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만끽하고 돌아온 리포터의 봄 여행기

봄 마중 나간 주부 5인, “엄마, 어디 가?”

지역내일 2014-03-30 (수정 2014-03-30 오후 12:19:51)


적벽강의 석양. 기괴한 암벽과 절경으로 중국의 적벽강과 비유되어 그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더 높고 힘차게 날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휴식 같은 여행이다. 어린 시절 소풍가기 전날이면 새 신발을 머리맡에 두고 잠을 설쳤던 기억이 난다. 새로운 자신을 만나게 되는 휴식의 반가움에 애어른이 따로 있을까? 어른이 되어 엄마, 아내, 며느리, 직장인으로 열심히 생활한 주부 5인이 가족에게 당당히 포상휴가 신청서를 내고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낯선 도시 전북으로, Go Go!
7년 전,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니던 때에 만나 외국어 수업을 같이 하던 5명의 주부들은 이제는 얼굴만 봐도 마음을 알아채는 사이가 됐다. 그들은 여행을 꿈꾸기 시작했지만 여행을 가기에 시간, 상황, 가족들의 지원 등 어느 것 하나 녹록한 것이 없었다. 그러나 여행을 떠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나 시간이 아닌 용기와 결단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과감히 여행을 결심했다. 여행지 물망에 오른 곳은 제주, 부산 등 여러 곳이었지만 가보지 않은 새로운 곳으로 가고 싶다는 의견에 힘이 실려 전라북도 전주한옥마을을 거쳐, 변산반도, 새만금 방조제, 군산으로 가는 여정이 결정됐다. 봄 햇살이 유난히 좋았던 지난 토요일, 일행이 탄 승용차는 청주와 전주 사이의 거리를 축지법이라도 쓴 듯 단숨에 예향의 도시 전주에 데려다 놓았다.







웅장한 모습의 전동성당, 지금은 필히 사진을 찍고 가는 포토존이다.


역사&체험&맛&기념품, 정돈된 전주한옥마을 
청주에서 승용차로 2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전주한옥마을은 풍남동과 교동 일대의 700여 채의 한옥 가옥촌으로 곳곳에 조선왕조의 역사가 녹아 있다. 한옥마을 내에 위치한 ‘경기전(사적 제339호)’은 ‘왕조가 일어난 경사스러운 터’라는 의미로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어진(왕의 초상)을 봉안한 곳이다. “그 많던 왕의 어진들이 임진왜란 등으로 거의 소실되어 이곳 어진 박물관에 보관된 태조의 어진이 국내에서 유일하다”는 해설사의 설명은 마음을 아프게 했다. 안타까운 마음을 추스르고 발길을 옮겨 ‘최명희 문학관’으로 향했다. 소설 ‘혼불’의 작가 최명희를 기념하는 문학관은 다섯 명의 주부들을 세월을 거슬러 문학소녀로 되돌려 놓기에 충분했다. 단순히 재미로 시작했던 느린 우체통 ‘1년 뒤에 받는 나에게 쓰는 편지’ 체험은 편지지에 줄을 더해갈수록 이 편지를 받을 때 나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오늘의 이 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등 자신과의 대화에 푹 빠져들고 있었다. 

전주한옥마을에 왔다면 꼭 들러야하는 곳이 낮은 한옥 사이에 높이 솟아 오른 전동성당이다. 풍남문 밖에 위치한 ‘전동성당(사적 제288호)’은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동서양의 곡선미가 융합된 아름답고 웅장한 건물로 낮은 한옥들과 묘하게 어울리고 있었다. 전동성당은 조선 후기 정조 때 한국에서 최초로 순교를 당했던 장소로 천주교회의 가슴 아픈 역사가 스며있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연인들이 필히 들러 사진을 찍는 포토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했다.
둘러보는 사이사이에 맛보는 다우랑만두와 수제초코파이는 인내심을 가지고 긴 줄을 섰던 사람만이 맛보는 별미였다. 또한 격주로 열린다는 문화장터는 전주의 공방들이 판매하는 자수, 패브릭, 한지, 매듭 등 다양한 기념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 눈이 즐거웠다.





길게 줄을 서야하는 수고스러움이 있지만 꼭 먹고 가야할 전주 맛집 아이템이다. 전주한옥2마을 내 위치


아늑한 바다 변산반도& 역사가 살아있는 군산
전주한옥마을을 나와 다시 두 시간 정도 달리니 저 멀리 바다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일행의 다음 목적지 변산반도. 채석강에 들어서니 비릿한 바다냄새가 진동을 해 내륙에 사는 여인네들이 뭍의 가장자리에 서서 바다를 마주보고 있음을 감각적으로 느끼게 했다. 얇은 돌들을 한 장씩 수없이 얹어 놓은 듯한 채석강의 모습은 마치 맛있게 만들어진 거대한 파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산반도 줄기에 있는 적벽강(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3호) 근처에서 1박을 한 일행은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하며 포근히 감싸주는 아늑한 바다 변산반도의 매력에 푹 빠졌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부안과 군산을 잇는 새만금 방조제를 통과해 마지막 목적지 군산을 향했다. 군산의 근대역사박물관을 둘러보고 나니 군산에 고스란히 남겨진 역사가 눈에 들어왔다. 군산은 일제가 호남지역 토지와 쌀 수탈을 위해 거점 항구로 사용한 곳으로 일제강점기 때의 쌀 곳간과 세관 건물 등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었다. 지금은 공연장이나 찻집으로 탈바꿈해서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일본색이 짙은 다다미방에서 차를 마시며 이국풍이라고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던 장소였다.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고 했던가? 일상을 훌훌 털고 여행을 떠났던 주부 5인은 군산을 떠나 청주로 가까워질수록 다시 저녁 반찬 걱정에, 아이들의 교육 문제를 이야기하며 다시 주부의 자리로 돌아오고 있었다.




윤정미 리포터 miso08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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