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어린이날을 보내는 6학년, 청소년일까 아이일까?

6학년 너는 누구니?

지역내일 2014-05-12 (수정 2014-05-12 오전 5:49:57)

순하던 아이가 달라졌다. 톡 쏘는 말투에 안 하던 옷 투정을 하고 머리 만지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단체 대화 알림은 수시로 울려대는데 엄마는 곁눈질도 못하게 한다. 슬쩍 보니 의미 없는 말들이 대부분이다. 대체 이건 어느 행성 외계어야?
하루아침 시작된 변화는 아니다. 4학년쯤 슬슬 보이기 시작한 조짐이 이제 본격화 된 기분이랄까. 마지막 어린이날을 보내는 6학년, 청소년일까 아이일까?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중학생 학부모가 말하는 ‘우리 아이의 6학년’
6학년을 보내고 중학생 자녀를 키우는 두 학부모를 어린이도서관 ‘책놀이터’에서 만났다. 형제를 키운 백형화(45,주교동)씨와 자매를 키운 김은미(43,주교동)씨의 이야기는 다른 듯 비슷했다.




딸의 6학년은 외모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
“5학년까지 안 그랬던 작은애가 6학년 되더니 갑자기 외모에 신경을 썼어요. 아침에는 지각할 정도로 한 시간씩 준비했어요. 머리를 고데기로 마는 것부터 시작해서 제가 보기에는 그 옷이 그 옷인데 말이에요. 갑자기 변하니까 굉장히 힘들었어요.”
딸이 쉽지 않은 6학년을 맞이하고 있을 때, 엄마도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대학부설 평생교육원에서 사서교육과정을 공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린이도서관 사서로서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대학 수업은 오후 4시에 시작해 늦으면 저녁 8시에 끝나기도 했다. 중2 초6이었던 두 딸은 저녁을 스스로 챙겨먹고 설거지며 빨래까지 해놓았다. 사춘기라 티격태격하던 자매 사이는 저절로 가까워졌다.
“아이들은 살림이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되고, 저는 시험 보고 숙제하면서 아이들 마음을 알게 됐어요.”
뜻하지 않았던 역지사지로 김은미씨는 작은딸의 6학년을 부드럽게 넘길 수 있었다.







무난했던 아들의 6학년 반전은 중1에
백형화씨 큰아들의 6학년은 무난했다. 고학년이 되자 고무줄 바지만 고집했던 일이 갈등이라면 갈등이었을까. 문제는 중학교에 들어간 다음이었다.
“초등 때는 집에 쌓이도록 받던 상장 한 번을 받기가 어렵고 자신감도 떨어졌어요. 학습 방법을 제시하고 잘 이끌면 될 거라 생각했지만 따라오지 않더라고요.”
스마트폰을 손에 쥐면서 전에 없던 갈등도 생겼다. 학습에 대한 흥미도 떨어졌다. 외모에 대한 관심은 중1 겨울방학이 다 돼서야 생겼다. 바지통을 줄여 달라 남들 입는 브랜드 잠바를 사달라고 말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기대가 좌절로 돌아오는 마음고생을 한 덕에 동생을 대할 때는 여유가 생겼다. 먼저 방법을 제시하기보다 아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바꿔가고 있다.
지난여름 큰아들과 단둘이 해외여행을 다녀온 후 모자 사이는 부쩍 돈독해졌다. 아들이 빨간 잠바를 고르는 걸 보고 ‘내가 아이에 대해 너무 몰랐구나’ 실감했다는 백형화씨. 그는 후배 부모들에게 “불안감 때문에 학원에 많이 보내지만 지나보니 6학년 때는 서툴더라도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더라”고 귀띔했다.




 






교사가 말하는 ‘교실에서 보는 6학년’

“어른인 척 하지만 알고 보면 순수한 6학년”
파주 가온초등학교(교장 윤송근) 채동석 교사는 6학년만 4년째 지원해 왔다. 6학년은 덩치가 커서 싸움이 크게 번지기도 하고 감정 기복도 심해 생활지도가 어렵다. 최고 학년에 눈치 볼 사람도 없고 사춘기로 까칠한 게 6학년이다. 하지만 대화도 통하고 스스로 하는 모습도 있어 보람이 큰 학년이기도 하단다. 6학년 학부모들의 궁금증을 모아 채동석 교사를 찾아갔다.




