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공을 가르는 비행기를 조종하는 파일럿. 제복을 입고 온갖 복잡한 계기판이 달린 조종간에 앉아있는 파일럿의 모습은 참 멋집니다. 그런데 이 파일럿들이 세운 협동조합이 있다는 거, 알고 계시나요? 지난해 8월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대한민국조종사협동조합’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후 모든 조종사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 대한민국의 조종사들이 함께 일궈나가고 있는 대한민국조종사협동조합을 찾아보았습니다.
문소라 리포터 neighbor123@naver.com
회사 틀 벗어나 삶의 문제 함께 풀려
대한민국조종사협동조합(이하 조종사협동조합)은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에서 먼저 시동을 걸어 설립하게 됐다.
“우선 우리나라 노동환경이 악화되면서, 다음으로는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 당시 이를 가장 잘 넘긴 형태의 기업이 협동조합이었는데 이를 보고 협동조합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습니다.” 대한민국조종사협동조합의 김종오 이사장은 조종사협동조합 설립의 계기를 이렇게 밝혔다. 대한한공조종사노조의 위원장을 지낸 김종오 이사장은 “우리나라 노조는 유럽처럼 산업별 노조가 발달돼 있지 않고 노동당의 영향력도 아직은 약해 노조가 회사와의 관계에서 끌려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회사라는 틀을 벗어나기가 어렵지요. 이러한 상황을 뛰어 넘고자 협동조합을 세웠습니다. 노동자들이 모여 노동 조건 외 다른 여러 가지 삶의 문제도 함께 풀어나가기 위해서죠”라며 협동조합 설립 이유를 덧붙였다.
조종사협동조합 설립에 대한 노조원들의 지지는 뜨거웠다. 약 600명이 발기인으로 참여, 각 30만 원 이상의 출자금을 냈고 그렇게 대한민국조종사협동조합의 엔진은 가동됐다. 조종사협동조합이 야심차게(?) 벌인 첫 사업은 지난해 10월 장항동 라페스타 인근에 하우스 맥줏집 ‘파일럿 클럽 하우스(PCH)’를 오픈한 것.
“회사 바깥에서 조종사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조종사들은 회사보다는 비행기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고 비행 일정이 다르다 보니,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기 어렵거든요. 조종사들이 공항과 가까운 고양시에 많이 거주해 참 좋아해요.” 김 이사장의 말이다.
조합원과 가족, 사회를 위한 다양한 활동
PCH는 단순히 하우스 맥주를 파는 곳만은 아니다. 통기타 동아리 등 조종사들의 동아리 활동 공간으로도 쓰이고, 조종사들을 상대로 한 기상레이더 강연을 열기도 했다. 지난해 인권의 날에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함께 공동으로 ‘인권편지 쓰기’ 행사를 열었으며, 맥주 1잔당 100원의 기부금을 모아 ‘은빛날개’라는 조종사복지단체에 보내는 등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조합원들뿐만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 하는 행사도 열고 있다.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라는 행사에서는 기장들이 부기장들을 대접하는 자리에 퇴직 기장들도 참여해 조합원들 간 친목을 도모하고, 더불어 자녀들의 아빠 자랑하기 시간을 마련해 조합원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연말 모임에서는 바이올린, 통기타 등의 가족 공연을 개최해 가족들과 훈훈한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밖에 조합원 중 한 명이 PCH에서 파일럿을 꿈꾸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해 준 것도 반응이 좋아, 앞으로는 협동조합 차원에서 청소년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멘토링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역주민과 함께!
조종사협동조합에서는 조합원과 조합원 가족을 넘어 지역 주민들과도 함께 하는 강연과 토론,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강연과 교육 프로그램은 주로 지혜공유협동조합과 공동 개최하고 있는데 4월에 미디어오늘의 신학림 대표가 ‘한국사회, 누가 어떻게 지배하는가’라는 강연을, 5월에 ‘세월호 참극, 우리는 무엇을 미안해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지난 5~6월에는 <행복한 월요 포럼> 이라는 타이틀로 총 6회 강연를 진행했다. 교육 컨설턴트 한왕근 교육연구소장이 ‘아이를 살리는 교육, 아이를 죽이는 교육’, 포도재무설계 이광구 이사가 ‘돈에 대한 바른 시각과 가정 재무관리’,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가 ‘100세 시대, 우아한 인생 계획’ 등의 강연을 하고 참석한 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 조합원과 지역민들의 높은 참여를 이끌어 냈다.
김 이사장은 “조합원들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도 맛좋은 하우스 맥주를 저렴하게 제공하고, 서로의 관심사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자 PCH를 연 것”이라며 “앞으로는 강연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모임이나 행사 공간으로 대여도 해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생산자 협동조합으로 확고히 서고파
조종사협동조합에서는 조합원과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사업을 좀 더 체계적으로 기획하고 시행하기 위해 얼마 전 문화사업 기획 전문가 오기현씨를 초빙했다.
당장 다음 달부터 월 1회 정기 콘서트로 클래식, 재즈, 국악 등의 공연을, 주말 모임으로 ‘문화와 즐거움이 있는 싱글 모임’을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스토리 텔링 콘서트와 저자 초청 강연, 탱고 강습 등도 기획 중이다.
“PCH에 조합원들과 지역 주민들이 많이 오셔서 놀이터로 삼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협동조합으로서 장기적인 바람은 대한민국조종사협동조합이 생산자 협동조합으로 확고히 자리 매김하는 것이에요. 그리고 우리나라에 생산자 협동조합이 많이 생겨, 주식회사가 주로 담당하고 있는 경제적 역할을 생산자 협동조합이 더욱 많이 담당하면 좋겠어요. 그러면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덜 휘둘리며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기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대한민국조종사협동조합이 우리나라 생산자 협동조합의 힘찬 날개가 되기를 바라는 김종오 이사장의 바람이다.
조합원이 되면! 되려면?
조합원이 되면 조종사협동조합 자체 행사나 강연에 무료로 참가 가능하며, 타 기관과 공동 개최하는 각종 교육이나 강연에 무료 또는 약간의 참가비를 내고 참가할 수 있다. 조합원이 되려면 30만 원 이상의 출자금을 내면 된다. 매달 회비는 따로 내지 않는다. 조종사나 고양지역 주민이 아니어도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문의 031-932-8178(오후 1~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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