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Talk 시어머니와 며느리

명절 앞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속마음

지역내일 2014-09-12

추석 명절을 앞두고 가장 바쁜 사람들은 아무래도 시어머니와 며느리들이죠. 몸도 몸이지만 마음이 먼저 바쁜 것 같습니다.
며느리 떠받들고 산다는 요즘 시어머니와, ‘시’자가 들어가서 시금치도 안 먹는다는 요즘 며느리들. 명절을 앞두고 이들의 마음속은 어떤 생각으로 분주할까요.
명절을 앞둔 일산고양파주 지역 시어머니와 며느리들의 속내를 들었습니다. 인터뷰 내용은 화자가 말하는 형식으로 작성했습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일부 내용은 재구성했습니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A시어머니 김 모(67·동패동)씨
요즘 며느리는 상전이라 모시고 살아야지


아들은 38살이고 결혼한 지는 3년 됐어. 딸은 35살인데 시댁에 참 잘하면서도 이상하게 ‘시’자만 나오면 어려워 해. 시댁에만 가려고 하면 뭉그적대. 나도 시어머니지만 며느리를 딸 같이 생각하라고 하는데 잘 안 돼. 내 딸은 마음 편히 혼내지만 며느리한테는 함부로 말하기 어렵거든. 시어머니라고 해서 대접 받으려고 하는 건 옛날 얘기야. 나이가 들수록 베풀어야 돼. 늙을수록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라는 말도 있잖아? 우리 손자도 돈 주고 먹을 거 많이 사줘야 좋아해. 그래서 시어머니도 늘그막에 가지고 쓸 돈은 갖고 있어야 돼.
요즘 며느리 나쁘다 해도 나쁜 거 아니야. 어른들이 행동 잘 못하기 때문에 무시당하는 거지. 할 도리 다 하면 왜 무시당해요?
추석 때는 별거 없어. 산소 갔다 오면 끝이야. 며느리랑 아들 친정 보내고 나면 딸이랑 사위가 오지. 사위도 아들 같다면 거짓말이야. 나는 항상 어려워. 며느리는 며느리고 사위는 사위야.
며느리랑 잘 지내는 비결이 있냐고? 요즘 며느리들은 다 상전이잖아. 며느리 흉도 보려면 많지. 듣는 데서는 안 해도 친구들 있는 데서는 나도 모르게 나와. 그래도 어떡해. 상전 모시듯 살아야지. 나중에 늙으면 다 나한테 돌아와요.




>>> B시어머니 양 모(70·탄현동)씨
며느리보다 시어머니들이 눈치 봐


아들은 마흔 넘어서 작년에 장가갔어. 며느리도 마흔 넘었는데 주변에서는 애기 못 낳지 않냐고 걱정들 해. 못 낳으면 그만이지. 할 수 없지 뭐. 우리 며느리는 친정 엄마가 없어서 나한테 엄마라고 불러. 딸이나 똑같아.
집에는 주말에 한 번씩 오는데 내가 음식 다 해놓으면 먹고 가. 편한 시어머니지 뭐. 며느리가 나이도 있고 일을 해서 그런지 반찬 해주면 고맙다고 잘 가져가. 그래도 속 깊고 착해. 한번은 아들이 나를 태우고 자기 집으로 데려 가는 거야. 며느리가 음식 대접을 한 번 하고 싶은데 요리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준비 했다면서 월남쌈을 차려 놓은 거야. 기특하지.
명절이 와도 나는 별로 신경 안 써요. 제사는 지내는데 다른 건 내가 해도 부침개는 며느리가 다 하겠대. 할 줄 몰라도 해 보겠다고 하고 설거지는 기어코 자기가 해. 그러니 이뻐.
어찌 보면 요즘은 시어머니들이 며느리보다 힘들지. 눈치 보잖아. 그래서 각자 편하게 사는 게 좋아. 주말이라도 우리는 일찍 일어나는 게 좋잖아. 아들은 쉬려고 늦잠을 자고. 같이 살면 불편해져. 



>>> C시어머니 박 모(57·장항동)씨
손자들 데리고 사는 거 힘들지 않아


아들 며느리가 맞벌이를 해서 손자 둘은 내가 돌봐. 애들은 며느리 쉬는 날에만 집에 가고 다른 날에는 내가 데리고 자. 아침에는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내가 아들만 키웠거든. 사돈이 우리 며느리한테 “딸처럼 잘 해드리라”고 자주 말하신대.
우리 며느리는 좀 특이한 며느리야. 시부모라고 해도 아무 거리낌 없어. 자기 옷은 비싼 거 못 사면서 내 옷은 사이즈 알아 놨다가 백화점에서 사다 줘. 아이들 봐준다고 용돈도 조금씩 주고. 친정엄마보다 잘 챙겨주고 화장품도 갖다 주고 그럴 때 이쁘지.
추석 명절에도 제사가 없고 아무데도 안 가. 모여서 음식 먹는 건 다 내가 준비하지.
사람은 흠을 잡으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어. 자식이라고 생각해야지 뭘 잘 하니 못 하니 말해. 딱 하나 아쉬운 건 며느리가 쉬는 날이 남들하고 좀 달라. 그럴 때 미리 미리 알려주면 나도 할 일을 할 수 있으니까 좋지.
서먹할 때도 있었어. 애기들이 어릴 때는 자주 우는데 아버지는 그런 걸 잘 이해 못해서 소리를 지르고 내가 속상해서 좀 울었거든. 그때 며느리가 출근하면서 모습을 보고 나가자마자 문자를 보낸 거야. 죄송하다면서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사랑한다고. 문자를 보고 감동했어.
며느리랑 잘 지내려면 한 사람이 잘해갖고 안 될 거 같아. 우리도 시어머니랑 살아봤잖아. 어지간하면 좋게 이해하고 살아야지. 


