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지역 일반고 ‘학생부종합전형’ 합격사례 1

꿈과 끼, 학교 안에서 풀어낸 그들의 스토리

지역내일 2015-01-27

입시 간소화 정책에 따라 올해부터 수시는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논술전형, 특기자전형으로 선발한다. 그 중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은 교과 성적 이외에도 동아리, 봉사활동, 진로활동 등 학교생활을 중심으로 학생이 자신의 꿈과 끼를 어떻게 펼쳐나갔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전형이다. 다면적인 평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특히 상위권 대학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의 선발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학교 밖에서 이루어진 어떤 활동도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에 기재할 수 없고, 비슷비슷한 학교활동 안에서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는가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정량적으로 수치화된 성적이 아닌 정성적인 평가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선발기준이 모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합격한 선배들의 사례를 들어보는 것은 그래서 더욱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2015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합격한 분당지역 일반고 선배들의 스토리를 들어보자.


유지윤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합격한 서현고등학교 유지윤
“좋아하는 영어를 다양한 학교 활동에 녹여냈습니다”


영어말하기 강점에 다양한 시사문제 접목시키다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말하기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 영어실력을 기반으로 발표와 토론을 좋아하는 강점을 학교 교과와 비교과 활동으로 풀어낸 유지윤 양. 올해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합격하면서 국제금융인이라는 꿈의 첫발을 성공적으로 내딛게 되었다.
“중학교 때부터 정치외교학과로의 진학을 꿈꿨어요. 해외 연수나 유학 경험이 없었지만 유난히 영어를 좋아하고 잘해서, 각종 디베이트대회, 영어연설대회 등에 자주 출전했죠. 좋아하는 것이라서 공부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그냥 즐겼던 것 같아요.”
토론은 단순한 말하기가 아니다. 토론을 통해 다양한 사회 문제들을 다루면서 특히 경제, 정치, 국제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유 양. 서현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동아리와 스터디그룹 활동을 통해 경제 분야에 대한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루었다.
“특히 경제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컸는데, 사탐과목 중에서는 경제과목을 정말 재미있게 공부했어요. 내신이나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교과서에서 알려주지 않은 내용들을 실물경제와 연결시켜 이해하고 확장하고 싶어 친구들 4명을 모아서 스터디그룹을 만들었습니다. 주로 경제 이슈를 다룬 신문기사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작업이었죠.”


카카오게임 흥행요인, 경영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논문발표
‘한국인의 심리적 특성을 통해 본 카카오게임 흥행요인 분석’은 유 양이 서현논문탐구대회에 제출한 논문제목이다.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카카오게임을 경제와 경영학적 관점에서 분석해 본 것.
“1분 남짓한 초단순 게임에 저를 비롯해서 주변 사람들이 왜 빠지게 되는지가 궁금했어요. 카카오는 프로가 아니어도 운이 좋으면 1등을 할 수 있는 ?쉬운 게임이거든요. 언제나 손에 쥐고 있는 폰으로 할 수 있다는 점, 익명의 유저가 아닌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은 관계를 중시하는 한국인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고요. 또 인간의 사행심이나 경쟁심리 등 심리적 문화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결론을 내놓았습니다.”


영자신문부 동아리와 영어 재능기부 수업 봉사활동 연계
영어말하기대회, 영어쓰기대회 등 영어 관련 교내대회에 꾸준히 참여한 유 양. 고등학교 내내 서현고의 전통 있는 동아리 영자신문부 ‘일레’에서도 활동했다. 2학년 때는 동아리부장을 맡아 다양한 활동을 주도적으로 기획하기도 했다고. 어떤 동아리를 했는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활동을 어떻게 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유 양은 말한다.
“기자가 되어 우리 주변의 문제를 찾아 취재하기도 하고, 탈북문제, 시리아 내전 문제 등 각종 시사문제에 대한 논평이나 칼럼 쓰는 일을 주로 했어요. 회장으로서 조직을 잘 이끌어 나갔다는 평을 친구들과 선생님들께서 해주셨습니다.”
봉사활동 역시 좋아하는 영어를 활용했다. 판교청소년수련관 나눔 행사 프로그램에 참여해 교육활동계획서를 작성해 채택되었고,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수업을 진행했다. 초등학생임을 감안해 공부보다는 활동중심으로 구성한 수업은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동아리 친구들을 모아서 시작한 일인데, 생각보다 일이 많이 늦어지니 이탈하는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친구들을 설득하면서, 한편으로 수련관에 몇 번이고 전화하고 찾아가 서 수업을 할 수 있게 이끌어냈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성실한 학생을 가장 선호하는 것 같아요. 나의 관심과 호기심, 재능을 학교 안에서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해보세요. 어떤 활동의 과정에서 배우고 느낀 것을 진솔하게 자기소개서에 풀어내는 것이 좋습니다. 비록 결과가 나빠도 부딪혀 좌절했던 경험도 그대로 진솔한 스토리가 될 수 있으니까요.”


