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국악은 흥(興)이 있다. 그 소리를 듣고 있자면 절로 어깨가 들썩이고, 신이 난다. 최근엔 국악소녀 송소희양의 등장으로 국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구성진 민요를 뽑는 앳된 소녀의 모습에서 우리는 우리 소리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
벽제초등학교의 한인순 교장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며, “국악 교육은 국악인재 발굴을 넘어 문화적 소양을 기르고,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심어준다”고 말했다. 2014년 국악특성화학교로 지정된 벽체초등학교(교장 한인순)를 찾았다.
민요부터 판소리까지, 얼쑤
벽제초등학교 다목적실에서 흥겨운 소리가 들린다. 20명의 학생들이 장구 장단에 맞춰 제주 민요 ‘너영나영’을 열창하고 있다. 민요의 한 구절 한 구절마다 마음을 흔드는 울림이 전해진다. 이창혜 지도교사는 “국악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우리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스스로 학습하는 태도가 길러졌다”고 말한다.
국악특성화반에서는 국악의 전반적인 이론부터 민요 부르기, 장구 장단, 단소, 판소리 맛보기, 전통음악감상까지 아우른다. “민요를 잘 부르기 위해서는 우리 전통음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고, 많이 듣고, 부르는 게 중요합니다.”
단소는 개인별 맞춤 교육을 한다. 초급은 동요를 배우고, 중급은 홀로 아리랑, 고급은 ‘갑돌이와 갑순이’를 연주한다. 학생들이 가장 자신 있게 부르는 민요는 ‘너영나영’과 ‘개타령’이다. 국악 특성화반은 3,4,5,6학년 20명으로 구성했다. 수업은 화요일, 금요일 주 2회로, 100분 동안 진행된다. 한국예술진흥원(아르떼) 소속 정현미 국악 강사가 책임지고 있다.
자신감과 협동심 키워
학생들은 민요를 부르며 자신감이 생겼다. 민요는 떠는 소리, 꺾는 소리, 흘러내리는 소리를 잘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자신감이 중요하다.
“평소 부르던 노래와 다르기 때문에 처음엔 소극적이었어요. 민요를 알아가면서 우리 가락에 눈을 뜨고, 자신감을 가지게 됐지요.”
단소 연주는 인내심을 기르게 했다.
“단소를 처음 배우는 친구들은 단소 운지는 잘하지만, 소리가 나지 않아서 힘들어했어요. 한 달 넘게 거울을 보고, 입 모양과 단소의 위치를 바꿔가며 연습하고서야 소리가 났죠.”
또,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됐다. 4명씩 한 모둠이 되어 연습을 하기 때문에 선후배간의 정이 돈독해졌고, 협동심도 생겼다. “장구 치며, 민요를 부를 때는 고학년들이 동생들을 챙겨주고 장구연주도 가르쳐 줍니다. 참 예쁘고, 뿌듯한 모습이지요.”
작은 ‘국악 연주회’ 열어
지난 7월 14일에는 국악 연주회를 열었다. 한 학기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뽐낸 시간이었다. 아리랑과 독도는 우리 땅 단소연주로 시작한 연주회는 밀양 아리랑, 개 타령, 너영나영, 강강술래 등 신명나는 우리 민요로 이어졌다.
“시간 내서 연습하는 게 힘들었어요. 방과 후에 아이들이 바빠서요. 국악 수업이 끝나고 팀별로 연습을 했어요. 몇몇 친구들은 중간놀이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자신의 연주곡을 연습하기도 했고요.”
연주회의 반응은 뜨거웠다. 연주가 끝날 때마다 힘찬 박수와 격려, 환호성이 터졌다. 국악특성화반 회장 구주현 학생은 “단소 소리를 아름답게 내는 게 쉽지 않았지만 아이들과 한마음으로 연주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2학기에는 지역 어르신을 찾아가, 국악 연주회를 열 계획이다.
미니인터뷰 서정인 교감
우리 전통음악을 배우면서 아이들이 달라졌습니다. 기능을 익히는 것은 물론 정서적인 안정과 문화 예술적 소양을 기르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지요. 인성교육에도 좋고요.
미니인터뷰 이창혜 교사
선물과도 같은 시간이었어요. 아이들이 우리 음악과 함께 행복해하고, 자신감으로 채워지는 모습에 뿌듯했죠.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하는 ‘연주회’로 인성교육에 더욱 힘쓸 생각이에요.
학생 인터뷰 1
구주현 학생(6학년 2반)
장구 치고 노래하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됐어요. 그리고 국악만큼 한국을 알리는데 좋은 게 없는 거 같아요. 국악이 지루하다는 편견을 버렸으면 해요.
임혜빈 학생(5학년 1반)
K-POP을 자주 불렀는데, 지금은 저도 모르게 민요가락을 흥얼거리고 있어요. 국악연주회에서 사회를 봤던 게 기억에 남아요.
계유민 학생(6학년 2반)
아빠가 국악 작곡가(계성원)셔서 국악에 관심이 많았어요. 우리나라 사람으로 태어나 우리 음악인 국악을 아는 건 중요한 거 같아요.
학생 인터뷰 2
민영진 학생(6학년 1반)
국악 연주자가 꿈이에요. 4학년 때부터 가야금을 배우고 있는데요. 국악 연주회에서 가야금 독주하면서 긴장감 대신 자신감으로 꽉 채워졌어요.
민준형 학생(4학년 2반)
우리 친누나랑 같이 국악을 배워서 좋아요. 저는 소금을 배우고 있어요. 국악 연주회 때 갑돌이와 갑순이 단소연주를 했는데, 박수를 많이 받았어요.
학생 인터뷰 3
박희원 학생(5학년 3반)
한 학기 동안 배운 것을 사람들 앞에서 연주해서 좋았어요. 요즘기분이 좋을 때면 민요를 불러요. 개 타령을 불러주면 여동생이 좋아해요.
박은후 학생(3학년)
단소가 재밌어요. 학교 숲에서 단소를 연주할 때는 정말 기분이 좋아져요. 아리랑이랑 비행기를 연주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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