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좌고등학교 최은주 진로진학부장교사

진로 찾기는 행복으로 이어지는 밑거름

지역내일 2014-12-31

선생님과 진로찾기
오래된 영화 ‘씨네마천국’을 다시 보았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주인공 토토에게 마을의 영사기사로 일했던 알프레도 할아버지가 이렇게 말합니다. 
“각자에게는 따라야할 별이 있지.”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의 일을 사랑하렴.”
흔한 말처럼 들리지만 미래를 고민하는 토토에게 할아버지가 전하는 진심입니다. 우리에게도 알프레도 할아버지처럼 아이들이 자신의 별을 따라갈 수 있도록 진심을 전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아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기꺼이 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찾아 노력하는 학생은 행복하다



학생들 스스로 찾아가는 진로 역량 키우기에 주력
고3 담임을 하다보면 진학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대학을 잘 보내면 능력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대학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또 좋은 대학에 학생들을 진학시키기 위해 애를 쓰며 고3 담임 생활을 했다. 그러다 대학에 진학한 아이들이 학교를 그만 두고 재수 하는 모습을 보며 고민에 빠졌다. 명문대에 진학했다고 좋아했던 아이들인데, 1년도 안 돼 재수를 선택한 것이다. 반면 자신의 적성에 맞춰 대학에 간 아이들은 학교 간판을 떠나 대학생활의 만족도가 높았다. 그 고민 덕분에 2011년 진로진학 상담교사 연수를 시작하게 됐다. 600시간의 연수는 만만치 않았다. 그 땐 힘들기도 했지만 상담 교사로 활동해 보니 진로 진학 지도는 저마다 다른 아이들 개개인 맞춰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많은 노력과 공부가 필요하단 생각이고, 지금도 여전히 배워가고 있다.
학생들 개개인에 맞는 진로진학 지도가 중요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학교당 한 명 정도인 진로진학 상담교사가 전교생을 담당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학생들의 진로 역량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진로와 연관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진행해 볼 수 있도록 물적 인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학생들이 필요한 학교 내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고, 학습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면 또래친구 멘토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스스로 점검하는 시간을 통해 오류를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했다. 이런 과정들을 보고서로 제출하도록 해 학생생활기록부에 진로 성장 과정으로 기재해 주었다.
진로지도는 학생들에게 길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길을 찾아가도록 돕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보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잠시 조언해주고, 자신의 로드맵을 스스로 설계해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진로진학 교사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찾아 노력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결국 진로 찾기가 행복으로 이어지는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편견보다 아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봐주세요
법조인이 되고 싶어 했던 K는 가정형편이 어려웠다. 가난에 아픈 동생까지, 공부를 잘했지만 대학 진학을 생각할 수 없었다. K는 “어차피 안 될 걸 알아요”라는 말로 상담을 시작했다. 그런 K를 보며 법대에 진학한 제자들에게 멘토링을 부탁했다. 대학에 진학해서 받을 수 있는 장학 혜택이나 학교 활동에 대한 조언에 K는 희망을 갖기 시작했고, 법대에 합격해 공부하고 있다. 얼마 전 많은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다는 안부를 전해왔다. 진로진학 교사의 일은 집안 살림 같아 일이 끊이지 않고 분주하다. 큰 티가 나는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의 길을 찾아 묵묵히 꿈을 향해 걸어가는 학생들을 볼 때 마음이 뿌듯해진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잘 변하지 않는 편견이 바로 ‘공부를 잘하면 성공한다’는 것이다. 이 편견으로 인해 자신의 적성을 제대로 찾아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보고 싶어도 사회적 편견과 부모들의 반대를 두려워한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일수록 두려움이 더 크다. 그래서 학부모님들에게 아이들을 먼저 봐 달라는 당부를 드린다. 아이 보다 성적과 사회적 명예를 먼저 볼 때, 아이들의 행복은 멀어진다. 반면, 아이들의 모습을 먼저 봐 준다면 아이들은 자신의 적성에 맞는 꿈을 찾아 나서게 된다.
충남에 있는 신성대학교 제철산업과는 취업이 보장된 곳으로 3등급 정도의 학생들이 지원하는 학과다. 지원 성적이 되고 적성에 맞는 학생들에게 추천해 보지만 반대하는 학부모님들이 많다. 졸업 후 대기업 수준의 연봉에 취업까지 보장되는 길 보다 여전히 상위권 대학의 브랜드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졸업 후 아이가 무엇을 하며 즐겁게 살고 있을까를 생각한다면 답이 쉽게 나오는 결론이지만 부모의 욕심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이처럼 부모의 욕심이 투영된 진로는 어떤 길이든 어렵다. 아이 스스로 선택한 길은 힘들어도 이겨낼 수 있지만 부모가 선택해 준 길은 힘들면 부모를 원망하게 되고, 쉽게 포기하게 된다.


실패는 기회다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현실이지만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혼자 공부하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을 경우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또 주위에 나를 도와줄 사람을 찾아보며 문제 해결의 힘을 키워야 한다. 학교는 나를 도와 줄 선생님과 친구가 있는 곳으로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고 혼자 공부하는 힘을 키우는 왕도다.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입학사정관들이 보는 것은 어려움이나 실패를 극복한 경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해 온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실패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고민하며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성장한다. 실패를 실패로 보지 말고 기회라고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스스로 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실패해도 오히려 축하해 주는 환경에서 아이들은 잘 클 수 있다고 믿는다. 프로야구에서 3할 타자면 성적이 좋은 선수다. 열 번의 기회 중 세 번을 잡은 것으로 일곱 번은 실패했는데도 말이다. 실패를 경험한 자녀에게 “너는 끝났어”가 아니라 “성장의 기회가 찾아온 거야”라고 말해주는 부모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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