이준영
고려대학교 정경학부 합격한 불곡고등학교 이준영
“‘사회적 경제’의 실현가능성을 찾아 나선 3년이었습니다”


쌓는 부 아닌 나누는 부, 사회적 기업을 만들겠다는 꿈
그라민 은행을 설립해 빈민들을 대상으로 무담보 소액대출 운동을 전개해 빈곤퇴치에 앞장 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무하마드 유누스’를 읽고 사회적 경제,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준영 군. 빈부격차의 확대로 나타난 불평등 시스템의 고착은 자본주의의 그림자이기도 하다. 이 군의 이러한 문제의식은 경제학과로의 진학을 꿈꾸게 했다.
“성장의 시기에는 부를 창출하는데 초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나눔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3년 동안 경제관련 동아리 활동을 하고 논문을 쓰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저는 ‘사회적 경제’라는 개념을 느꼈습니다. 가치창출을 통해 함께 부를 만들고 나누자는 흐름이죠. 부는 쌓는 것이 아니라 나누었을 때 그 파이가 훨씬 커지지 않을까요?”
이러한 사회적 경제 개념을 기반으로 장차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이 군의 고등학교 활동은 어땠을까? 신념이 확고하다보니 지나치게 경제에 초점을 둔 활동에 치중한 아쉬움이 있다는 이 군이다.


경제동아리, 모란시장 VS 이마트 채소 값 형성 과정 비교조사
경제동아리를 통해 증권사에서 주최하는 모의투자 시뮬레이션, 재래시장 VS 대형마트 가격차이 조사 등의 도소매시장 가격조사 활동 등을 펼쳐나갔다.
“동아리 활동하면서 다룬 주제 중에 ‘부는 어떻게 창출되는가?’ ‘돈의 흐름’ 등이 기억에 남아요. 동아리 활동은 교과서에서 다루기 힘든 심층적인 경제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줍니다. 모란시장과 이마트의 과일가격을 조사한 작업을 했었는데, 가격형성에 영향을 주는 유통과정과 마진율이 어떻게 되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결국 유통과정의 단순화가 해결과제더군요. 이 프로젝트는 우리 경제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와 딜레마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활동을 거듭할수록 경제는 단순하게 해결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이 군. 대기업 같은 큰 것에만 집중된 시스템이 많은 사회 경제문제를 발생시킨다. ‘유럽의 사회적 경제와의 비교를 통한 우리나라 사회적 기업의 모델 제시’라는 논문을 통해 이 군은 나름의 문제해결 방법을 고민해보기도 했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봉사활동하며 미래 기업 모델 그려
사회적 기업의 한 형태인 ‘아름다운 가게’. 사람들이 기증한 물품을 판매하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또 다시 기부하는 형태의 나눔을 실천하는 가게다. 사회적 경제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이 군은 아름다운 가게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물건을 정리하고, 판매하고 카운터를 보는 일이에요. 이 봉사활동은 논문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버려질 수 있는 물건들로 부를 창출할 수 있고, 이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그동안 ‘성장’과 ‘분배’는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생각의 방향에 따라 얼마든지 통합하고 융합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낀 활동이었습니다.”
소수가 아닌 다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고 이 군은 말한다. 하지만 다수의 생각만이 아닌 참여와 활동이 세상을 더 따뜻하게 만든다는 것. 이 군이 대학진학 후 더 공부하고 싶은 분야는 바로 ‘나눔을 확산하는 미래 기업의 모델을 만드는 것’이라고.


“학생부종합전형은 좋아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 관심 있는 것을 잘 살피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이런 것들이 뚜렷하지 않다면 막연하게라도 진로를 설정해 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학교활동은 거의 다 비슷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학사정관의 눈에 띄는 스토리는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은 학생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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