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신사역에서 잠원동으로 이어지는 2차선 골목길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워낙 밥집, 술집이 많은 골목길이라 또 새로운 맛 집이 하나 생겼나 싶지만 자세히 보면 그냥 카페나 빵집이 아니다. 게다가 조금은 낯선, 마치 오래된 사진 속에서 튀어나온 듯 낡은 타일과 맨살을 그대로 내놓은 것처럼 시멘트 건물이 낯설기까지 한 곳이다. 건물 이름도 ‘신사장’. 무슨 여관인가 싶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아주 독특하고 색다른 복합문화공간이 맞아준다.
40년 된 여관, 감각적으로 다시 태어나
‘신사장’은 무엇보다 외관에서부터 시선을 잡아끈다. 별다른 장식 없는 시멘트벽과 밀어서 여는 철제 미닫이문이 독특한 1층 카페 ‘Salon’을 비롯해 총 4층 건물을 지탱하고 있는 노란 타일 벽과 각 층마다 4개씩 난 작은 창이 복고적이면서 이색적인 느낌까지 들게 한다.
‘신사장’은 40년 된 옛 여관 건물로 지난 3월 크리에이터 그룹 리어가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오픈, 기존에 전시나 혹은 행사를 위해 대관만 하는 복합문화공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개념의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송주환 디렉터는 “옛 여관이 가지고 있는 유산(heritage)의 의미를 더한,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만들어 보고 싶어서 신사장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2층 스테이지를 보면 창 하나에 객실이 하나씩 있었던 공간을 서로 소통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다시 만들었죠. 창은 그대로 두어서 보는 재미를 더했습니다. 신사장은 단순하게 문화를 소비만 하는 곳이 아닌 뜻이 맞고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문화를 만들어 내고, 함께 공유하고, 또 소비도 할 수 있는, 1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문화 아지트 같은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만들다, 그룹 리어
신사장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젊은 문화 창조자들이다. 현대카드와 네이버 등에서 여러 디자인과 문화 관련 업무를 했던 송주환 디렉터와 신사장에 상주하고 있는 정은아 디렉터를 비롯해 마케터, 제품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 가구 디자이너, 공간 디자이너, 포토그래퍼, 영상감독, 패션 디자이너, 웹 개발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젊은 디렉터들이 모여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각과 가치로 여러 문화행사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고 있다.
첫 번째 프로젝트로 지난 3월 기획한 개관 전시 ‘제주에서 식탁까지’는 제주 무릉리 지역주민들이 운영하는 농산물업체 ‘무릉외갓집’과 협업해 이곳 농산물을 소개하는 전시를 열었다.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1년 가까이 현지 주민들과 함께 소통하면서 브랜드 로고를 새로 디자인하고 홍보 동영상을 만들고 제품포장까지 리뉴얼하는 작업이었다. 여기에 스타 쉐프인 노영희 씨와의 협업으로 이들 재료를 활용한 레시피까지 선보였다. 1층 살롱에서는 그때 개발한 귤 주스와 무릉외갓집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정식 개관전인 지난 해 말부터 윤여준, 고성국 씨를 호스트로 전ㆍ현직 정치인, 교수 등을 모아 ‘현실과 이상 사이의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공개 컨퍼런스도 가졌다. 또 올 하반기에는 ‘정치’를 테마로 새로운 프로젝트도 기획하고 있다. 이처럼 신사장을 이끄는 그룹 리어는 흔하지 않은, 하지만 충분히 함께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문화 실험을 풀어내고자 한다.
위치 서울시 서초구 잠원동 15-8(신사역 5번 출구에서 잠원동 방면으로)
운영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문의 070-7724-0158(1층 살롱)
신현영 리포터 syhy0126@naver.com
사진 신사장 제공/www.facebook.com/sinsa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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