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산책]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치열했던 현대사를 웃음으로 풀어낸 휴먼코미디

지역내일 2014-06-30

한 편의 데뷔작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스웨덴 출신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같은 이름으로 영화화돼 지난 19일 개봉했다. 워낙 흥미롭게 읽은 책이어서 영화가 원작의 감동과 기발한 상상력을 스크린에 어떻게 담아냈을지 궁금해 개봉과 함께 극장을 찾았다.

창문


양로원에서 도망친 100세 노인의 모험여행
스웨덴의 한 양로원에서 백 번째 생일파티를 앞두고 창문을 넘어 도망친 알란(로버트 구스타프슨)은 남은 인생의 모험여행을 위해 무작정 버스터미널로 향한다. 100세 노인이 무엇이 두려우랴. 터미널에서 우연히 만난 깡패청년이 예의 없이 맡긴 트렁크를 순간적으로 슬쩍하면서 그의 인생만큼이나 버라이어티한 모험여행이 시작된다. 트렁크 안에는 돈다발이 가득 차 있었던 것.
알란과의 우연한 만남으로 뜻하지 않게 공범이 된 일행, 트렁크를 찾기 위해 알란을 쫓는 갱단, 그리고 실종된 알란을 찾는 경찰 사이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에 저절로 유쾌한 웃음이 터진다. 허옇게 센 머리카락, 쭈글쭈글한 주름, 구부정한 걸음걸이지만 혼자서 충분히 움직일 수 있는 건강함에 느긋한 장난기까지 갖춘 알란의 모습에선 노약자에 대한 측은한 연민보다 왠지 모를 부러움이 느껴진다. 20대의 청년부터 100세 노인까지 1인 2역을 완벽하게 소화한 배우의 연기가 놀랍다.

넘어


역사의 주인공으로 활약한 100세 노인의 인생사
영화의 스토리는 두 개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현재 시점에서 돈 가방을 둘러싸고 쫓고 쫓기는 해프닝이 한 축이라면, 과거 알란이 살아온 100년의 코미디 같은 인생이 또 다른 축이다. 그가 살아온 100년의 인생 역정 속에는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자리 잡고 있다.
어릴 때부터 폭탄 제조에 남다른 능력을 갖고 있는 알란은 20대에 폭탄 실험 중 지나던 식료품 가게주인이 사망하자 위험인물로 분류돼 정신병원에 수감되고 생체실험의 대상이 돼 남성기능을 상실한다. 이후 그는 가는 곳마다 세계사의 격변에 휘말린다. 30대에는 폭탄회사에서 일하다 동료와 함께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고, 전혀 뜻하지 않게 파시스트 프랑코의 목숨을 구하면서 그의 최측근이 된다.
미국으로 가서는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해 핵무기 개발과정의 치명적인 결함을 해결하고 구소련 정보요원에게 납치되었다가 스탈린에게 밉보여 수용소에서 고생스러운 삶을 살기도 한다. 그러다 수용소를 탈출하면서 냉전시대에 미국 CIA와 구소련의 이중첩자로 활약하며 베를린 장벽의 붕괴에도 일조한다. 알란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따라가다 보면 20세기에 있었던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훑어 내려갈 수 있다.  

영화


우연과 어눌함이 선사하는 유쾌한 감동
치매 없이 100세까지 살고 있는 노인, 말만 들어도 여유가 느껴진다. 가상의 설정이긴 하지만 파란만장했던 현대사 속에서 알란이 100세까지 비교적 건강하게 살아간 비결은 무엇일까. 어떤 정치적 견해도 갖지 않고 치우침 없이 마음가는대로 행동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간 것이 그 비결은 아닐까.
이데올로기로 움직인 치열한 시대에 아옹다옹하며 살아간 영웅 아닌 영웅들과의 우연한 만남, 그리고 그 속에서 어눌하지만 강하게 한방을 날리는 알란의 역할은 유쾌한 감동의 연속이다. 20년 전 개봉했던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주인공이 아이큐 75의 저지능으로 허를 찌르는 웃음을 줬다면, 이 영화는 갱단의 협박과 죽음도 무섭지 않은 100세 노인의 거침없는 행동이 빵빵 터지는 공감의 웃음을 준다. 무엇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삶과 행복이라는 잔잔한 교훈이 치열하고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힐링으로 다가온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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