학부모 Q 6학년 아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뭔가요?
선생님 A 학업 교우관계 외모가 3대 고민거리

가장 큰 고민은 학업이고 교우관계 외모 순이에요. 또래집단을 의식하다보면 학업에 뒤처지고 공부만 신경 쓰면 친구들 사이에 끼지 못할까봐 고민해요.
화장품에도 관심을 갖고 연예인들 따라 예쁜 옷 입고 싶어 해요. 신체적으로 급격히 성장하면서 이성에도 관심을 많이 가져요.




학부모 Q 아이들의 이성 친구 진심인지 과시용인지 궁금해요
선생님 A 어른들의 데이트하고는 달라요

진심과 과시용 반반인 것 같아요. 이성친구가 있다는 것 자체로 자랑거리가 되는 경우도 있어요. 만나서 특별한 걸 하지는 않아요. 어른들의 데이트하고 다르죠. 문자로 연락하고 오며가며 인사나 한 번 더 하고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학부모 Q 공부하는 시간이 너무 짧은데 중학교 가서 괜찮을까요?
선생님 A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은 지금부터

아이들은 생각보다 공부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공부와 인기를 연결시키기도 해요. 공부 못하면 무시당하고 인기가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6학년이라서 스스로 다 할 거 같은데 아직은 아이라서 자기주도적인 학습은 참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학업에서는 예습보다 더 중요한 게 복습이에요. 학교에서 배운 걸 다져주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학부모 Q 스마트폰 그룹채팅방에는 무슨 할 이야기가 그리 많을까요?
선생님 A 자기만 배제될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커요

아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연결 돼 있어요. 학교 밖에서도 언제든 그룹채팅방에 초대해 말을 걸 수 있죠. 공부할 때도 채팅 알림이 울리면 방해된다는 걸 알지만 참여를 안 하거나 중간에 나가면 배제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어요.




학부모 Q 6학년 아이들의 수업 태도는 어떨까 궁금해요
선생님 A 또래의 시선을 크게 의식해요

수업시간에 6학년들은 발표를 잘 안하는 경향이 있어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거죠. 내가 말했을 때 틀리면 아이들이 비웃을 것 같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있어요. 반대로 너무 정답을 말해서 아이들이 시샘하거나 “쟤 뭐야” 하며 나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잘난 척하고 나댄다고 뒷말할까봐 또래들의 시선을 의식해요.




6학년 담임 채동석 교사의 한마디
“6학년은 아이 같은 순수함이 있는 한편 어른이 되고 싶은 존재 같아요. 어른인 척 행동은 하지만 그 안에는 한없이 순수한 애들이거든요. 신체적인 발육과 덜 여문 정신상태 때문에 생활지도가 어렵기도 하지만 잘 이끌어내면 올바른 쪽으로 자라날 수 있어요. 세심하게 보살펴야 되는 존재죠.”




 







6학년이 말하는 ‘우리들의 고민 고민 고민’

파주 가온초등학교 6학년 1반 학생들의 고민을 들어 보았다. 마지막 어린이날 6학년들이 받고 싶은 선물은 축구화부터 노트북까지 다양했다. 고민도 제각각이었다.
초콜릿이 좋아서 용돈을 더 받고 싶다고 할 때는 딱 어린이 같은데 이성 친구 사귀는 걸 부러워하는 모습에서는 아이라 하기엔 좀 그렇다. 중학교 진학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 의젓한데 손톱 물어뜯는 습관이 고민이라니 아직 어린가 싶다. 이성 친구끼리 팔짱끼는 것까지는 허락할 수 있는데 백허그는 한심스럽단 말을 들으면 나름의 기준은 있어 보인다.
용돈으로 무엇을 많이 쓰나 물으니 남자 아이들은 군것질거리가 많았다. 여자아이들은 틴트 같은 화장품, 좋아하는 연예인 상품인 ‘굿즈’를 사기도 했다. 친구들을 의식해서 인지 이성 교제에 대한 고민은 쉽사리 꺼내지 않았다. 인터뷰 후에는 자기 얘기가 이상하게 비춰질까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간식 “엄마는 피부에 좋은 과일만 챙겨놓으시는데 저는 달콤한 열대과일이 먹고 싶어요.” (정민)
용돈 “학교 끝나면 용돈으로 간식 사먹는데 부족해서 고민이에요.” (상원)
이성 친구 “남친 생기면 친하게 지내고 연락하고 싶어요.” (지영)
스마트폰 “스마트폰이 없을 때는 공부할 때 집중이 잘 됐는데 지금은 알람이 울리면 공부하다 계속 그것만 보게 돼 고민이에요.” (혜진)
진로 “중학교에 가서 축구를 계속 할지 공부를 해야 할 지 고민돼요.” (승록)
학원 “학원 두 곳 다니고 집에 돌아가면 저녁이라 노는 시간이 부족해요.” (강민)
친구 “친구 관계 때문에 공부가 틀어지기도 하고 학업에서 벗어날 때가 있어서 고민이에요.” (신영)
공부 “뭘 해야 더 좋은 중학교에 갈수 있을까 고민돼요.” (지민)
외모 “살 쪘다고 친구들한테 놀림 받아서 집에서 식단 관리하고 한약도 먹어요. 다이어트 때문에 고민돼요.” (다혜)





