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에 우르르 교문을 들어서던 학생들의 모습이 지난 9월 이후 달라졌습니다. 9시 등교 전면 시행 때문입니다. 환영과 우려가 엇갈리는 가운데 학교의 아침은 점차 활기차게 변하는 듯합니다. 저현고 하진수 교사는 “30분 늦춰졌을 뿐인데 피곤해 하는 학생들이 줄어들고 활발해진 게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교하고 최광보 교감도 “9시 등교를 시작할 때 우려가 많았지만 시행하고 보니 아이들이 더 생기 있는 모습으로 수업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현고 1학년 최수빈 양은 “아침잠이 많은 편인데 9시 등교로 바뀌니 덜 피곤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학생들은 점심시간이 1시간 뒤로 늦춰진 것을 아쉬워했습니다. 프로그램 운영이 교사의 부담으로 남겨지는 것도 고민거리입니다. 이에 대한 교하고 윤석오 교사의 말은 한 번쯤 짚어볼 만합니다.
“학교가 알아서 해주기만 바라면 결국 학생들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원하는 프로그램을 적극 요구하고 학교는 가능한 수용하면서 함께 만들어 가면 좋겠다.”
윤 교사의 말처럼 변한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들을 찾아보았습니다. 9시 등교 이후 달라진 학교 풍경, 함께 둘러보시죠.
안곡초등학교 음악 프로그램 ‘악기야 놀자’
우쿨렐레 연주로 하루가 즐거워요
안곡초등학교(교장 최종경)는 신나는 우쿨렐레 연주로 하루를 시작한다. 9시 등교가 시행되면서 조기 등교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음악 프로그램 ‘악기야 놀자’를 운영하고 있는 것. ‘악기야 놀자’는 지난 8년 동안 우쿨렐레와 드럼, 난타를 가르쳐 온 최종경 교장이 책임지고 있다. 최종경 교장은 “악기야 놀자는 일찍 등교해야 하는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안정과 음악적 특기신장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악기야 놀자’에서는 매일 아침 우쿨렐레를 연주한다. 그동안 ‘곰 세 마리’, ‘올라간 눈’, ‘당신은 누구십니까’, ‘준비됐나요’, ‘모두 제자리’, ‘올챙이와 개구리’, ‘똑같아요’, ‘캉캉’ 등 많은 곡을 배웠다. 현재 1,2,3,4학년 학생 20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오늘은 ‘뽀뽀뽀’를 연주하는 날이다. 학생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화음 코드를 짚으면서도 자세에 흐트러짐이 없다. 평소 ‘소리가 안 나도 좋으니 코드를 정확히 잡고, 바른 자세로 연주하라’는 최종경 교장의 주문이 있어서다.
안곡초 학생들은 이렇게 우쿨렐레를 연주하면서 행복에너지를 얻고 있었다. 누구보다 즐겁고 기분 좋은 얼굴로 아침을 맞이했다. 대통령이 꿈이라는 김주형 학생(3학년 4반)은 “악기를 신나게 연주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고, 하루가 즐겁다”고 말한다. 윤진우 학생(1학년 5반)은 “우쿨렐레연주가 너무 재밌다”고 말한다.
아낌없이 주는 프로그램인 안곡초 ‘악기야 놀자’는 방학에도 계속 된다.
오마중학교 ‘과학 토론반’
과학지식은 물론, 논리적인 사고력도 키울 수 있어요
이른 아침, 오마중학교(교장 박경순) 과학실은 배움의 열기로 가득했다. 8시가 되기도 전인데, 학생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 꽤나 진지했다.
과학 토론반을 이끌고 있는 김균영 과학 교사는 “과학토론반은 학생들 스스로 만든 자율동아리로 실험부터 과학지식까지 다양하게 다룬다”며, “현재 2학년 학생 8명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토론반은 유전학자가 꿈인 김혜인 학생(2학년 13반)의 요청으로 만들었다.
“1학기에 과학토론대회에 참가했는데, 그때 토론 중심의 과학 수업을 해 보고 싶었어요. 마침 9시 등교가 시행되면서 여유 있는 아침시간에 과학토론을 하게 됐어요.”
