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곡중학교 장애우 카페 ‘늘솔마루’

학교 기업으로 만들어 일하는 보람 알게 하고파

지역내일 2014-12-31

학교 안 장애우 카페를 찾아서-‘호곡중학교’, ‘국제컨벤션고등학교’
“커피 향 가득한 장애우 카페, 세상과 마주할 힘을 키워요”


학교 안에 아담한 장애우 카페가 들어섰습니다. 이곳에서는 특수학급 학생들이 직접 구워낸 빵과 차(茶)를 팔고 있는데요. 학생들은 동글동글 밀가루 반죽을 둥글리고, 은은한 커피를 손수 내리면서 세상과 마주할 힘을 조금씩 키워가고 있었습니다. 장애 학생들의 직업능력과 자립의지를 키워주고 있는 호곡중학교와 국제컨벤션고등학교의 장애우 카페를 찾았습니다.
남지연 이남숙 리포터




호곡중학교(교장 김영선)에는 장애우 카페 ‘늘솔마루’가 있다. 지난 해 문을 연 늘솔마루는 ‘늘 푸른 소나무처럼 푸른 아이들이 되라’는 마음을 담았다. 현재 호곡중학교의 특수학급인 상록수반 12명이 꾸려가고 있다. 이원철 특수교사는 “늘솔마루는 특수학급 학생들이 커피와 빵을 직접 만들어 팔며, 희망을 일구는 곳”이라며, “우리아이들이 빵과 커피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에 나아가는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늘솔마루 카페는 한 달에 두 번 금요일마다 연다.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약 130개의 빵을 만들고, 예쁘게 포장도 한다. 지금껏 팥빵, 롤 케이크, 에그타르트, 마들렌, 피낭시에 등 다양한 빵을 만들었다. 메뉴개발은 제과제빵 자격증이 있는 이미숙 교육지도사가 책임지고 있다. 빵과 함께 준비하는 음료는 직접 내린 핸드드립 커피와 코코아, 핫 초코 등이다. 모든 메뉴는 1000원이고, 주로 교직원을 대상으로 판매한다.
“특수학급의 직업교육을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말에 교장선생님께서 흔쾌히 오븐기를 사주셨어요. 학교의 적극적인 지원과 믿음, 감사합니다.” (조동건 특수교사)
호곡중의 특수학급은 이원철 특수교사, 조동건 특수교사, 이미숙 교육지도사, 김말숙 교육지도사가 맡고 있다.



실습능력과 자립의지 키워
빵을 만드는 솜씨는 몰라보게 좋아졌다. 일일이 손이 갔던 작년과 달리 지금은 80%이상을 학생들 힘으로 해내고 있다. 반죽을 40g씩 떼어 둥글리기를 하고, 가위로 잘라 모양도 뚝딱 빚어낸다. 조심조심 토핑을 올리는 일도 꽤 능숙해졌다. 
“기술적인 실습능력 향상은 물론 직업 소양의식도 갖게 됐어요. 아이들 스스로 뭔가를 이뤄갈 생각을 한다는 게 뿌듯해요. 앞으로도 아이들의 모습을 바로 보고, 느리더라도 부족한 면을 제대로 채워줄 수 있도록 하려고요.”(조동건 특수교사)
카페가 열리는 금요일에는 모두 사원증(명찰)을 달고, 사회인으로 활동한다. 직접 커피를 내리기도 하고, 주문접수와 서빙을 하기도 한다. 손님을 맞이하는 자세도 자연스러워졌다.
카페에 들른 박경화 국어교사는 “가끔 오는데, 빵을 만들어 직접 파는 아이들이 기특하다”며, “오늘 나온 에그타르트가 너무 맛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모인 늘솔마루의 수익금은 장학성금으로 귀하게 쓰이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암투병중인 재학생을 돕기도 했다. 모두에게 희망을 전한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장애우 카페는 장애 학생들이 일하는 기쁨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곳이에요. 앞으로 장애우 카페를 학교 기업으로 운영해 보고 싶어요. 학생들에게 땀의 대가, 노동의 대가를 월급으로 돌려주고, 체계적으로 꾸려갔으면 해요.”(이원철 특수교사)




>>>미니인터뷰



왼쪽 뒤부터 김말숙 교육지도사, 이원철 특수교사, 박경화 국어교사, 이미숙 교육지도사, 조동건 특수교사


이원철 특수교사
처음 빵을 만들 때 ‘과연 이게 될까’하는 걱정이 앞섰어요. 근데 시작을 하니까 어떻게든 끝을 내는 아이들을 보고 뭉클했죠. 보람이라면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가서 성과를 냈을 때에요. 졸업생 2명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왔을 때, 무척 기뻤어요.


조동건 특수교사
늘솔마루에서는 좋은 재료만 사용해요. 맛과 모양이 소박하지만, 다들 기꺼이 사가세요. 11시가 되기도 전에 다 팔린다니까요. 그럴 때면 아이들도 행복하고, 그런 아이들을 지켜보는 우리도 신이 나요. 아이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기를 바라요.


강상우 학생(3학년 6반) 



바리스타가 되는 게 꿈이에요. 집에서도 매일 아빠한테 커피를 타드리는데요.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서 돈도 벌고, 저금도 하고 싶어요. 그리고 빵을 직접 만드는 게 재밌고, 선생님과 함께 해서 기분이 좋아요.


편빈 학생(3학년 3반) 



오늘은 서빙을 담담하고 있어요. 주문서에 이름과 메뉴를 꼼꼼하게 적어야 해요. 꿈은 제과제빵사가 되는 건데요. 반죽이 힘들기는 해도 빵이 만들어지는 게 신기해서 케이크와 쿠키, 부드러운 크림빵을 만들고 싶어요.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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