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책] 하정우 강동원 열연 "군도: 민란의 시대"

무더위를 날려버릴 경쾌한 액션 활극

지역내일 2014-07-28

전작 ‘용서받지 못한 자’,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을 통해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리얼하게 표현했던 윤종빈 감독이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를 들고 나타났다. 제목으로만 보면 이번엔 사극으로 넘어가 민초들의 비루하고 고단한 삶을 리얼하게 담아낼 것 같았다. 포스터를 가득 채운 하정우의 카리스마가 기대감을 높인 게 큰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엔 윤종빈 감독이 살짝 비틀기에 들어갔다. ‘군도’는 눈에 힘주고 볼 영화가 아니다. 달리는 말발굽 소리에 뛰는 심장을 그대로 맡기고 꽝꽝 울리는 서부극 음악에 절로 미소 지으면 되는 단순한 액션 활극일 뿐이다.  

하정우


하정우, 모자란 놈
극 초반 하정우는 ‘모자란 놈’으로 나온다. 최하층 천민 백정인 돌무치가 그가 맡은 역할이다. 돌덩이 같은 몸과 장사의 힘을 가졌지만 양반에게 밟히는 것을 당연시하며 살았으니 모자라도 단단히 모자란 놈이다. 그랬던 그가 후반에는 마치 1인 2역이라도 하듯 군도의 핵심멤버 쌍칼, 도치로 성장한다. 하지만 여전히 무식하고 모자란 그는 짐승을 잡을 때 쓰던 칼을 그대로 휘두르며 순간순간 코믹한 모습을 보여준다.
전작에서 살인마, 조선족 밀항자, 첩보원, 앵커로서 보여주었던 카리스마가 언뜻언뜻 떠오르지만 그는 자꾸 군도의 1인으로 묻힌다. ‘핸콕’의 윌 스미스나 ‘캐리비안의 해적’의 잭 스패로우, 개그맨 윤택을 떠올리며 연기를 했다더니 정말 포스터의 민머리와 카리스마가 아까울 정도다.
그가 튀지 않기에 군도의 캐릭터 하나하나가 다 살아난다. 이성민이 맡은 노사장 대호의 부드러운 리더십, 땡추 이경영의 전혀 땡추스럽지 않은 지혜로움, 조진웅이 맡은 전략가 태기의 액션 같은 화술, 마동석이 연기하는 천보의 괴력까지 하나하나 민초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살아난다.  

강동원


치명적인 아름다움의 악인, 강동원
소집해제 이후 첫 작품이라 무척 공을 들였다더니 영화를 보고 나온 여성 관객의 머릿속에는 온통 강동원의 잔상만 남는다. 하정우 대 강동원이 아니라 군도 대 강동원(조윤 역)으로 싸우다 보니 강동원의 존재감이 더욱 강하게 빛난다. 그런데다가 악당의 눈매가 어찌 이리 슬플 거며, 악인의 칼 사위가 어찌 이리 강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지. ‘초능력자’에서도 악행을 저지르는 그의 눈을 미워할 수 없더니 ‘군도’에서도 뼈 속 깊이 새겨진 한 때문에 고고하면서도 기품 있는 칼의 액션을 선보이는 그를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다.
게다가 혼자서 무관 열 명쯤은 거뜬히 상대할 수 있다는 그의 실력이 무척 놀랍다. 액션 장면의 합을 맞출 때는 대역 배우보다도 강동원의 힘이 더 좋았다고 하니 연습량과 노력을 짐작할 수 있다. 짧은 쌍칼의 하정우와 장검의 강동원이 대련하는 것도 어려운데 이 장면을 짧게 끊어 찍는 것이 아니라 선이 살아나도록 길게 이어 찍어야 했다니 두 배우의 고충이 어떠했을지 조금은 짐작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한국식 웨스턴 무비의 탄생
누군가가 시사회를 본 후  <군도>에 재미삼아 ‘짜파게티 웨스턴’이라는 장르를 달았다. 서부영화를 가져온 이탈리아가 스파게티 웨스턴을 만들고 그걸 다시 홍콩으로 가져와 차이니스 웨스턴(쿵푸 활극)을 만들었는데, 그 두 장르의 특징을 다 담았으니 ‘짜파게티 웨스턴’이란다. 대체로 웨스턴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은 ‘군도’의 결과물이 마음에 드는 눈치다. 웨스턴 무비를 잘 모르는 리포터가 봐도 지리산 추설 패거리들이 말을 달리며 나아가는 장면은 영락없는 서부영화의 한 장면 같다. 배경 음악도 한국적인 정서가 들어간 웨스턴풍의 음악이 강하게 느껴진다.
민란이 끊이지 않던 엄혹한 시대를 배경으로 삼고 영화사에 길이 남을 추설의 비밀요새 세트장을 지으며, 철저한 고증을 거친 의상들을 만들었다. 또한, 저마다 사연이 강한 캐릭터를 만들었고 제작비도 135억 원이나 투자한 블록버스터급 사극 ‘군도’.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도치 하정우가 웃음기를 거두고 강동원과 카리스마 대결을 펼쳤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이지혜 리포터 angus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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