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야기 푸드 트럭(food truck)

움직이는 레스토랑, 강남거리에 떴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을 저렴한 가격으로 즐긴다

지역내일 2014-04-28

최근 우리 정부가 푸드 트럭을 공식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푸드 트럭의 도로 영업을 허용할 경우, 근처에서 상가 임대료와 세금을 내고 장사하는 상인, 노점상 등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그래서 정부가 내놓은 고육책이 놀이공원과 유원지에만 허용한다는 방침이지만 이것 역시 놀이공원 내 기존 상점들과의 이해관계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대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뉴욕 푸드 트럭의 실태를 살펴보고, 그 안에서 우리 실정에 맞는 묘안을 찾아보자.
김선미 리포터 srakim2002@hanmail.net


푸드트럭 

뉴욕 푸드 트럭, 여러 민족음식의 경연장
뉴욕을 가본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거리의 푸드 트럭에서 음식을 사 먹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고, 일류 레스토랑 못지않은 뛰어난 맛에 새삼 놀랐을 것이다. 뉴욕은 인종의 용광로라고 한다. 그만큼 다양한 인종이 모여살고, 또 수많은 관광객들이 사시사철 끊임없이 모여드는 곳이다. 길거리에서 판매하는 음식 또한 각 나라 민족음식의 경연장이라 할 정도로 다채롭다.
뉴욕 맨해튼 거리의 푸드 카트와 푸드 트럭에서는 간단한 간식거리인 볶은 땅콩, 프레첼, 와플, 핫도그에서부터 수블라키, 케밥, 코프타, 팔라펠, 슈니첼, 쿠스쿠스, 김치타코 같은 민족 고유의 음식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7~9달러)에 맛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거리의 포장마차나 트럭에서 떡볶이, 어묵, 붕어빵, 호떡, 만두 등을 팔고 있지만, 음식의 다양성이나 물리적 환경 등을 보면 뉴욕에 비해 한참 못 미친다.
완벽한 주방설비와 냉장고까지 갖춘 대형 푸드 트럭은 그야말로 움직이는 레스토랑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흔히들 거리음식이어서 품질과 맛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푸드 트럭은 미국 언론의 음식비평가들조차도 극찬할 정도로 맛이 뛰어나 입맛이 까다로운 맨해튼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단연 인기다. 그도 그럴 것이 푸드 트럭 창업자들의 대부분이 전직 요리사 출신이거나 요리로 정평이 나있는 사람들인데다 좋은 품질의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음식비평가들도 극찬한 뛰어난 맛
독특한 맛의 중동식 양고기를 제공하는 ‘퀵 밀 카트(Kwik Meal Cart)''의 창업자 모하메드 라만은 맨해튼의 유명 레스토랑 ‘러시안 티룸'' 부주방장 출신이다. 모로코 전통음식인 쿠스쿠스로 인기를 끌고 있는 ‘꼼시꼼사(Comme Ci Comme Ca)''의 창업자 사미르 아프리트 역시 뛰어난 요리솜씨로 주변사람들로부터 여러 차례 창업권유를 받았다고 한다. 그리스 음식인 수블라키로 유명한 ‘엉클 구시스(Uncle Gussy’s)''의 트럭도 그의 어머니가 직접 만든 짜지키 소스로 대박이 난 곳이다.
최근에는 요리보다는 경영학 배경을 가진 사람들까지 푸드 트럭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뉴욕의 명물 와플인 ‘와플앤딘즈(Wafels &Dinges)''를 선보인 벨기에 출신 토마스 드기스트는 잘나가던 IBM 컨설턴트였다. 그는 쫀득한 리에주 와플을 뉴욕에 처음 선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또 빨간 김치와 백김치를 소고기, 닭고기 등의 고기 종류와 매치시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김치타코(Kimchi Taco)''의 필립 리는 코넬 대학원 레저경영 석사이고, 한식과 멕시코 식의 퓨전음식인 ‘코릴라(Korilla)''의 에드워드 송은 콜롬비아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리먼 브라더스에 다니던 금융계 출신이다.
 
