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오전10시가 되자 안양시 비산종합사회복지관 2층 경로식당에는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바로 대한전선 직원들로 자원봉사를 위해 복지관을 찾은 것. 혼자 살고있는 독거노인들을 위한 도시락을 준비하고 어르신들에게 드릴 팔찌를 만들기 위해 분주했다. 대한전선에서는 매월 봉사일을 정해 직원들에게 공지를 하고 자원봉사에 동참하기 위해 모인 직원들은 오늘처럼 봉사현장을 찾는다.
봉사는 남이 아닌 나를 위한 일
진지하게 팔찌를 만들던 직원들이 이젠 앞치마를 두르고 도시락을 준비한다. 고슬고슬하게 지어진 밥과 고기와 무가 들어간 따끈한 국을 담는다. 그리고 고소하게 볶고 무친 나물을 반찬통에 넣고 고등어와 과일도 준비했다.
“어르신들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어요.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는게 처음인데 어색하지만 어르신들이 좋아하실 모습을 떠올리면 맘이 설레이죠. ”
매월 봉사활동에 참가한다는 강태호 사원.
“입사한 후 지방에서 올라와 주말이면 거의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다 우연히 자원봉사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지난번에는 저소득층 한부모가정 어린이들과 케익만들기를 했는데 무척 보람있었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봉사는 그런 것 같아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이 바로 자원봉사라고 생각합니다.”
봉사를 통해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하는 강태호 씨. 앞으로도 계속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행사를 담당하고 있는 박보라 과장은 “회사에서는 오래 전부터 직원들에게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매월 직원들에게 봉사 일정을 공지해 자율적인 참가를 유도하고 있다. 비산사회복지관과 올해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고, 오늘도 봉사에 뜻이 있는 직원들이 참여해 같이 봉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어르신과 도시락 먹으며 말벗되어주기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분주한 가운데 정성껏 만든 도시락을 가방에 일일이 챙겨 길을 나서는 직원들. 비산종합사회복지관 담당 사회복지사는 직원 2∼3명씩 조를 편성해 각 조마다 방문할 어르신들의 특징을 적은 메모지를 나누어주며 주의사항을 일러준다.
“2조가 방문할 어르신은 큰 강아지를 키우고 있어요. 혹시 개를 무서워한다면 다른 조와 바꿀 수도 있어요. 또 4조의 어르신은 귀가 어두워 소리를 잘 듣지 못하세요. 정확하게 발음하시면 소통하는데 문제는 없을겁니다.”
상세하게 어르신들의 특징을 알려주자 직원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이어 길을 나선다.
가장 먼저 1조가 도착한 집은 85세 김보례 할머니가 살고 있는 빌라.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한 쪽 마비가 온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해 집 밖 출입이 힘들고 이날도 집 안에서 누워있다 방문객을 맞이했다.
재현, 재광 중학생 두 아들을 데리고 봉사활동에 참여한 심승섭 부장. 용인에서 이른 아침 아이들을 데리고 온 그는 자상하게 할머니의 근황부터 물었다.
“어디가 많이 불편하세요? 아침식사는 하셨어요?”
자신을 염려하며 묻는 말에 할머니는 그저 반갑기만 한지 연신 ‘이렇게 누추한데 어떻게 오셨나’ 하며 몸 둘 바를 몰라했다. 방 두 칸 짜리 빌라 안에는 할머니가 짚고 다니는 보행기가 있고 다른 봉사단체에서 청소봉사를 하고 간 뒤여서 집안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하루 종일 있어도 들여다보는 사람도 없고 말할 상대도 없어. 얼마나 적적한지 몰라. 친구들 만나고 싶어도 다리가 불편하니 찾아갈 수 없고 복지관에 겨우 점심 먹으러 가는 게 고작이야. 그런데 오늘은 이렇게 아이들까지 우리 집을 찾아주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
아이들의 손을 어루만지며 손자들을 대하는 것처럼 정겹게 말하던 할머니는 도시락을 전달하자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찾아와 준 것만 해도 고마운데 이렇게 도시락까지... 아이구, 고맙기도 하지..”
“할머니, 맛있게 많이 드시고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배경미 리포터 ba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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