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자신의 적성에 맞는 고등학교를 찾는다고 하면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선지원 후추첨, 평준화 지역의 일반고라 하더라도 학교의 운영 방식에 따라 적성과 진로 결정에 특별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안양지역 일반고 중에는 과학중점고를 비롯해 창의인재육성 및 예체능 특기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까지 경쟁력 있는 특성화 프로그램으로 주목받는 학교들이 있다. 내일신문에서는 안양지역 학생들의 고교 선택을 돕기 위해 2회에 걸쳐 안양권 일반고들의 특화된 프로그램들을 소개한다.
1. 안양권 과학중점고등학교
2. 창의인재육성 및 예체능부 특기자 육성 일반고
Part 2_창의인재육성 및 예체능부 특기자 육성 일반고
일반고교에서는 예체능 분야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을 위해 특기자반을 운영해 지원하고 있다. 미술, 음악, 체육 등에 재능과 관심을 가진 학생들에게 대학 진학의 길을 열어주기 위한 방편으로 우리지역에서도 몇몇 학교들이 운영해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특기자반은 교육청의 지원으로 시작해 주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작년부터 교육청 지원이 대부분 끊기며 많은 학교에서 수익자 부담으로 특기자반을 유지해 오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 관계자들은 특기자반에 대한 지원이 재개돼 학생들이 보다 질 높은 교육을 받고 특기 적성을 개발해 나가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일반고교에서 진행되는 창의적 인재육성을 위한 노력도 주목할 만하다. 학생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미리 알아보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한 직업체험 프로그램이나 악기나 도예 등 예술적 활동과 다양한 창의적 체험활동 등을 통해 인성을 겸비한 전인교육을 펼치고 있는 것.
우리지역 일반고교들의 특기자 교육 프로그램과 창의인재육성을 위한 지원책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주요 3개 일반고교를 방문해 알아봤다. 이재윤 윤지해 리포터 kate2575@naver.com
안양 동안고등학교
미술특기자반, 매년 미대 입시에서 좋은 실적으로 두각 나타내
안양 동안고는 미술특기자반을 운영하고 있다. 동안고의 미술특기자반은 2009년 경기도교육청의 미술교육 특기자 육성학교에 선발되며 시작됐다. 미대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주요 대상으로 질 높은 미술 실기 교육과 다양한 지원으로 학생들의 역량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술특기자반은 1학년부터 3학년까지 학년별로 30명씩, 총 90여명의 학생들이 선발돼 운영 중이다. 미술특기자반을 이끌고 있는 윤광순 부장교사는 “매년 초 공고를 통해 모집하는데 실기와 내신 성적 등을 심사해 학생을 선발한다”며 “입시에서의 좋은 성과덕분에 미대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이 지원해 평균 1.5:1 정도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대기자도 여러 명 있다”고 설명했다.
미술특기자반은 소묘반과 디자인반, 수채화반으로 나눠 기초부터 심화과정까지 집중적인 실기 교육을 진행한다. 미술담당 교사들과 외부강사가 진행하는 수업은 일주일에 3~4일씩 8교시부터 밤 10시까지 이뤄진다. 미술을 전혀 모르는 학생도 줄긋기부터 시작하는 소묘과정에 참여해 배울 수 있으며, 중학교 때부터 미대 진학을 목표로 준비해 온 학생들은 그에 맞는 수준으로 시작해 필요한 준비를 이어갈 수 있다.
대부분의 학생이 미대입시가 목표인 만큼, 실기교육과 함께 성적관리도 필수다. 윤 교사는 “학생들의 시험 성적과 등급 등을 분석해 개인별 관리 파일을 따로 만들고 목표 대학과 전공에 따라 필요한 준비들을 해 나간다”며 “1,2학년의 경우 정기적인 개인 상담을 통해 상황과 목표를 점검하고 성적이나 실기 전략 등을 세우는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입시가 목전인 3학년의 경우 대학별 미대입시 현황과 전형방법 등을 바탕으로 한 맞춤 상담을 수시로 진행해 미대입시에 보다 유연하게 대비하고 있다”고도 했다.
