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통계청자료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의 평균 퇴직연령은 만 53세라고 한다. 그런데 평균수명은 80세를 넘고 있어 퇴직 후 다른 직장을 찾지 못한다면 무려 30년 가까운 세월을 별 하는 일 없이 지내야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창업에 뛰어들 수도 없다. 어떻게 하면 이 긴 시간을 보람 있게 보내면서 더불어 경제적 안정까지 기대할 수 있을까? 제2의 인생을 꿈꾸는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창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는 ''서울시 장년창업센터''를 찾아가봤다.
김선미 리포터 srakim2002@hanmail.net
40세 이상 창업희망자라면 누구나 이용 가능
강남구 봉은사로(삼성동)에 위치한 ''서울시 장년창업센터''는 서울의료원 후관 5층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난 2011년 8월에 문을 열었다. 이곳은 서울시에 거주하는 창업희망 40대 이상 시니어들에게 창업성공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6개월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동사무실을 제공하고 있다. 일종의 중장년층을 위한 창업 인큐베이팅 시설인 셈이다. 1층에는 상담실과 카페, 정보자료실, 세미나실, 2층에는 강의실, 3~4층에는 창업보육실과 사무 공간, 5층에는 체력 단련실 등이 있다.
센터를 방문했을 때 1층의 한 세미나실에서 강의가 한창이었다. 강사인 오상훈 대표는 상품개발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과 사업계획서 작성요령 등을 도표로 만들어 설명하고 있었다. 재능기부를 통해 일주일에 한 번 강의를 진행하는 오 대표 역시 센터의 교육생 출신이라고 한다. 강사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수강생들은 마치 고3 학생들처럼 진지해 보인다.
창업성공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사무실 무료 제공
오 대표는 "신규 자영업자나 신설 법인 수는 날로 증가하지만 창업 이후 그것을 성공적으로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면서 중장년층은 젊은 층에 비해 그동안 쌓아온 경력이나 인맥, 기술 등을 활용할 수 있어 유리하지만, 그렇다 해도 철저한 상권분석이나 경영기법 습득 등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센터에 입주해 새로운 아이템으로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 모(51세)씨는 "2년 전, 다니던 회사를 갑자기 그만두게 되어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창업예정자에게 사무실을 무료로 대여해주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너무 기뻤다"면서 3기 교육생으로 들어와 지금까지 센터로부터 많은 지원과 혜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는 아침마다 갈 곳이 없어 암담했던 그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었고, 그 덕분에 차츰 절망 속에서 헤어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창업아이템 분석부터 마케팅·홍보까지 원스톱 도움
''서울시 장년창업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창업지원과 희망설계 아카데미 등 두 분야로 나뉜다. 이 중 창업지원 프로그램은 창업코칭, 전문분야 컨설팅, 성공창업 아카데미, 홍보 및 마케팅지원 등이다. 우선 창업코칭은 아이템별로 소그룹을 구성해 창업초기의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창업에 성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집중관리 프로그램이다. 1:1로 이뤄지는 전문분야 컨설팅은 초기창업가가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도록 분야별 전문가와의 상담을 지원하며, 성공창업 아카데미에서는 창업 성공사례 발표 및 토론을 통해 창업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게 실무위주의 교육을 실시한다.
홍보 및 마케팅지원은 국내 유망전시회 참가지원을 통한 제품홍보 및 판로개척, 창업사례 보도자료 배포, 효과적인 홍보방안 등을 추진한다. 희망설계 아카데미는 동일분야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며, 약 8주 동안 교육을 실시한 후 수료한 사람들에게 커뮤니티 활동, 창업닥터 활동, 창업희망자 공간 등을 제공한다.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제2의 인생을
''서울시 장년창업센터''에서 창업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박소영 씨는 "초기창업 시에 필요한 특허나 회계, 상권분석 및 세무 등에 관한 사항들을 각 분야의 전문가와 연계해 상담할 수 있도록 한다"면서 그 외에 소규모 실습형 세미나와 창업 유관기관의 정책 및 지원 사업 설명회도 수시로 개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중장년층의 참여율이나 호응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센터 측에서도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센터는 그동안 연 2회 각 250명씩 총 500명을 선발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지난 4월 1일부터는 회원제로 전환했다. 따라서 창업희망자는 언제든지 센터를 방문해 등록만 하면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창업은 준비하는 과정뿐 아니라 창업한 후에 얼마나 잘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가가 더욱 중요하다.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고 있거나 창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서울시 장년창업센터''를 방문해 그 방법을 찾아보자.
*위치 :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114길 43
*문의 : 02-3430-2230
*홈페이지 : www.sba.seoul.kr
창업성공사례 미니 인터뷰
"한국적이면서도 독특한 한류 액세서리 기대하세요"
조영미(''씨드21'' 대표)
1층 카페에서 조영미 대표를 만났다. 지금 막 출근하는 길이라는 그녀는 무엇인가 가득담은 큰 가방을 살며시 내려놓는다. 가방위에 살짝 얹혀있는 챙 넓은 모자가 눈에 띈다. 모자에는 빙 둘러 소담스런 꽃송이가 매달려 있다.
"제가 하는 일이 이런 거 만드는 일이에요." 그녀가 수줍게 웃으며 테이블위에 꺼내놓은 것은 장식과 나염이 특이한 패션모자와 스카프 등의 액세서리. 모자의 띠에 깃털이나 스톤이 달린 핀을 장식해 화려함과 개성을 강조했고, 탈부착이 가능한 핀과 브로치를 사용하여 다른 옷이나 소품에도 매치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대학에서 의상디자인을 공부하고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1년 반 동안 유학생활을 했다. 귀국 후 한 의류 수출회사의 디자인과 마케팅 파트에서 17년 동안 일했다. 그녀는 "오랫동안 의류관련 업무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나만의 브랜드와 제품을 갖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창업동기를 털어놓는다.
"가뜩이나 경기도 안 좋은데 이런 상황에서 웬 창업이냐고 주위에서 다들 말렸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도전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서울시 장년창업센터''를 알게 되었고, 모집 시기에 맞춰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면접 등을 거쳐 5기 교육생으로 작년 8월에 입주하게 되었다고 한다. 센터의 4층 사무실에서 맘껏 작업하고 유익한 강의와 정보 등을 지원받으며 차근히 준비해온 결과, 그녀는 얼마 전 첫 제품을 출시했다. 그런데 제품에 대한 반응이 의외로 좋아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창업에 대한 어려움과 부담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혼자서 일을 하다 보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밀려왔고 때론 나태해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센터에서 만난 많은 분들의 적극적인 도움과 배려가 큰 힘이 되었다고 말한다.
조 대표는 "현재는 일본 등지로 수출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유럽이나 미국까지 그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라며 그동안의 노하우를 현대적인 감각에 접목시켜 한국적이면서도 독특한 한류 액세서리를 개발하는 것이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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