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망치는 안이한 학습태도

지역내일 2014-12-22

여기서 말하는 ‘안이한 학습태도’란 ‘수학공부시간이 부족하다’거나 ‘문제집을 몇 권 못 풀었다’처럼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수학공부에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문제집의 권수를 늘렸음에도 여전히 수학성적은 나오지 않는 학생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공부를 안 한 것도 아니고 나름 열심히 하였음에도 성적이 오르지 않게 되고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느끼게 되는 좌절감은 커진다. 이러한 학생에게 ‘더 열심히’ ‘더 많이’를 외쳐봐야 지치기만 할뿐 상황이 호전되진 않는다. 적당히 암기하고 적당히 이해하는 ‘안이한 학습태도’는 수학공부 전반에 걸쳐 여러 가지 모습으로 발견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정의의 중요성 간과


 수학공부는 정의의 정확한 암기로부터 시작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 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학원에 새로운 학생이 오게 되면 그동안 수학공부를 어떻게 해왔는지 살펴보기 위해서 배운 범위 내에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절대값의 정의는 무엇인가?’ ‘수열의 정의는?’ ‘소인수의 정의는?’ ‘가우스기호의 정의는?’ ... 등등 이러한 질문에 막힘없이 정확하게 답하는 학생은 현재의 성적에 관계없이 수학을 잘하게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판단하며 반면 정확하게 답하지 못 한다면 현재 성적이 상위권이라고 해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많은 수학교육 전문가들이 정의의 중요성을 강조함에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수학은 정의의 학문이다’라는 명제는 수학자들이 말하는 참인 명제에 불과하지 당장 내 수학점수를 올리는데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이다. 중요성만 강조했지 왜 중요한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의 입장에서 정의의 중요성을 말해보자면 우선 정의의 주요용도는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된다.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를 만났을 때 우선적으로 떠올려야 하는 게 정의인 것이다. 정의로부터 보다 빠른 문제 해결전략이 수립되는 것이다.


유형별문제 학습의 맹점


 예를 들어 문제 중에 ‘소인수’ ‘양의 약수’ ‘지표’ ‘가수’ ‘미분가능’...등등 수학용어들이 등장하면 이들의 정의와 그에 따른 성질들이 줄줄이 연상되어야 한다. 그래야 문제해결전략을 세울 수 있으며 최단시간에 풀 수 있는 풀이법도 떠올릴 수 있는 것이다.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를 만났을 때는 이문제가 어떤 단원에서 나왔으며 문제에서 직 간접적으로 사용하는 수학용어의 정의와 그에 따른 성질을 모두 찾아 증명하고 복습하는 과정을 부단히 연습해야만 한다. 그래야 낯선 문제도 당황하지 않고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수준까지 오르게 된다. 이것이 바로 개념중심의 학습법이며 수학공부의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기는 만만치 않다. 그래서 많은 수학학원과 참고서들이 택하는 ‘안이한 학습태도’의 다른 이름이 바로 ‘유형별 학습법’이다.
 사고하기를 게을리 하는 학생들과 수학점수를 당장 몇 점이라도 올려야하는 학부모님들의 입장과 단기간 성과를 내야하는 학원입장에서는 유형별 학습법만큼 좋은 게 없다. 비슷한 문제끼리 유형을 세분화하여 묶어 놨으니 대표문제 하나 풀어주면 나머지 문제는 마치 학생 스스로 풀어낸 듯 한 착각을 줄 수 있고 단기간에 조금이라도 점수가 올랐으니 학부모님에게 생색이라도 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인기 많은 인터넷강사의 강의와 많이 팔리는 참고서를 살펴보면 거의 이러한 유형별학습법을 고수하고 있다. 단원별 대표유형문제를 큰 카테고리로 묶는 것 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유형을 세분화하여 분류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첫째 수학교육 본연의 목적인 사고력향상을 크게 방해한다. 사고력과 추론능력을 요구하는 수능에서의 고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최근 중요성이 부각되는 수리논술은 아예 대비 불가능의 상태로 만든다.  
둘째 문제마다의 풀이법을 외우는 식이 되어 학습부담이 크게 늘어나 공부를 할수록 오히려 수학이 어려워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셋째 고난도의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지만 아주 쉬운 문제에서도 실수가 잦아진다. 아무리 간단해 보이는 문제라도 문제를 정확히 읽고 독해를 거쳐 문제풀이에 임해야 함에도 겉보기에 유형이 비슷해 보이면 같은 풀이를 적용한 결과이다. 이런 걸 기계적인 풀이라고 한다.


글을 마치며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몇 가지 당부사항을 전하며 글을 마칠까한다. 대충 적당히 공부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의를 정확히 말하고 정리를 증명할 수 있고 문제풀이의 근거를 명확히 하여 남들에게 본인 스스로에게 설명할 수 있으면 된다. 이 과정을 꾸준히 연습하자. 그러면 어느 순간 수학의 전체 구조가 눈에 들어오는 짜릿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한 경험은 앞으로의 인생에서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건투를 빈다.



일산 용수학 김용신 원장
문의 031-901-3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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