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이 말하는 예비 중1 가이드
교복·OMR카드·과목별 선생님 낯설어도 한 학기면 적응할 수 있어요
운동장을 차지하고 축구를 뛰던 6학년 형들도 중학교에 올라가면 수줍은 새내기가 된다. 어색한 교복에 이름표를 달고 낯설게 학교를 두리번거리는 모습이라니.
초등 시절 마지막 겨울방학을 보내는 6학년, 이른바 예비 중1 학생들은 앞으로 펼쳐질 이런 미래를 알고 있을까?
한 해 먼저 중학교에 올라가 살아 본 ‘형님’들에게 중학생활 가이드를 생생하게 듣기 위해 식사동에 위치한 양일중학교(교장 박의필) 1학년 1반 교실에 찾아가 보았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교복이 다르다
하얀 셔츠에 줄무늬 타이, 익숙하게 교복을 입고 있는 양일중 1학년 1반 학생들. 하지만 그들도 한 해 전에는 처음 교복을 입은 새내기 중학생이었다.
중학교에 올라가면 가장 먼저 적응해야 하는 일이 바로 교복입기다. 고재현 군은 “사복만 입다가 교복을 입는 것이 가장 새로웠다”고 말했다. 값을 낮췄다지만 여전히 교복은 20~30만 원 대로 비싸다. 대체로 한 벌로 생활하다 보니 주말이면 꼭 빨아 말려야 한다.
하지만 옷 고를 걱정 없고 예쁜 옷으로 꾸미고 다닐 필요도 없는 건 교복 생활의 장점이다.
선생님이 다르다
김재현 군은 “선생님들이 수업 시간마다 바뀌는 게 힘들었다. 다 가르치는 스타일이 달라서 적응하기 힘들고 이름 외우기도 어려웠다”고 새내기 시절을 돌아봤다.
초등학교에서는 교실 한쪽에 담임교사 책상이 있지만 중학교에 가면 조회나 종례 시간에만 잠깐 얼굴을 보기도 한다.
박민준 군은 “수업 시간에 집중하고 여러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활발하게 학교 행사와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아무래도 교사들에게 좋은 인상을 얻게 마련이다. 특목고 등을 염두에 둘 경우 학생들의 생활 태도가 학교생활 기록부와 교사 추천서에 영향을 주게 된다.
시험이 다르다
국수사과영 다섯 과목 치르던 시험과목이 중학교에 가면 열 과목 내외로 늘어난다. 시험 준비 기간도 길어진다. 시험일 발표가 나고 1~2주일 정도 준비하던 초등 시절과 달리 중학교에 가면 보통 한 달 정도는 시험 준비를 하게 된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한 학기에 두 차례 치르는 것은 대체로 비슷하나 답안을 적어 내는 방법은 크게 다르다. 중학교에 가면 OMR카드에 답을 체크해서 제출한다.
정상은 양은 “OMR카드를 잘못 써서 처음부터 다시 고쳐야 했을 때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모든 중학생 입학생들에게 OMR카드는 낯선 존재인 만큼 가능하다면 미리 연습을 해보는 것도 실수를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수업 집중 더 중요해
시험을 보는 과목이 늘어나는 만큼 평상시 수업에 집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김다빛 양은 “선생님이 얘기해준 부분이 시험에 잘 나온다”고 짚었다. 김기환 군도 “수업시간에 집중만 잘해도 점수가 잘 나온다. 아주 중요한 습관”이라고 강조했다. 그 외 다수의 학생들이 수업 집중의 중요성에 공감했다. 시험 보는 과목이 많은 만큼 짧은 기간에 모든 과목을 준비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양일중 학생들은 시간 관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고도영 군은 “시간을 잘 사용해라. 너무 핸드폰만 붙잡고 있으면 시간을 허비하게 되니 하루 스케줄을 세워 실천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밖에 중학교 때 갖춰야 할 습관으로 “수행평가를 꼼꼼히 준비하라”(두하윤 양), “운동을 꾸준히 해서 건강을 유지하라”(강나현 양), “잠을 충분히 자라”(다혜 양) 등이 있었다.
