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노인복지센터 남성 요리반

“앞치마 입은 모습, 정말 멋지십니다!”

가족에게 바치는 건강과 사랑의 밥상

지역내일 2014-04-07

햇살이 따사로운 3월의 어느 날, 논현동 여성능력개발센터에서 진행 중인 남성 어르신들의 요리교실을 찾았다. 4층 조리실에 들어서니 앞치마를 두른 채 야채를 씻고 다듬는 어르신들이 보인다. 오늘의 메뉴는 차돌박이 구이와 참나물, 그리고 우거지찌개. 김현영 강사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그들은 다름 아닌 압구정노인복지센터 남성 요리반 수강생들이다.
김선미 리포터 srakim2002@hanmail.net


요리

요리 잘하는 남자가 매력남
옛 속담에 ‘군자는 부엌을 멀리 해야 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남자와 여자가 똑같이 밖에서 일하고 돌아와도 집안일과 아이를 돌보는 것은 전적으로 여자의 책임이자 의무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옛말! 요즘엔 요리 잘하는 남자가 사랑받는 시대가 되었다.
매주 금요일이면 앞치마를 두른 남성 어르신들로 북적이는 곳이 있다. 만 60세 이상 어르신들로 구성된 압구정노인복지센터 남성 요리반이 바로 그곳. 이 강좌는 3개월 과정으로 일주일에 한 번(금요일) 오전 10시에서 12시까지 진행되며, 수강료는 무료이고 한 달에 재료비 2만 원만 내면 된다. 벌써 3년째인 이 요리반은 날이 갈수록 큰 호응을 얻어 기다리는 대기자가 꽤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싱크대 한쪽에서 능숙한 솜씨로 쌀을 씻어 냄비에 밥을 안치는 배모(78세) 어르신은 "3개월 하고나니 이제는 재미도 있고 많이 익숙해져 금요일 요리교실이 기다려진다"면서 그동안 여성 전유물로 알려졌던 요리에 대한 편견을 깨고 이렇게 용기를 낸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즐거워했다.


실생활에 필요한 생활요리 선보여
차돌박이 구이를 위한 양념장을 만들기 위해 각 테이블마다 레시피를 보면서 양념을 재워 넣고 맛을 보느라 어르신들의 볼이 빨갛게 상기돼 있다. 16명의 수강생들은 4명씩 한 조가 되어 어느 팀이 더 잘하는지 내기라도 하듯 모두 다 열심이다. 한 명은 팬에 고기를 굽고 한 명은 우거지찌개에 된장으로 간을 맞추고 또 다른 한명은 청양고추를 썰고 누군가는 뒷설거지를 하는 등 각자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고 있다. 또 요리강사의 설명을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눈과 손을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기까지 하다.
서툰 솜씨로 요리에 열중하다보니 어느덧 어르신들의 이마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드디어 요리가 완성되고 이제는 맛을 볼 시간. 김현영 강사가 각 팀의 요리를 시식할 때마다 어르신들은 칭찬을 기다리는 유치원생들처럼 "맛있어요? 강사님!"하며 보챈다. 강사의 좋은 평가가 이어지면 만족해하면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과 함께 맛있게 점심을 먹는다.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다른 팀 요리를 맛보는가 하면 서로에 대한 냉철한 평가도 잊지 않는다. 이어 설거지를 하고 그날의 뒤처리담당 팀이 식기와 도구들을 제자리에 정리하면 오늘의 수업은 끝.


색다른 경험으로 노년의 활기 되찾아
프로그램을 주관한 압구정노인복지센터 정미정 사회복지사는 "이 강좌를 듣기 위해 외국에서 일부러 일정에 맞춰 오시는 분도 있다"면서 가정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생활요리여서 실생활에 도움이 돼 더 좋아하신다고 전했다. 특히, 매주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는데다 요리 레시피가 함께 제공돼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한다. 여기서 배운 요리를 가끔 가족들에게 만들어준다는 이모(69세) 어르신은 "아내의 노고에 새삼 고마움을 느끼며 요리를 통해 가족 간의 화목을 도모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번이 두 번째라는 김모(70세) 어르신은 “나 스스로 요리를 해본다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라면서 이제는 일선에서 퇴직했지만 젊었을 때 각기 다른 분야에 몸담고 있던 사람들이 일주일에 한번 색다른 경험을 공유한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삶에 활력을 준다고 강조했다. 2년째 이 강좌를 담당하고 있는 김현영 강사는 "부부간의 가사분담이 당연시되고 있는 요즘, 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가장의 모습이 더 이상 어색한 일이 아니다”면서 어르신들이 오픈마인드인데다 적극적이어서 오히려 그분들에게 삶의 지혜를 배우고 있다며 환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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