 인물이다.
윤 교수와 함께 한식세계화 작업에 동참, 요리연구가 14인의 집안내림음식을 정리한 『팔도명가 내림음식』을 공동집필하고, 조선시대 최고의 고조리서 『규합총서』의 요리재현에 동참했다. 조선 중기 전순의가 집필한 식이요법 의서 『식요찬요』 연구와 연변음식 표준 레시피 작업 등 활발한 활동을 현재까지 이어나가고 있다.
오 대표는 “음식 공부를 하다 보니 십 년이 금방 갔다. 요리한다고 내세우긴 부끄러운 경력이다. 꾸준히 공부해야할 분야임을 느끼고 개인적으로도 학회를 조직하여 연구하고 전시회와 집필 활동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60세가 된 지금도 와룡동 전통음식연구소에서 학점은행제로 조리학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한류열풍의 숨은 주역
오 대표는 윤 교수를 주축으로 요리연구가들과 10여 년 전부터 드라마 ‘대장금’ 열풍과 함께 한류음식문화 전도사로 유럽, 일본 등에서 활동했다. 음식박람회 한국관에는 기와집을 설치하고 전통의상 입고 한국궁중음식을 전시하며 한국을 알렸다. 독일과 일본 전시 후 사인회에 1시간씩 줄서서 사인을 받아 가는가하면, 한번에 5~600명씩 하루 3회에 걸쳐 3박 4일 시식회도 가졌다. 당시 전시회를 성황리에 치르며 한식의 인기를 실감했다.
오 대표는 “궁중떡볶이, 김치전, 두부김치가 인기 있었다. 한국음식세계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농림부와 농축산 유통공사협찬으로 오랜 기간 국가가 함께하는 행사였다. 이런 문화적인 활동이 국가위상을 높여 외국의 교포들에게 큰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음식은 세계가 인정한 건강식
지금 우리는 서양의 자극성 있는 패스트푸드를 먹고 있지만 서양에서는 한국음식이 건강식으로 알려져 있다. 점점 간편하게 변화하는 현대 식문화가 안타깝다는 오 대표는 성남지역 음식전문가들과도 성남아트센터 사랑방모임 ‘이야기가 있는 밥상’에서 약선음식을 공부하고 있다. 혼자 있으면 약하니 모여서 같이 읽고 만들어 보자며 작년부터 책 한 권을 가지고 이론공부와 비디오 공부도 하고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금은 사시사철 과일과 채소를 먹을 수 있지만 옛날에는 그러지 못했기에 정과로 만들어 먹던 조상의 지혜에 놀라게 된다. 한식의 매력은 재료와 조리법의 다양함에 있다. 슬로바키아에서 외교관 관저의 요리사로 2년을 살면서 유럽 여행을 하며 유럽의 음식과 축제를 접했다. 우리처럼 한 식물의 뿌리, 껍질, 잎 ,열매를 모두 활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또, 산과 들의 풀을 다양하게 요리해 먹는 나라도 찾기 힘들었다.
“한국은 기후가 좋은 금수강산이라 식물재배가 잘 되고 선조들의 지혜로 먹어서 병을 치료하는 굉장히 특별한 나라이다. 『식요찬요』에 보면 질병에 좋은 요리법이 나온다. 주변에 흔히 접할 수 있는 쌀도 밥, 죽, 미음 등 다양하게 활용한다. 공부하다 보면 식재료에 감사하는 마음, 좋은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고 한다.
오 대표는 “요즘엔 배달과 외식 등 내 것보다 남의 것, 편리함을 선호하는 정서 때문에 제대로 된 집 밥 먹기가 힘들어지고 있다”며 “가족이 모두 모여 제철음식으로 절기에 맞춰 백리 안에 나는 음식으로 절식만 지켜도 화목해지고 건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역 주민과 나누는 한식의 참 멋과 맛
우리나라의 모든 예식에는 모두 다른 상차림이 있다. 오 대표는 한국통과의례연구원장으로서 잊혀져가는 전통인 돌, 백일상과 성인식, 폐백과 이바지인 혼례음식, 제례음식을 연구하고 보여주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구체화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또한, 성남아트센터에서 다문화가족에게 떡을 가르치기도 했고 문화재청 산하의 문화재보호재단 ‘한국의 집’에서는 외국인에게 김치를 가르쳤다. 예랑에 오는 손님들에게 장아찌와 발효식품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는데 가능하면 아낌없이 전수한다. 장아찌는 단백질이 많은 간장으로 담가 영양도 풍부하다고 한다.
올해는 요리연구모임에서 연구한 내용을 전시회로 정리하고 내년 즈음에는 혼자 만들기 쉽지 않은 장 만들기, 김치 등 절기에 맞는 음식 만들기를 가르치기 위해 광주 퇴촌에 연구공간을 마련해 보고자하는 소망이 있다고 한다. 우리 음식을 사랑하고 연구하고 계승하고 발전시켜 전 세계 모두와 나누려는 그의 큰 뜻이 꼭 이루어지길 소망해본다.
이지윤 리포터 jyl2011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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