D며느리 이 모(39·풍동)씨
시어머니보다 결혼 안 한 시누이가 더 어려워


신혼 초에는 사촌 큰댁에서 명절을 보냈는데 지금은 따로 지내니까 편하게 지내요. 시어머님은 사랑이 많은 분이고 시아버님은 남에 대한 배려가 깊은 분이에요. 아들 집이라고 함부로 오지 않고 아이들 키우느라 고생한다고 마음 써주시죠. 주말에 한 번씩 만나면 우리 집으로 바로 오지 않고 식당에서 만나서 밥 먹고 헤어져요.
신혼 초에는 일주일에 이틀은 시댁에 가서 잤어요. 애들이 없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 몰라요.
시부모님하고는 큰 갈등이 없는데 결혼 안 한 손위 시누이 때문에 고민이에요. 어릴 때 자라면서 아들에 비해 차별대우를 받고 자랐다는 피해 의식이 커요. 우리 결혼 전에도 가족이랑 그리 편한 사이는 아니었던 거 같아요. 결혼하면서 며느리인 제가 말벗이 되면서 잠깐이지만 분위기가 화목해지기도 했어요. 문제는 제가 아들을 낳으면서 생겼죠. 부모님이 그러신 것처럼 우리도 아들만 좋아하고 큰딸을 소외시킨다고 생각했나 봐요. 일을 하는 분이라 바쁘기도 하지만 작년부터는 아예 명절에도 안와요. 아이들은 고모 보고 싶다고 왜 안 오냐고 묻고. 명절 분위기가 좋다가도 살짝 가라앉아서 올해도 그게 걱정이죠.


>>> E며느리 김 모(42·식사동)씨
막장드라마 같은 새시어머님 시집살이


남편이 어렸을 때 시아버님이 상처(喪妻)하신 후 새어머님을 맞으셨어요. 시댁 종교는 불교인데 저는 기독교라 제사를 지낸 적이 없었어요. 종교를 바꾸라고 하셨지만 저는 음식은 하되 제사는 지낼 수 없다고 말했죠. 그래서 시어머님은 저를 며느리로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하셨어요.
시아버님은 청력이 안 좋으세요. 저희 애들이 다가가서 뽀뽀하고 사랑한다고 하면 시어머님은 “할아버지는 그런 것 싫어하신다”고 말리셨어요. 명절 마치고 함께 식사를 할 때도 시어머님은 ”할아버지가 너희들 빨리 가라고 하셨다“고 말했어요. 십년 동안 그런 줄 알고 따랐죠.
작년에 보청기를 처음 낀 시아버님이 갑자기 전화를 하셨어요. “아이들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어서 전화했다”면서. 그 후로 다 밝혀졌죠. 제사 때는 기독교 믿는 며느리는 부정 탄다고 일찍 오지 말라고 해서 늦게 갔는데 시아버님한테는 제가 게을러서 그렇다고 말씀하셨더라고요.
작년에는 어머님이 오셔서 낳은 아들한테 재산도 다 물려 주셨어요. 재산에 상관없이 우리 부모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리 구박해도 시댁에 가서 며느리 노릇 할 거예요. 명절에는 돈 주면 돈 준다고, 선물 주면 이상한 거 사온다고 해서 상처 받았는데 이젠 노하우가 생겼어요. 우리가 좋아하는 갈비를 선물로 가져가서 맛있게 먹고 오는 거예요.



>>> F며느리 최 모(36·덕이동)씨
시아버지 시집살이가 더 고달파요


시어머님은 열린 성격이라 딸처럼 대해주시죠. 문제는 보수적인 시아버님이에요. 친정과 시댁이 종교가 다른데, 결혼 하려면 개종하라는 시아버님 말씀에 종교도 바꿨어요. 예식도 일방적으로 시댁에서 결정하고요. 처음부터 삐거덕거리는 건 싫어서 그냥 따랐어요.
큰며느리니까 일 년만 같이 살자고 해서 들어갔는데 3년이 지나도 보내주지 않으셨어요. 하루는 일하고 돌아와 보니 뜬금없이 “애들은 잡곡밥 먹는데 왜 우리는 흰쌀이냐”고 하셔서 깜짝 놀랐죠. 그때서야 아버님이 열쇠를 하나 더 갖고 들어와서 살피는 걸 알았어요.
어머님이라면 이해하겠는데 아버님이 그러셔서 당황했죠. 아이가 울면 저더러 왜 애를 미워하고 꼬집냐고 말하고. 결국 분가를 결정했죠. 시어머님은 흔쾌히 “너희도 젊은데 따로 살아 봐야지” 하셨지만 시아버님은 돈은 한 푼도 주지 못한다고 고집을 부리셨어요.
시아버님은 무슨 일이 생기면 식구들 다 있는 데서는 가만히 있다가 나중에 저한테만 따로 전화를 하세요. 처음에는 당황했는데 지금은 노하우가 생겼죠. “아버님 저는 그럴 권한이 없어요. 당사자한테 직접 말씀하세요”라고 말하는 거예요. 이번 명절에도 뭐라고 말씀하시겠죠. 이상한 말씀 하시면 대답 안 하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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