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해행위란 자신의 재산을 빼돌려 채권자에게 채무를 변제하지 않으려는 행위이다. 잇따른 사업 실패로 빚 독촉에 시달리던 채무자는 아버지가 사망한 뒤 아버지 소유의 집을 어머니와 함께 상속받았다. 그런데 채무자는 노모가 홀로 사는 집을 따로 처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자신의 지분을 포기하고 어머니에게 집을 주려고 했지만 상속포기 기간도 놓쳐버렸다. 그대로 두면 빚 때문에 집이 경매 처분될 것이 확실했다. 채무자는 고민 끝에 부동산을 어머니가 단독 상속할 수 있도록 자신의 지분을 포기하는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했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채권자는 채권자의 사해행위취소권을 행사하였는데 채무자는 상속포기가 사해행위가 되지 않는 것과 같이 취소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항변하였다.
돈을 받지 못하여 채무자의 재산을 강제집행하려고 하는 찰라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을 타에 처분해 버리는 경우 채권자는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상황이 되고 만다. 이러한 사해행위는 채권자가 취소소송을 하여 원상회복시킬 수 있다.
위 사례의 경우와 유사한 경우가 상속포기이다. 상속포기는 부모 사망 후 3개월 이내에 일방적으로 상속자라는 신분을 포기하는 신고를 법원에 하는 것이다. 이는 일신전속권이어서 채권자가 대신 간섭하여 취소할 수 없다. 상속포기를 하게 되면 채권자는 눈뜨고 당하게 된다. 아무런 대책이 없다.
그런데, 법원에 상속포기서를 기한 내에 제출한 경우와 달리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하여 자신의 지분을 포기하는 경우에는 사해행위가 된다.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상속포기와 유사한 결과이지만 상속포기와 엄격히 구별되는 것이고, 민법이 상속포기에 관해 엄격한 기한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일단 상속받은 재산을 다시 협의분할의 방법으로 다른 상속인에게 지분을 넘겨주는 것이기 때문에 상속포기와 동일한 결과가 발생했더라도 그 행위는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가 될 수 있다.
얄미운 채무자의 상속재산에 대한 지분 포기는 법원에 상속포기를 하였는지, 아니면 상속포기 기간이 지난 후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통하여 포기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채권자의 강제집행 여부가 달라지게 된다.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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