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그려보던 바다 속 풍경. 막연한 동경과 호기심으로 가득했던 바다 속을 오리발 끼고 공기통 메고 물속이 태생인 양 자유롭게 움직인다. 열 달을 엄마 품에서 자유로이 유영하던 인간의 본성 탓인지, 엄마 품 같은 편안함과 신비한 매력에 끌려 다이빙하는 순간만을 고대하게 된다는 사람들! 일산지역의 스킨스쿠버 동호회를 찾아 그들이 바다로 가는 까닭을 들어봤다.
박은전 리포터 jeonii@daum.net
자격증 있으면 어느 바다에서나 즐길 수 있는 안전한 스포츠
지난 주 수요일 마두동 백마수영장에서 일산 잠수풀 회원들을 만났다. 일산 잠수풀은 스킨스쿠버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동호회로 사무실이 백마수영장 내에 있고 교육과 국내외 다이빙 투어 계획 등을 구자운 대표가 맡고 있다. 회원은 300명 정도 가입돼 있으나 활동은 카페 공지를 보고 개별적으로 이뤄지며 초등생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연령이 다양하다.
수영장내 5m 깊이의 잠수 풀에서는 초보 회원을 위한 잠수 교육이 이뤄진다. 바다에 나가기 전 호흡법이나 잠수요령 등의 주의 사항과 위급상황 대처 방법을 배워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한다. 구자운 대표는 “스킨스쿠버는 안전수칙 매뉴얼을 숙지하고 서두르지만 않으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며 “오히려 초보자보다 경력자 중에 규칙을 지키지 않아 안전사고가 발생 한다”고 전한다.
초보의 경우 잠수 풀에서 2~3회 교육을 받은 뒤 바다로 나가 4~5회 다이빙 교육을 받으면 면허증을 받을 수 있다. 스킨스쿠버 자격증은 수심의 깊이에 따라 나뉘는데 오픈워터 어드밴스 리스큐 마스터가 있으며 대부분의 회원은 오픈워터와 어드밴스다. 자격증을 받으면 세계 어느 바다에서나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필요한 장비로는 호흡기 부력조절기 오리발 마스크 잠수복 등이 있는데 일산 잠수풀에서 대여 가능하고 공기통은 현지에서 빌려 쓴다.
대부분의 회원은 1~2회 바다를 다녀오면 장비를 구입하는데 350~400만 원정도의 비용이 들며 고가의 장비들인 만큼 한 번 구입할 때 중급 정도로 준비하는 게 좋다고 한다.
바다가 주는 치유에너지로 마음의 평안을 얻다
다이빙을 시작한 지 2년 정도 됐다는 이선화 회원(49,풍동)은 거문도 바다에서 첫 다이빙을 했던 경험담을 얘기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물에 빠진 경험이 있었죠. 늘 물에 대한 공포심이 있었는데 그걸 극복하려고 수영을 배웠답니다. 2년 정도 수영을 하다 보니 물에서 하는 동작들이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때쯤 스킨스쿠버를 배웠는데, 처음 다이빙을 했을 때의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대장님이 옆에서 손을 잡아주고 제 눈동자를 확인하면서 리드해 줬죠. 어느 순간, 발이 땅(바다 밑바닥)에 닿자 신기하게도 무섭지 않더군요.”
스킨스쿠버는 다이빙의 횟수가 많을수록 경험이 쌓여 노련해지므로 다양한 바다 체험이 필요하다. 한국의 바다 속은 시야가 넓지 못하고 조류의 흐름이 빠른 곳이 많은 반면 동남아시아나 남태평양의 섬들은 시야가 넓게 확보되고 바다 속이 환해서 초보자들이 편하게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특히 팔라우는 다이버의 천국이라 불리는 만큼 조만간 있을 팔라우 투어에 회원들의 기대가 크다.
바다투어에 가려면 이동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회원들은 ‘이 고생을 하며 여길 왜 오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30분 정도 다이빙 하다보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돼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한다. 다이버에 놀란 복어도 만나고 자잘한 물고기 떼도 보게 되는 바다 속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바다가 주는 치유에너지로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은다. 또 다이빙이 끝난 후 갖게 되는 뒤풀이는 각자 봤던 바다 속 얘기로 끊일 줄 모르고 가족 혹은 회원 간의 정을 돈독하게 해준다. 얼마 전 양양으로 첫 다이빙을 다녀온 채수길 회원(30,경기 광주)은 “다이빙을 끝내고 지인 및 친지와 함께 잔을 기울이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다이빙의 즐거움 못지않게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좋은 추억이 됐다”고 전한다.
일산잠수풀 일산동구 마두동 736-1 센터21빌딩 5F
문의 031-908-8574
구자운 대표 010-8833-9459
>>> 미니 인터뷰
“상어도 만나게 되는 스릴과 모험이 가득한 스포츠입니다.”
구자운 대표(39,마두동)
군대에서 스킨스쿠버를 배워 취미삼아 했었는데 직업이 됐네요. 물에 들어가 20~30분만 다이빙을 해도 허기질 정도로 에너지 소모량이 많아요. 운동 효과도 뛰어나지만 다이빙의 매력은 바다 속에서 평소 상상치 못한 경험들을 하게 되는 것이죠. 회원들과 필리핀에 간 적이 있는데 바로 눈앞에서 상어를 만났어요. 위기의 순간에도 침착하게 대응해 모두 무사했던 짜릿한 경험을 했어요. 스릴 넘치는 모험이 가득한 스포츠라고 할 수 있죠.
“경찰 업무에 도움되고 보람 느낍니다.”
김만식 회원(45, 대화동)
약 2년 전에 경찰 내에서 수중과학수사가 시작되면서 스킨스쿠버를 배우게 됐습니다. 업무능력을 키우는 훈련과 취미를 겸해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스킨스쿠버는 바다에서 주로 하지만 경찰 수사는 주로 저수지나 강 등에서 이뤄집니다. 아무래도 저수지나 강바닥에는 부유물이나 진흙이 많아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어려운 점이 있어요. 스킨스쿠버를 배운 게 사건해결에 도움이 돼 보람을 느낍니다.
“야간 다이빙 때 봤던 달빛 잊을 수 가 없어요.”
정유락 회원(39,마두동)
한 5년 전에 스킨스쿠버를 배우게 됐죠. 국내외 많이 다녀봤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야간 다이빙을 하러 갔을 때 입니다. 평상시 다이빙을 마치고 올라올 때마다 하늘을 쳐다보는 습관이 있는데 물속에 비치는 햇살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죠. 그런데 밤에 바다 속으로 비춰지는 달빛이 너무 신비로운 게 정말 딴 세상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져들게 되더군요. 물속에 스며드는 부드럽고 은은한 달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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