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사이에는 친밀함이 있어야 한다. 가정윤리의 실천 덕목인 오륜 중 하나인 ‘부자유친(父子有親)’의 뜻이다. 또한 남학생들만 재학 중인 반포중학교(교장 장명희) 아버지회가 추구하는 ‘교육관’이자 아버지회 공식 명칭이기도 하다. 지난 18일 토요일에 열린 아빠와 함께 하는 역사문화 체험현장을 찾아가 각별한 아빠와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피옥희 리포터 piokhee@naver.com
아빠와 아들의 특별한 포옹 의식
오전 9시 동대문역에 위치한 흥인지문 앞에는 반포중학교 장명희 교장을 비롯한 6명의 교직원과 30여 명의 아빠와 아들이 집결했다. 종로구청 해설자의 안내로 흥인지문에서부터 3시간 동안 성곽을 걸으며 역사문화 체험 활동을 한 뒤, 오후에는 <사춘기 메들리>라는 연극을 함께 관람하는 특별한 ‘부자(父子)의 날’ 행사가 열리기 때문이다.
아빠와 아들이 속속 현장에 도착하자 반포중 아버지회 ‘부자유친’을 이끄는 안영준 회장(2학년 안응초 학생 父)이 제일 먼저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친밀함’을 더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아빠와 아들이 두 손을 꼭 잡고 참가소감을 발표한 뒤 서로를 꼭 껴안아 주는 자리.
아빠만큼 훌쩍 커버린 아들을 안는 것이 다소 어색할 법도 하건만, 처음 참석한 신입 아버지회 회원들도 스스럼없이 아들을 껴안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빠들이 아들과 남다른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은 ‘시도 때도 없는 포옹’에 있었다. 지난해 회장을 맡았던 진범식(3학년 진민석 父) 씨의 말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위로 딸만 셋이고 민석이가 막내입니다. 딸보다 아들 키우기가 어렵다는 아내의 성화에 등 떠밀려 아버지회 활동을 시작했지만 서로 안아주고 함께 야외활동을 하며 아들과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딸과는 또 다른, 남자 대 남자로서 서로 교감하는 부분이 크죠.”
함께 노는 것이 최고의 아빠 교육
아들을 둔 아빠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엄마가 공부에 도움이 되는 학습 조력자라면, 아빠는 신나게 뛰어 노는 정신적ㆍ육체적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고.
“저는 집에서 별명이 초딩입니다. 성우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집에서 초딩은 저뿐이더군요.(웃음) 성우 위로 중학교 2학년인 누나가 있지만 아들과 아빠의 관계는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함께 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들과 함께 산으로, 강으로 놀러 다니는 것이 가장 좋은 아빠 교육이 아닐까요?”
아들과 허물없이 지내고 있는 윤승현(1학년 윤성우 父) 씨의 말이다. 이에 반포중 인문사회부장 오경희 교사는 “남학생들의 성향에 맞게 아버지들이 매우 활동적으로 변모했다. 함께 물놀이를 가거나 농구와 축구대회에 참여해 땀을 흘리며 각별한 사이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에는 아빠와 아들이 함께 자전거를 타고 월드컵경기장과 행주대교를 건너 염창동, 여의도, 동작대교까지 총 48킬로미터 구간을 다녀오기도 했다.
소셜 밴드 모임으로 결속력 강화
반포중 아버지회는 소셜 밴드 모임도 활성화되어 있다.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좋은 글귀’를 올리는 아빠도 있고, 가족들의 소소한 이야기와 사진을 직접 올리는 등 서로 더 가까워 질 수 있도록 온라인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부자유친’ 밴드는 반포중 아버지회 선ㆍ후배 간의 가교 역할뿐 아니라 가족적인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역할도 합니다. 자녀에 대한 고민과 교육 정보들을 함께 공유하고 모두가 더 멋진 아버지로 성장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부자유친’ 소셜 밴드를 직접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지기영(1학년 지동엽 父) 총무는 밴드 활성화 방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이 외에도 반포중 아버지회는 해마다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연탄봉사를 해오고 있다. 또, 지난봄에는 아름다운 학교 가꾸기에 동참하며 아빠들이 직접 ‘학교 담장 밖 장미덩쿨 가지치기’에 동참하는 등 아이들을 위해 솔선수범하고 있는 반포중 아버지회. 부자유친 덕목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아빠들에게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내본다.
<취재 후기>
‘역삼중 아버지회’와 ‘반포중 아버지회’ 취재 현장에서 만난 아버지들은 남다른 교육열을 지닌 멋진 강남 아빠들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아빠들의 대화 주제가 자녀의 성적이나 학원 정보가 아닌, 아이와 함께 하면 좋은 것들을 공유한다는 점이었다. 자녀가 미래를 설계할 때 더 큰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존재. 아이들에게 아버지는 그런 존재가 아닐까? 강남 아빠들과 마주하면서 ‘우리 시대의 아버지상’을 다시금 곱씹어 보게 된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