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육아의 달인 이혁호씨

아이와 함께 한 시간만큼 세상이 넓어져요

지역내일 2014-12-26

‘슈퍼맨이 돌아왔다’, ‘아빠 어디가’ 등, 요즘 TV 예능은 아빠들의 육아가 대세다.
엄마들의 일로만 여겨졌던 육아에 아빠들이 참여하면서 좌충우돌 실수가 이어지고, 때론 건장한 체격의 아빠들도 한 두시간만에 넉 다운 될 만큼 육아의 힘겨움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아빠와 함께 살을 부딪고, 밥을 먹고, 놀이를 하면서 가족이라는 끈끈한 유대를 만들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추억을 함께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는 흐뭇한 미소와 함께 공감을 하게 된다. 이처럼 아빠육아의 긍정적 시선이 높아지는 이즈음 당당히 ‘아빠육아의 달인’임을 자처하는 젊은 아빠가 있다.
아이의 탄생 이후 23개월이란 시간동안 오롯이 육아에 참여해 왔다는 이철호(32)씨가 그 주인공이다. 웬만한 주부보다 육아정보에 훤하고, 육아일기를 겸한 블로그를 운영해오며,  주부커뮤니티에도 참여해 생생한 정보를 나눈다는 주원이 아빠. 일명 ‘개코 아빠’란 닉네임으로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는 그를 만나보았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개코


“아이가 태어나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어요. 아이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서 과감히 프리랜서를 선택했지요.”
주원이가 태어나기까지 13시간 진통과정 내내 아내 곁을 지켰고, 분만실은 물론, 아이의 탯줄도 직접 잘랐다. 여기까지는 요즘 신세대 아빠라면 기본에 속한다 하더라도 육아를 함께 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기까지의 결심은 쉽지 않았을 터. 하지만 혁호씨는 고민이 크지 않았다고 단호히 말한다.
“제가 체육을 전공하고 유아 체육 강사로 10년을 일하면서 느낀 점이 있어요. 아이들이 엄마손 잡는 건 당연하게 여기는데 간혹 아빠와 오는 날은 손잡는 것도 어색해하고 심지어 손잡기를 거부하는 아이도 있더라고요. 그 모습에 조금은 충격을 받았어요. 나는 아이와 그런 서먹한 관계는 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하는 계기가 됐죠.”
이후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게 되었고, 아내와 혁호 씨를 반반씩 빼닮은 주원이가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육아에 참여하게 됐다.
다행히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틈틈이 아이들 인라인스케이트이나 스키강습 등의 일을 병행할 수 있어 가장으로서의 역할과 책임도 이어갈 수 있었다.


육체적으로 힘든 청소와 목욕, 몸 놀이 등으로 육아 함께 해
그렇게 엄마와 아빠의 공동(?)육아로 현재 23개월이 된 주원이는 채 두 돌도 안 된 아기지만 3~4살로 보일만큼 발육이 빠른 편이다. 혁호씨는 전신 스트레칭과 발마사지를 꾸준히 해줬던 결과라며 자칭 뿌듯해 한다.
이젠 어느 정도 안정된 육아의 단계에 진입했지만 혁호씨 역시 좌충우돌, 초보아빠의 실수와 과정을 밟아왔다고 말한다.
“육아일 중에서도 가장 난감했던 건 똥 기저귀를 가는 일이었어요. 넘치다 못해 등을 타고 올라올 만큼 우람한(?)양의 기저귀는 솔직히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그것과 더불어 잠투정을 할 때 아빠보다 엄마가 재울 때 더 편안해 하는 걸 보면서 아빠 육아의 한계를 알게 됐다는 혁호씨.
“제가 아무리 많이 알고 정보가 많아도 결국 아이가 어릴 땐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따로 있더라고요. 그렇다면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육아를 해야겠구나 싶었죠. 이래저래 아내육아를 코칭하거나 도와주겠다는 어줍지 않은 마인드가 아니고요.”
이후 자연스럽게 육체적으로 힘이 든 청소와 아이목욕, 그리고 아이의 성장 발육에 좋은 대근육 운동놀이나 성장 마사지 등을 집중적으로 하게 됐단다.


드라마틱한 성장 과정 함께 할 수 있어 행복
또 하나 내향적인 아내와 달리 활동적이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혁호씨는 주원이가 자라는 과정을 기록하고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육아일기 형태의 블로그를 운영해왔다.
‘개코 아빠의 육아블로그’에 주원이의 하루하루 성장과정을 올리던 중 우연히 그의 블로그를 본 방송 작가들에게 연락이 오고, 한번 출연을 계기로 다른 프로그램에 이어지면서 아빠육아의 달인으로 조금씩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는 그.
그렇게 활동범위가 넓어지면서 보건복지부 ‘100인의 아빠단’이라는 육아모임 4기 회원으로도 활동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혁호씨는 엄마들 육아모임에도 참여해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정보교류와 육아노하우를 함께 나누고 있다. 워낙 사교성이 좋아 스스럼없이 청일점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아이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선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말처럼 혼자만의 육아가 아닌 초보엄마, 아빠들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협력과 의지를 함께 나눌 필요가 있다고 혁호씨는 강조한다. 이어 그는 퇴근 후 아이와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모르겠다는 아빠들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부딪혀보라고도 조언한다.
“아이 눈높이에서 시작하면 됩니다. 아이가 무얼 원할까, 무얼 좋아할까 들여다보면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가 보이죠. 결국 부성애는 아이와 함께 한 시간만큼 자란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일생 중 가장 드라마틱한 성장이 일어나는 영유아기.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이 눈에 보일 만큼 어제 못했던 것을 오늘 하게 되고, 또 그것을 놓치지 않고 매일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는 혁호씨. 육아가 힘이 들 때도 많지만 아이의 성장과정에 함께 할 수 있어 고단함을 뛰어넘는 무한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요즘 드라마 ‘미생’을 보면서 직장생활의 고단함을 이해하듯이 아빠들도 육아에 직접 참여해봐야 만만한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어요. 하루에 단 20분 만이라도 아이와 눈을 맞추고 육아에 참여해 보시기를 권하고 싶어요. 세상이 달라질 겁니다.”
문의 010-2628-5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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