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2동 마을의 젊은 주부들이 모여 폐백 음식을 만드는 곳이 있다. ‘조물락 나눔 공방’이 바로 그곳. 마리아의 딸 수녀회에서 장소를 제공하고 재능기부로 나선 강사를 중심으로 주부들은 음식을 배워 자기 계발의 기회도 가지고 더 나아가 부업까지 창출하고 있다. 손으로는 음식을 만들지만 입은 자식 이야기 남편 이야기로 꽃이 피어나니 이웃과의 관계도 돈독해질 수밖에 없다. 평범한 주부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폐백 음식을 만들기까지 그녀들의 수다를 들어본다.
폐백 음식 전문가의 재능기부로 첫 모임 시작
매주 화요일 10시, 마리아의 딸 수녀회 지하 식당에 젊은 엄마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대추며 밤, 호두, 편강 등 폐백 만들기에 필요한 재료를 식탁 위에 잔뜩 올려놓고 앞치마를 두르자마자 음식 만들기가 시작된다.
오늘은 폐백에 빠질 수 없는 구절판을 마무리하는 시간. 살짝 데친 호두의 껍데기를 모두 제거한 후 설탕물에 조린 후 기름에 튀겨 낸 호두강정과 밤을 쪄서 파낸 후 꿀과 계피가루를 넣고 밤 모양을 만들어 밑 부분에 계피가루를 찍어내는 율란, 잣으로 강정을 만들고 대추로 모양을 낸 백자편, 생강을 편 썰어 설탕에 말린 편강, 곶감호두말이 등 각자 맡은 일을 척척 맞추어 해 낸다.
폐백은 시댁에 첫인사를 하는 의미와 함께 양쪽 집안의 가풍을 알고 후손의 번영과 행복한 결혼 축복을 기원하는 절차인 만큼 정성이 가장 중요하다. 조물락 나눔 공방 회원들은 마치 딸을 시집보내는 친정엄마의 마음처럼 모든 음식에 정성을 다한다.
조물락 나눔 공방 회원들이 폐백 음식을 만들게 된 것은 작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방 회원들에게 장소를 제공한 수녀원이 구청의 지원금 없이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을 무렵, 한 사람이 아이들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며 수녀원의 문을 두드렸다. 그가 바로 폐백 음식 만들기의 재능기부 강사 조옥순 씨다. 목2동에 이사 온 지 1년도 안 되어 스스로 수녀원을 찾아 아이들에게 풍물을 가르칠 수 있다며 수녀원과 인연을 맺었다.
풍물로 아이들을 지도하던 조 강사는 폐백 이바지 음식을 만들었던 재능을 나누어 줄 테니 엄마들을 모아 달라 수녀원에 요청했다. 때마침 공방을 드나들던 젊은 주부들 중 자녀를 돌보면서 남는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찾던 이들을 중심으로 첫모임이 시작됐다. 폐백 음식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강좌가 아니라 몇 개월 동안 인원 구성이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조금씩 입소문이 나면서 현재 8명의 회원이 채워졌고 작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주 1회 수업을 진행했다.
80만원 상당의 페백상보다 뒤지지 않아
젊은 엄마들은 음식 준비를 위한 재료비도 많이 들고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회원 중 신재은씨가 대표를 맡아 우리 마을 프로젝트에 공모하게 됐고 2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연습을 위한 재료비를 충당하게 됐다. 회원들은 3달에 10만 원 정도의 재료비만 내면 폐백음식을 배울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지속된 ‘조물락 나눔 공방’은 지인들을 통해 조금씩 페백상 주문이 들어오면서 부업의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했다. 2~3번의 폐백상을 차리면서 자신감도 붙었다. 마리아의 딸 수녀회의 로사 수녀는 “지난 번 조선호텔 예식에서 폐백상을 차렸다. 큰 결혼식이었고 괜찮을까 걱정도 많았지만 80만원 상당의 다른 페백상보다 비주얼 면에서도 뒤쳐지지 않았다. 그 이후로 회원들의 자신감이 올랐다”고 전한다.
폐백 음식의 재능기부자 조옥순 강사는 “여기 모임은 하나를 가르치면 정성을 다해 배운다. 그런 모임이었기에 재능기부로 시간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았다. 열심히 있고 재능 있는 팀이다”며 회원들을 칭찬한다. 한선아 회원은 “친정엄마와 같은 마음으로 음식을 만든다. 내 자식 시집보내듯 그리해야 한다”며 폐백상에 정성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목2동에서 마곡동으로 이사를 가도 계속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김란이 회원은 하나 하나 작품이 완성되어 가는 걸 보면 보람을 느낀단다. 현은정 회원은 “폐백음식을 배우고 싶어 기다리고 있던 차 모집 광고를 보고 신청하게 됐다”며 “작품으로 완성될까 싶지만 어느새 상차림이 되는 것이 신기할 정도”란다. 김미진 회원은 “공방에서 음식을 배우며 자기계발의 계기가 되고 자녀들을 양육하며 정보를 나누고 삶의 고민들을 자연스럽게 함께 나누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고 전한다.
현재 조물락 나눔공방 회원들은 아이들 키우면서 부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이제는 폐백상을 중심으로 하되 이바지나 돌 등 잔치음식으로까지 확대할 지 결정을 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고 계속 부업으로 이어진다면 주민제안 기초사업으로 진행해볼까도 계획 중이다.
미니 인터뷰
조옥순 강사
“요청만 하면 양천구에서 여러 사정으로 혼례를 올리지 못한 부부를 위해 열리는 합동결혼식에 폐백 음식 상차림 해 줄 수 있어요. 또한 폐백음식을 배우고 싶은 엄마들을 위해 양천구에서 2차 교육 장소를 마련해 준다면 기꺼이 봉사할 계획입니다.”
염희영 회원
“사찰음식, 약선요리, 생활요리, 떡 등 다양한 요리를 배웠어요. 폐백음식도 배우고 싶었던 차 공방에 자리가 있다고 해서 얼른 신청했네요. 쉽게 배울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 더 보람되고 특히 재능기부로 열정을 다해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신재은 회원
“수업을 듣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예전엔 몰랐던 마을사람들도 더 많이 알게 되고 그 중에는 떡을 잘 하거나 다른 분야를 잘 하는 사람도 있어 서로 연계해 또 다른 수업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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