실제 미술특기자반의 경우 성적이 우수한 1, 2등급의 학생들이 다수 속해있으며 특화된 교육방식 덕분에 입시실적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2014학년도 대학입시에서 홍대 8명과 이대 2명 등 주요 미술 관련학과에 합격자를 배출했으며, 한예종과 성신여대, 서울과기대, 한양대, 경기대 등 다양한 대학에도 합격자가 나왔다.
뿐만 아니다. 미술특기자반은 다양한 공모전 출품에도 적극적이다. 교내 및 시도를 비롯해 전국 단위의 다양한 공모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입상을 통한 자신감 향상과 학교의 위상까지 높이고 있는 것. 작년에만 안양과천교육청 학생미술실기대회를 포함해 10여개의 공모전에 출품해 최우수상과 우수상, 금은동상 등을 수상했으며, 올해는 관악학생미술대회에 출품해 고등부 최우수상과 우수상, 입선 등의 좋은 성적을 냈다.
미술특기자반에 대한 학교의 지원도 적극적이다. 윤 교사는 “경기도교육청의 지원이 중단돼 어려움이 있지만, 학교에서 미술재료비 등을 전액 지원해 주고 공모전이나 운영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 큰 경제적 부담 없이 학생들이 미술특기의 적성과 재능을 살려 꿈을 키워가고 있다”고 전했다.
군포 군포고등학교
전교생 1인1악기 교육과 관악특기자반 등 이색 프로그램에 주목
지난 1989년에 개교한 군포고등학교는 특색 있는 특성화 프로그램으로 지역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관악 특기자들로 구성된 관악반.
군포고는 관악 특기자 교육을 위해 많은 예산을 들여 플루트와 오보에, 클라리넷은 물론 색소폰과 트럼펫, 호른, 트롬본 등 대부분의 관악기들을 구비해 놓고 있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약 50여명의 학생들이 관악반에 소속돼 있으며, 방과후와 정규과정 수업을 통해 주 6시간씩 악기 수업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관악부 학생들은 상당수가 음대입시를 준비하고 있어 관악 특기자 교육은 입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군포고는 관악부원들로 구성된 ‘윈드 오케스트라’도 운영하고 있다. 윈드 오케스트라는 관악기와 일부 타악기로만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로, 매년 말 군포문화예술회관에서 학생과 학부모, 교사, 지역주민 등을 초청해 정기 연주회를 열고 있다. 또한 각종 음악경연대회에 출전해 최우수상과 대상 등을 휩쓸고 있다.
군포고 안동규 교장은 “윈드 오케스트라는 관악부를 운영하는 초중고들이 모여 경연하는 3개의 전국대회에서 모두 대상을 차지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도 했다”며 “객관적으로 검증받은 실력을 바탕으로 학생들 대부분이 음대로 진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관악 특기자 교육의 연장선상으로 전교생이 모두 한 가지의 관악기를 배우도록 한 1인 1악기 교육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군포고는 전교생이 모두 플루트 레슨을 받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플루트를 자체 구입해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한편,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미리 생각하고 경험해 보도록 하는 직업 체험 프로그램도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잡 쉐도우(Job Shadow)’로 이름 붙여진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직접 자신이 하고 싶은 직업을 찾아보고 그 직업을 가진 사람을 섭외해 현장에 나가 일정 시간 직업을 체험해 보는 색다른 개념의 직업체험활동이다.
이창주 기획조정부장교사는 “1학년에 입학하면 누구나 참여해야 하며, 활동 전 진로적성검사를 실시해 학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선택해 체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직업체험 할 곳을 섭외하지 못한 경우에는 학교에서 해당 직업을 체험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기도 하고 지역 사회나 유관기관, 졸업생이나 학부모 등의 도움도 많이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업체험 후에는 과정과 결과에 대한 보고서를 학생 스스로가 작성해야 한다.