오늘 토론의 주제는 환경이다. 학생들은 환경위기론자, 회의적 환경론자, 근본 생태주의자 세 가지 관점에서 자신의 의견과 근거를 제시했다. 서로의 주장을 반박하는 이야기도 오고가고, 자료출처에 대한 질문과 수치의 정확도에 대한 날카로운 공격도 이어졌다. 그러다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오마중 학생들은 이렇게 과학 토론을 통해 과학지식을 쌓고, 논리적인 사고력을 키우고 있었다. 신재생에너지 기술 연구원이 되고 싶다는 전예원 학생(2학년 5반)은 말하기와 논술 실력이 늘었다고 한다. 김호준 학생(2학년 11반)은 “토론을 통해 평소에 생각하지 못한 과학문제들을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됐다”고 말한다.
오마중 과학토론반은 ‘앞으로 토론 기술을 좀 더 보완하고, 과학토론반을 1학년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교하고등학교
7560+운동으로 뇌를 깨우니 집중력 쑥쑥
아침 8시 10분 교하고등학교(교장 김영일) 운동장에 삼삼오오 거니는 학생들이 눈에 띈다. 7560+ 아침 걷기 운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이다.
“아침에 졸린데 걷다보면 정신이 맑아져요. 운동하고 컴퓨터실 가서 프로그래밍 공부하고 수업해요. 아침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1학년 이재승군)
“아침에 걷고 나면 몸이 편안해져요.” (2학년 황지선양)
7560+운동이란 일주일(7)에 5일 이상, 매일 누적 60분 이상 운동을 하자는 캠페인이다. 교하고는 경기도교육청 7560+ 운동 선도학교로 학생들의 다양한 신체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아침에 운동을 하면 워밍업으로 아이들이 두뇌를 깨우고 본 수업에 몰입할 수 있어요. 하루를 기분 좋게 몸을 깨우고 출발하는 거죠.” (윤석오 교사)
교하고는 올 한 해 방과 후 ‘워킹 앤 조깅’, ‘체인지 모닝업’ 아침운동으로 줄넘기와 걷기 등 다양한 신체활동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매달 우수학급을 선정해 상품권을 지급하면서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신체활동을 활성화 하면 학력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판단에서다. 규칙적으로 신체활동을 하면 분노와 우울감을 억제시키면서 안정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는 연구 논문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신체활동이 수업 집중력도 높일 수 있어 학교생활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아침 9시에 등교를 하면서 방과 후 ‘러닝 앤 조깅’ 프로그램 등은 다소 조정이 됐지만 교하고는 앞으로도 9시 등교로 인해 생기는 빈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저현고등학교
대학생 멘토&또래 교사와 함께 공부의 틈 메워요
저현고등학교(교장 오동석) 학생들은 오케스트라 연습, 자율학습실 이용, 대학생 멘토 수업과 또래교사 수업 등으로 아침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대학생 멘토 수업과 또래교사 수업 현장을 찾았다.
대학생 멘토 수업은 화요일 1개 반과 수요일 4개 반이 운영된다. 모의고사와 수능 기출푼제 풀이부터 목표 대학 학과 설정하기, 수험생활 노하우 등 선배들의 생생한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수업이다.
한양대 경영학과 13학번 나정연씨가 멘토로 있는 수요영어1반에 들어가 보았다. 학생 두 명이 정연씨와 함께 모의고사 문제를 다시 풀어보고 있었다.
“교실에서는 친구도 많고 각자 수준도 달라 힘들 때가 있는데 일대일로 수업하니까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기도 편하고 선생님이 대학생이라 언니 같아서 편해요.” (1학년 박민아양)
멘토링에 참여하는 대학생들은 대부분 재학생의 형제들이다. 숙명여대 영문과 13학번 권재희씨는 “동생 학교라 알게 돼 지원했다. 아침에 나오는 게 힘들긴 한데 보람도 있고 좋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또래교사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서로 가르치고 배우느라 바빴다. 두 명씩 짝을 이뤄 신청하는 수업이라 그런지 분위기가 한결 훈훈했다.
1학년 민준기군은 “친구를 가르쳐주다보면 나도 모르고 있던 걸 확실하게 알게 되고 다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눈높이를 맞춘 대학생 멘토와 또래교사들이 있어 저현고 학생들은 학업의 빈틈을 즐겁게 메우고 있었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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