청소년상담사가 말하는 6학년
“사춘기 꽃피는 6학년 잘못 넘기면 중학교 때 고생해요”

경기도고양교육지원청이 운영하는 고양Wee센터는 정서 학업 진로 가족문제 등으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위한 상담센터다. 개인 상담과 심리평가 치유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안정된 학교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고양Wee센터 유재선 청소년상담사를 만나 6학년은 누구이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들어 보았다.





사춘기에 필요한건 스위트홈
“대체로 초등 4학년 때부터 사춘기가 시작돼요. 신체변화가 조금씩 시작 되는데 교육 과정도 훅 어려워지거든요. 갑자기 버거운 것들이 많아지면서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받아요.”
힘든 일이 생기면 짜증나는 건 애나 어른이나 마찬가지다. 학교는 규율이 엄하고 마음대로 성질부리다가는 친구를 잃을 수 있다. 풀 수 있는 곳은 집이다.
“집은 편안하게 아이를 받아주는 스위트홈이 돼야 해요. 푹 쉬고 잘 놀고 편안하게 있다가 다시 학교에 가는 거죠. 이게 안 되면 학교에서는 공부할 과목 많고 친구 눈치보고 집에 와서도 학원가고 밀린 숙제 하다 짜증이 늘어요. 혼자 방문 닫고 틀어박히는 모습도 나타나요.”




독립을 위한 첫걸음 6학년
어른들에게는 반항이지만 인생의 긴 과정에서 보면 6학년은 독립을 시작하는 첫 단추다.

“사춘기에는 호르몬이 변하면서 정서도 바뀌어요. 조절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거예요. 스스로 가정을 꾸리고 인생을 살려면 주도적으로 뭔가를 해나가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안에서 독립성과 주도성이 올라와요.”
부모가 뭔가 하라고 말할 때 1초도 안 돼 “싫어”라는 답이 나오는 모습도 부모 입장에서는 반항이지만 아이 입장에서 보면 독립을 쟁취해나가는 과정이다.
“애가 내 말을 안 듣기 시작하면 미워하기보다 이제 얘가 자기 의견대로 자기 삶을 꾸려가고 싶구나, 그럼 나는 뭘 어떻게 도와줄까 살펴보세요. 필요한 정보를 제공 하는 것이 6학년 부모들의 역할이에요.”
사춘기의 씨앗은 초등학교 4학년에 뿌려진다. 6학년은 개화기다. 그때를 잘 못 넘기면 중학교 들어가서 ‘폭탄’이 터지고 뒤늦게 수습을 하게 된다.
“중2가 무서운 건 반항이 심하기 때문이죠. 용수철은 누를수록 세게 튀어 오르는 것처럼 심하게 반항하는 아이들은 심하게 눌렸다는 거거든요. 그걸 부모가 알아차리고 완화시켜주거나 더 필요한 것을 채워주면 사그라들어요. 부모 아이 관계는 사춘기라고 해도 언제든 좋아질 수 있어요.”




6학년 학부모를 위한 상담선생님의 한마디
딸에게 친구의 소중함 일러주세요

“세상에 가장 필요한 재산은 친구라고 말해주세요. 친구만큼 소중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요. 딸들이 친구들을 그룹지어 따돌리기 쉬운데 은연중에 자기 행동을 돌아보는 지침을 제공해주는 말 같아요.”
아들에게 성에 대해 편하게 얘기해주세요
“사춘기에는 스치기만 해도 정액이 나오기도 해요. 자기 힘으로 조절되는 게 아니거든요. 몽정도 자연스러운 거예요. 엄마가 놀라거나 혼내고 과하게 반응하면 아이가 더 숨어요. 본능적인 거니까 자연스럽게 대하고 안내만 해주세요.”
고양Wee센터 상담문의 031-901-9170, 031-901-9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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