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공모(아이를 위해 공부하는 엄마들의 모임)를 발족하며

지역내일 2014-11-05

 해마다 낙엽이 떨어져 쓸릴 때, 고3 아이들을 시험장에 보낸다. 에너지가 넘쳐나는 여름에 수능을 보면 안 되는지. 뿌린 만큼 거두며 나의 능력을 넘어선 무언가가 있음을 가르치려고 11월에 수능일이 있나보다. 이맘때면 더 절실한 소리가 들린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이 가득한 아쉬움은 유초등 시절 책읽기의 중요성으로 인도한다. 고등학교 때 담아낼 항아리의 크기는 어릴 적 책읽기 습관이 결정한다. 그래서 필자는 본원에서 목동의 유초등 학부모들을 모아 신문부터 고전까지 읽는 법을 교육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래는 본인이 논술교육전문가로 KBS의 ‘교육을 말합시다’ 프로그램에 초빙되어 한 시간가량 학부모들의 질문에 답변을 했던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Q : 초등학교 1학년인데요, 글씨도 아직 잘 못쓰는데 논술교육을 언제부터 시켜야 하는 건지 궁금해요?
A : 우리 사회에서 사용하는 논술이란 용어는 자기 생각을 표현한다는 의미입니다. 다른 어울리는 표현이 아직 없죠. 그렇다면 왜 반드시 자기 생각을 글로써만 표현해야 할까요? 초등 저학년은 그림그리기나 게임을 합니다. 어차피 핵심은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훈련입니다.


Q : 아이가 책읽기를 싫어해요. 독후감을 좀 쓰게 하고 싶은데 책읽기도 싫어하는 아이라서 독후감 쓰라고 하면 거부할 텐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A : 책읽기를 싫어하는 게 문제인가요, 아니면 독후감을 안 쓰는 게 문제인가요. 왜 독후감을 써야 하는 걸까요? 꼭 필요한가요? 자기 생각 기르기가 중요하다면 다른 접근법도 가능합니다. 그냥 책을 읽고 느낌을 쓰라하면 무얼 써야 하는지 어른들도 고민합니다. 구체적인 질문을 줘야 합니다. 또한 책읽기를 싫어한다면 영화보고 토론하기, 스포츠 관람하고 토론하기, 좋아하는 가수나 배우, 미술작품에 대해 토론하기 등 반드시 책으로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초등 고학년이 된다면 책을 읽는 습관을 길러야겠지요. 그때도 재미가 최고입니다.


Q : 사실 어렸을 때는 논술이 재미가 없다고 하는 아이들이 많이 있거든요. 어렸을 때는 논술을 어떻게 접근하도록 하는 게 좋을까요?
A : 논술을 무작정 읽기와 쓰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나이에는 나이에 따른 적합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초등학생 커리큘럼을 잠깐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정체성’이라는 주제로 수업을 하는데요, 우선 정체성이라는 말 자체가 어렵기에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동일한 이유는 무엇일까? 라는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2장 눈물연못, 카프카의 변신, 렘브란트의 자화상 등으로 접근하는데요, 20년 후의 나에게 편지쓰기를 하면 아이들이 상당히 진지해집니다. 핵심은 아이들이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주제와 쓰기의 소재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접근 방법은 다양합니다.


Q :그럼 어렸을 때는 바르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할 것 같은데요, 올바른 책읽기란 뭘까요?
A : 대화하기입니다. 책을 신주단지 모시듯 다루는 친구들이 많은데요, 읽으면서 밑줄치고, 왜 그런지, 정말 그런지, 숨은 의도는 무엇인지, 그래서 대안은 무엇인지 등을 자꾸 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어야합니다. 책 한권에 20장 이상은 접혀 있어야 하는 거죠. 키가 커지면서 나는 누구인가 질문을 합니다. 그런데 자기의 속성을 유식함이라 말하며 구구단을 외우는데, 4*5=12 라고 합니다. 아이들은 ‘오타예요’ 라고 말하죠. 옆에 쓰는 거죠. 엘리스, 넌 자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똑똑한 아이는 아니구나! 바보 메롱~뭐 이런 식으로. 세월이 지나 다시 읽을 땐 이런 메모도 있게죠. 내가 누구인지는 내 생각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판단이 중요하구나. 또 시간이 흐르면, 이쁜 글씨체로 다시 적혀 있지요. 그래도 내가 소망하는 나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지. 인간은 스스로가 원인이니까요.


 붉은 여왕이 엘리스에게 그러죠.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어라 뛰어라” 붉은 여왕의 나라에서는 어떤 물체가 움직일 때 주변 세계도 그에 따라 함께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 같이 죽어라 뛰며 살아가는 거죠. 방법은 간단합니다. 오히려 느리게 가거나 아니면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합니다. 학생들은 아직도 원서 쓰기 전에 전공을 결정합니다. 변화하는 입시제도의 본질은 공교육 정상화와 꿈을 갖고 열정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학생입니다. 그게 곧 개성의 실현이며 국가 경쟁력이죠. 아이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싶은 어머님들을 이번 ‘아공모’에 초대합니다.


손상진 원장

손크라테스 원장
아레테 언어논술학원
2650-8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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