SNS가 푸드 트럭 사업발전에 크게 기여
오늘날 뉴욕의 푸드 트럭 사업이 번창하게 된 데는 SNS의 영향이 크다. 푸드 트럭 영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가 당국의 단속이다. 우리나라처럼 단속이 나오면 재빨리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문제는 새로운 장소를 사람들에게 알릴 방법이 없었던 것. 하지만 지금은 트위터 같은 SNS를 통해 영업시간과 장소를 시시각각으로 알릴 수 있게 되었다.
뉴욕의 푸드 트럭은 유명세를 타면서 오프라인 식당으로 발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와플앤딘즈''는 맨해튼 이스트 빌리지에 오프라인 가게를 열었고,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아예 브루클린에 자체 도우공장을 차렸다. ‘김치타코'' 트럭도 인기를 끌자 브루클린에 ‘김치 그릴 레스토랑’을 오픈해 보다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뉴욕의 푸드 트럭 관리는 2원 체제로 운영된다. 첫째, 센트럴 파크 같은 시립공원 안에서 영업하려면 뉴욕시 공원관리국으로부터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5년짜리 허가증은 경매를 통해 발급되는데 장사가 잘되는 인기 장소는 그 가격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센트럴 파크 동물원 입구의 푸드 카트는 일 년에 무려 28만 9,500달러(약 3억 원)를 지불해야하며 계약기간은 5년이다. 그곳에서 판매되는 것은 생수, 청량음료, 아이스크림, 핫도그, 프레첼 등인데 수지타산을 맞추려면 하루에 2~3달러짜리 핫도그를 4백 개 이상 팔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 년 내내 장사가 잘되는 센트럴 파크 내 푸드 카트는 대부분 연 10만 달러(약 1억 500만 원) 이상을 세금으로 낸다고 한다. 이쯤 되면 푸드 카트 종사자들을 영세 상인으로 봐야할지 헷갈리기도 한다.
 
허가증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둘째, 뉴욕 거리의 푸드 트럭과 푸드 카트들은 뉴욕시 보건부에서 관리한다. 1930년대 대공황 시절에는 뉴욕시에만 1만 4,000여개의 노점상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교통에 방해가 되고 행인들에게 불편을 주자 블룸버그 뉴욕시장 재임 시절, 지속적인 단속을 시행하여 현재는 푸드 트럭과 카트의 개수를 3,100개(4월~10월 사이에는 1천 개 추가)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즉, 뉴욕 거리에서 푸드 트럭을 운영하려면 뉴욕시 보건부에 2백 달러(약 21만 원)를 내고 2년짜리 허가증을 취득해야 한다.
문제는 허가증을 보유한 사람들에게 무제한으로 갱신을 허용하는 바람에 신규 허가증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현재 대기자 수는 3천여 명에 이르고, 2007년 이후부터는 아예 신청접수도 받지 않는 상황이다. 따라서 푸드 트럭 허가증 구하는 일이 하늘의 별따기이고, 수요가 많다보니 음성적인 거래도 이뤄지고 있다.
200달러를 내고 받은 2년짜리 허가증이 대략 2만 달러(2,100만 원)에 육박한다고 하니 허가증만 있으면 가만히 앉아서 100배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지난 2010년 한식과 멕시코 식의 퓨전음식을 선보여 화제가 된 ‘코릴라 트럭(Korilla Truck)''의 창업자 에드워드 송도 푸드 트럭 3대를 운영하면서 2대는 허가증 보유자와 동업을 했고, 나머지 한 대는 암시장에서 2만 달러를 주고 허가증을 사들일 수밖에 없었다.
 
푸드 트럭, 창업촉진과 소비자 이익 창출 면에서 고려돼야
뉴욕에서 최근에 푸드 트럭을 새로 개업한 상당수 사람들은 허가증을 불법적으로 구입하거나 임대한 사람들이다. 어렵사리 허가증을 얻었다고 해도 기존 상인들과의 갈등, 도로 불법 점유에 대한 당국의 단속 등을 해결하는 일은 각자의 몫이다. 이처럼 겉보기에 푸드 트럭의 천국인양 보이는 뉴욕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와 비슷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뉴욕시는 창업촉진과 소비자 이익을 위해 푸드 트럭을 규제하기보다는 이해관계자들과의 갈등해소 및 조화를 통해 뉴욕을 세계 푸드 트럭의 명소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그래서 푸드 트럭은 직장인들의 입맛을 돋우는 한편, 전 세계 관광객들을 뉴욕으로 끌어들이는 중요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푸드 트럭은 독특한 맛의 민족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골라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대 환영이다. 우리도 푸드 트럭에 대한 여러 문제들이 조속히 해결돼 강남거리에서 중국, 태국, 베트남은 물론 중동, 중남미, 지중해 등의 다양한 음식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나아가 강남이 다문화를 수용하는 국내 최고이자 세계 최고의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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