뿐만 아니다. 군포고는 입학사정관제에 도움을 주기 위한 다양한 ‘품제’도 운영하고 있다. 품제란 외국어능력이나 기초소양능력, 독서, 봉사활동, 리더십, 특별교육과정 등을 이수한 학생들에게 품인증서 표창장을 수여해 능력과 노력을 인정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학습적인 측면과 인성을 두루 갖춘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고 이를 독려하기 위한 취지로 시행된 품제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자극과 동기부여를 제공하고 있다.
과천고등학교
차별화된 자율형 창의인성 교육이 학생 성장으로 이어져
1985년에 개교한 과천고는 2011년에 창의인성모델학교로 지정, 이듬해인 2012년에는 자율형 창의경영학교로 지정되어 운영되면서 4년이 지난 지금,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중 가장 특징적인 것은 창의인성 맞춤형 교수학습. 교과교실제 운영으로 학생들은 교과목에 따라 교실을 옮겨가며 2교시씩 묶어서 수업을 받는 블록타임제 시행으로 좀 더 깊이 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모둠별로 연구주제를 선정하고 탐구해 발표하는 토론과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역할 수행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나눔과 배려를 실천함으로써 지식습득은 물론 내면의 성장도 함께 이루어진다.
또 수업황동과 연계하여 창의인성 교과경진대회를 교과연구회 단위로 운영하고 있다. 국어 교과연구회는 그동안 다져온 논술, 글쓰기 실력을 발휘하는 문학의 밤 등을 개최하고, 영어 교과연구회도 매달 1개정도의 행사를 개최하며 수학, 과학, 사회 등 7개의 교과연구회에서 많은 교과행사를 개최함으로써 학생들의 성장을 돕고 이러한 다양한 활동이 포트폴리오가 됨으로써 입시실적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과천고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진로교육이다. 신입생을 대상으로 진단평가 대신 입학하기 전인 2월에 미리 적성평가를 시행한다. 그 결과를 경기도 진로상담선생님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1:1로 진로를 상담하고 동기를 부여해 앞으로 고등학교 생활을 계획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또 입학 후 진로 플래너를 배부해 작성하고 대학생초청 전공탐색, 직업인 초청, 대학탐방, 진로직업체험, 전공탐색 등의 기회를 제공해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연계된 강좌를 선택해 경험할 수 있다.
또 진로와 연계된 체험활동 중심의 동아리를 학생 스스로 기획해 개설하고 운영하기 때문에 야생화탐사반, 천체관측반 등 남다른 동아리들이 운영되고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 중심의 동아리 활동은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단체들과 MOU를 체결해 동아리와 연계된 봉사활동으로도 이어진다.
그 결과 과천고는 전 교과에 걸친 탄탄한 창의인성 교육활동과 진로탐색과정, 동아리, 봉사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져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할 수 있는 다양한 스토리가 만들어짐으로써 대학 입시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과천고 김진이 창의인성부장은 “영어와 수학시간에는 담당교사 외에도 협력교사 1명이 더 들어가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옆에서 도와주고 국어시간에는 논술을 첨삭해 줌으로써 잘하는 학생만이 아닌 전 학생을 함께 이끌어주고 좀 더 심화된 수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천고의 또 한가지 특징은 수학여행이 없다는 것. 학급활동의 날이라고 하여 학급별로 계획에서 운영까지 전 과정을 학생이 참여하는 학급별 체험학습 활동을 한다. 또 자기주도적 문제해결력과 학생맞춤형 교육을 위해 스터디그룹을 운영. 학생 스스로 스터디 그룹을 구성하고 선생님도 섭외해 진행한다. 서로 멘토가 되는 스터디 그룹은 올해 1학기에만 53개가 생길 정도로 학생들의 참여율이 높다고.
김 교사는 “자율형 창의인성 교육으로 많은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의 사고가 넓어지고 자기주도적인 모습으로 달라졌다”며 “학생들끼리 소통하고 협력하는 교육을 통해 폭력이나 왕따와 같은 학교문제 또한 자연스레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 “교사는 물론 학생과 학부모 모두 창의인성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행복과 만족을 주는 공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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