부모님이 변했다
중학생이 되니 부모님도 달라졌다. 한 학생은 “초등학교 때는 시험을 잘 못 봐도 잔소리로 지나갔는데 중학교 올라오니까 시험 전에도 엄격하게 공부 시키고 게임도 못하게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학생은 “성적이 떨어지면 부모님은 학원 더 보낸다며 혼낸다”고 속상해 했다. 중학교에서는 고교 입시 뿐 아니라 대학 입시에 대한 압박도 한층 커지는 만큼 학생들은 공부 스트레스에 더 노출된다.
이에 대해 양일중 박의필 교장은 “교육보다 양육이 먼저다. 부모 자녀 간 진솔한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의필 교장은 “초등 때 공부 잘 한다고 소문이 자자했다가 중학교 들어와 첫 번째 시험에서 크게 떨어지면 부모님도 실망하고 자녀도 실망한다. 하지만 자녀들도 공부 잘하고 칭찬받고 싶어 한다. 공감대를 잘 형성해서 대화하면 왜 안 되는지 방법이 나온다”고 조언했다.
6학년 겨울방학, 이것만은 꼭 해보길
6학년 동생들에게 조언을 해달라니 학생들은 “초등 때 점수에 목맬 필요 없다. 너무 열심히 하면 질리고 도움이 안 된다”면서도 “수학은 꾸준히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밖에 ▲수학 영어 선행은 한 학기 정도 미리 하면 편하다 (서세일 군) ▲포경수술을 중등 때 하면 힘드니 초등 때 미리하고 와라 (익명) ▲중학교 오면 많이 못 논다. 좋아하는 거 많이 하고 놀아라 (문건오 군) ▲염색이나 파마는 한 번 정도 해봐도 좋을 것 같다 (선찬 군) ▲책을 많이 읽어라 (김유빈 양) 등의 조언을 남겼다.
박남순 1학년 부장교사는 “중1은 새로운 시작이다. 초등학교 때 학습이나 실패한 것들은 아무것도 중요한 게 아니니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희망을 가지고 잘 해야겠다는 마음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예비중1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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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준 군
“중학교에는 여러 가지 활동들이 있어요. 그런 활동에 대비해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오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직업을 체험하는 활동을 통해 여러 경험을 쌓아보면 봉사 활동을 할 때도 적응을 잘 하게 돼요.”
사재헌 군
“중학교 올라오면 수학 과학이 어려우니 먼저 한번 훑어보는 게 좋아요. 자습서가 빨리 팔리기 때문에 미리 알아봐서 사두는 것도 좋고요. 교복은 조끼는 하나여도 되는데 셔츠는 흰 색이라 묻으면 신경쓰이니 2개는 사는 것이 좋아요.”
김재현 군
“초등학교 때 배우는 국어나 과학을 지나치게 스트레스 받으면서 공부할 필요가 없어요. 그래봤자 중학교 가면 더 새로운 내용을 배우게 돼요. 국어와 과학은 초등과 전혀 관계 없는 걸 많이 배워요. 중학교 와서 국어 수업을 듣는데 이런 게 있나 할 정도였어요. 너무 몰두하면서까지 공부하면 중학교에서 지쳐요. 놀고 싶을 때 자유롭게 놀았으면 좋겠어요.”
두하윤 양
“국어는 중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문학을 읽는 게 좋아요. 수학은 반 년 정도 선행하는 것이 도움 되고요. 중학교 오면 수행평가 기간이 있는데 몰아서 보니까 미리 준비를 차근차근 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중요해요. 수행평가 기간이 오면 하루에 한 두 시간 정도는 시간을 투자해서 대처하는 것이 좋아요.”
박선하 교사
“중학교 과정이 너무나 낯설기 때문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모든 학생들이 다 그래요. 적응하려면 한 학기 정도 필요해요. 2학기는 1학기와 패턴이 같으니까 1학기 때 선생님들이 해주는 설명을 잘 듣는 것이 가장 좋아요. 가장 어려워하는 건 친구 관계예요.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 자기 것만 아는 경향이 있는데 서로 어울리는 방법을 배우고 다른 사람에게 공감해주는 능력이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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