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호수·철원 여행

부모님과 함께 초가을 자연의 정취를 느끼다

지역내일 2014-09-22

가을 초입에 들꽃들이 앞 다투어 다채로운 색을 뽐낸다. 들길로 나가면 초가을 산들바람에 코스모스가 살랑살랑 몸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한다. 그 모습을 보고 붙여준 코스모스의 우리말 이름이 ‘살살이꽃’이란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어도 자연은 다시 같은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주는데, 우리는 성장과 쇠약을 반복한다. 산정호수와 철원 일대에서 부모님과 함께 초가을 자연의 정취를 느껴봤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둘레

호반의 정취 흠뻑 느낀 산정호수 둘레길 산책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일흔 중반부터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원거리 여행을 힘들어하시는 부모님과 함께 여행지로 선택한 곳은 산정호수와 철원. 서울 강남에서 차로 한 시간 반 정도 거리에 있는 산정호수 한화리조트에서 2박 3일 머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산정호수는 산봉우리들이 겹겹이 호수를 둘러싸고 있어 산 속의 우물과 같은 맑은 호수라고 해서 ‘산정(山井)’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호반 전체를 아우르는 산정호수 둘레길은 5km 코스로 왼편으로는 호수, 오른편으로는 산이 이어져 있어 상쾌한 숲의 향기를 맡으며 물과 산이 어우러진 정취를 감상할 수 있다. 가을이면 멋진 단풍이 이 둘레길을 수놓는다고 하는데, 초가을이라 아직 단풍을 보긴 힘들었다.
둘레길 초입에 있는 산정폭포에서 코스의 절반 정도를 지나면 ‘자인사(慈仁寺)라는 절을 만난다. 궁예와 고려 태조 왕건의 악연을 풀고 화해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절이라고 한다. 물맛이 좋다고 알려진 사찰 안의 약수터에서 우리는 시원하게 목을 축였다. 이 정도의 산책만으로도 힘겨워하시는 부모님을 보니 그동안 자주 함께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울음과 한탄 어린 명성산 등산로
산정호수 주변은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와 고려 태조 왕건에 얽힌 역사가 숨어 있다. 906년, 철원으로 도읍을 옮긴 궁예는 왕건을 시켜 후백제를 공격하게 했는데 이 때 왕건은 명성산 일대에서 산제를 지냈고 현몽을 받아 승전했다고 전한다. 반면, 궁예는 왕건에게 쫓겨 이 산으로 숨어들었다가 피살되었고, 궁예가 망국의 슬픔을 통곡하자 산도 따라 울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울음산이라는 의미의 명성산(鳴聲山)이 되었다고 한다.
명성산의 정상부근은 완만한 경사를 이룬 억새풀밭지대로 매년 10월에 억새꽃 축제를 열어 산정호수와 넓은 초원의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부모님과 동행한 우리는 가장 쉬운 코스를 선택해 가벼운 산행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명성산 등산코스>
- 1코스(초급, 4.2km, 1시간 40분): 상동주차장-비선폭포-등룡폭포-억새꽃군락지-팔각정
- 2코스(중급, 3km, 1시간 30분): 상동주차장-비선폭포-책바위-팔각정
- 3코스(중급, 2.2km, 1시간 20분): 자인사-나무계단-팔각정
- 4코스(중급, 9km, 5시간): 상동주차장-비선폭포-등룡폭포-팔각정-삼각봉-신안고개

철원


내전과 분단의 아픔 간직한 철원
산정호수와 가까운 철원에서 둘러본 곳은 ‘노동당사’와 민통선 안쪽에 있는 ‘끊어진 철길’. 두 곳 모두 우리 민족의 내전과 분단의 아픔을 그대로 담고 있어 평소 잊고 있었던 나라의 현실을 되짚어 주었다.
노동당사는 해방 이후 북한이 공산정권 강화와 주민통제를 목적으로 건립해 한국전쟁 전까지 사용한 노동당 철원군 당사이다. 시멘트와 벽돌로 지어진 3층 건물인데, 한국전쟁 당시 철원읍 시가지였던 이 건물 일대의 다른 건물들이 모두 파괴돼 자취도 없이 사라졌는데 유독 이 건물만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얼마나 튼튼하게 지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건물외관을 한 바퀴 둘러보자 수많은 총격과 포탄의 흔적이 그날의 아픔을 생생하게 전했다.
노동당사를 둘러본 후 우리가 향한 곳은 금강산 철길마을의 민통선 안쪽에 있는 ‘전선휴게소’. 이곳은 한탄강 메기매운탕으로 유명한 음식점이기도 하다. 검문소에서 일행 모두 신원을 빠짐없이 적은 후 점심을 먹으러 간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서글퍼졌다. 한탄강 메기매운탕의 참맛을 맛본 후, 한때는 금강산으로 이어졌을 끊어진 다리를 산책했다. 그곳에서 기차로 90분만 달리면 금강산이라고 하니 가까이 두고도 가지 못하는 것이 더 안타깝게 느껴졌다. 민통선 구역이라 자연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만이 위안으로 남았다. 끊어진 철길은 언제쯤 이어질 수 있을까.



<산정호수 주변 가볼만한 곳>


* 명성산 억새꽃 축제
전국 5대 억새군락지로 손꼽히는 명성산에서는 매년 10월 둘째 주에 억새꽃 축제가 열리며 음악회, 등반대회 등을 개최한다. 올해는 10월 11일(토)~12일(일)에 축제가 개최된다.
-  포천시 영북면 산정리 명성산 및 산정호수 일대, 031-540-6350


* 포천 아트밸리
버려진 채석장에서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된 곳. 착시아트, 전망 덱, 조각공원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를 즐기며 오르다 보면 천주호에 도착하는데, 산 정상의 호수와 기암절벽 등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 포천시 신북면 아트벨리로 234, 031-538-3483~4


* 평강식물원
12가지 생태정원으로 조성된 다양한 테마의 종합식물원으로 동양 최대의 고산식물 전시장인 암석원이 있으며, 희귀식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가족들과 자연 속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 포천시 영북면 우물목길 203, 031-531-7751


* 한가원(한과문화박물관)
한과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전시되어 있고 교육관에서는 전통 한과 만들기와 다례교육, 예절교육 등을 받을 수 있다. 한과 만들기 체험은 홈페이지(www.hangaone.com)에서 예약할 수 있다.
- 포천시 영북면 산정호수로 322번길 26-9, 031-533-8121


* 산사원
전통술 갤러리 산사원은 박물관과 판매장터, 산사정원을 갖추고 있다. 박물관에서는 술과 관련된 유물을 관람할 수 있으며, 판매장터는 바 형식의 시음 공간이 있어 질 좋은 막걸리를 직접 맛보고 구입할 수도 있다. 전통주 빚기 체험은 홈페이지(www.sansawon.co.kr)에서 미리 접수해야한다.
- 포천시 화현면 화현리 512, 031-531-9300


* 허브아일랜드
지중해의 ‘생활 속 허브’를 테마로 허브식물박물관, 베네치아마을, 산타마을을 비롯해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 허브 테마파크. 허브 베개, 허브 비누 등을 만들 수 있는 체험장이 마련돼 있다.
- 포천시 신북면 청신로 947번길 35, 031-535-6494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