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방학 기간에 수능 준비를 위해 민.사.고(민족사관고등학교) 학생이 특강을 수강한 적이 있었다. 민.사.고는 논술 형식으로만 국어 수업을 하고 수능형 국어 수업을 하지 않는다. 이 학생은 유학을 목표로 하지 않고 2학년을 마치고 고려 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하려고 했다. 논술 형식의 독서와 글쓰기가 수능형 국어 문제 풀이와 달라서 수업 초반에는 금세 목표 점수대가 형성되지 않았지만 특강이 끝날 즈음엔 1등급 점수대가 고정되었다.
학생을 가르치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국어 수업을 받으면서 수업 내용을 영어로 필기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언어 감각이 이처럼 탁월한 학생을 본 적이 없다. 비단 이 학생뿐만이 아니다. 필자는 국어를 잘 하는 학생이 다른 과목을 못하는 사례를 본 적이 없다. 여기서 국어를 잘 한다는 것은 학교 국어 성적만 높은 학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언어 감각과 사고력이 뛰어난 학생을 말한다. 왜 대입 논술 전형의 학생들에게 최저 등급을 요구하는가. 최저 등급에 이르지 못하는 학생의 글은 안 봐도 뻔하다는 것이다. 이는 사고력과 언어 구사력이 다른 과목의 수업 능력과 필연성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위권 대학이 논술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이유도 같은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맘때 중3 학생들은 고등과정 수학과 영어 선행 학습을 한다고 야단들이다. 매년마다 반복되는 현상이지만 선행 학습을 한 학생들이 고등학교 입학 후 수학, 영어 점수가 탁월해진 결과를 많이 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선행 학습이 잘못된 것인가? 예습이 잘못된 학습 방법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문제는 사고력 형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중3 학생들이 고등학교 입학 전에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은 독서이다. 그저 독서를 많이 하는 것만 가지고는 사고력을 향상시킬 수 없다. 양적 독서보다 질적 독서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애가 책은 많이 읽었는데 국어를 왜 못할까요?”라고 묻는 학부모가 많다. 이 문제는 독서와 함께 반드시 수반되어야하는 토론과 글쓰기가 안돼서 생기는 것이다. 생각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것을 끄집어내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방법이 대화나 토론, 글쓰기다. 따라서 중3 학생들이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사고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고 그 내용에 대해 대화하고, 이슈나 쟁점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토론하고 글을 써보는 것이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성적을 올릴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이다.
국어논술전문 씨알학당
윤기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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