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로 시작되는 송창식의 노래 말처럼 고창 선운사하면 가장 먼저 동백꽃이 떠오른다. 붉은 피처럼 뚝뚝 떨어진다는 동백꽃은 어쩌면 선운사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봄엔 동백꽃이 여름엔 야생 녹차가 지천에 피어 그윽한 향을 풍긴다는 선운사. 산바람도 잠시 숨을 고르며 쉬어간다는 천 오 백년 고찰 선운사를 다녀왔다.
배경미 리포터 bae@naeil.com
도솔산 그리고 꽃무릇...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시방도 남았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니다
이 시는 고창 질마재 출신 미당 서정주 시인의 선운사 동구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선운사에 가면 입구에 선운산가비가 서 있고, 그 비석에는 이 시가 새겨져 있다. 선운사는 수행과 기도, 수많은 관광객들로 1년 내내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찰로 잘 알려져 있다. 서해안 바닷가가 가까이 있고 선운사가 위치한 도솔산은 생태문화탐방로가 잘 갖추어져 있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 중의 명소다.
선운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매표소를 지나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부도 밭이다. 추사 김정희가 글씨를 쓴 백파스님의 부도비가 사람들의 발길을 끌지만 굳이 그것이 아니더라도 제각각의 모습을 한 크고 작은 부도와 비석들은 조용히 침묵하며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일주문으로 들어서면 편백나무, 동백나무, 보리수나무, 당단풍나무 등 아름드리 고목이 숲을 이루고 있어 눈부터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거기다 꽃무릇 군락지까지 있어 봄에는 동백, 가을에는 꽃무릇을 보러 사람들은 선운사를 찾는다.
선운사는 선운산에 자리한 대한불교 조계종 제24교구 본사이다. 선운사가 번창할 무렵에는 89개의 암자와 189개에 이르는 요사가 산 중 곳곳에 흩어져 있었고 3000여명의 승려가 머물렀다고 한다. 지금은 도솔암, 참당암, 석상암, 동운암 등 4개의 암자와 석탑 그리고 본 절 경내에 천왕문, 만세루, 대웅전, 영산전, 관음전, 팔상전, 명부전, 산신각 등 10여 동의 건물을 지니고 있다. 선운사는 백제의 고승 검단스님이 위덕왕 24년 577년에 창건했다. 선운사에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데 본래 선운사의 자리에 큰 연못이 있어 검단스님은 이곳에 절을 지으려고 그 연못을 메우기 시작했다. 그 즈음에 마을에 눈병이 심하게 돌면서 사람들은 연못에 숯을 한 가마씩 갖다 부으니 병이 씻은 듯이 나아져 신기해했다. 그 후 마을 사람들이 너도나도 숯과 돌을 가져옴으로써 큰 연못은 금방 메워지게 되었고 이 자리에 절을 세우니 그 절이 바로 선운사였다. 당시 이 마을에는 전쟁 유민 등 헐벗고 굶주린 백성들이 많이 살고 있었는데 검단스님이 이들에게 소금 만드는 법, 숯과 한지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 마을사람들은 스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해마다 봄 가을이면 선운사에 소금을 보시하였는데 이를 보은염이라고 부른다. 이 풍습은 15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선운사의 사계와 만세루
선운사에는 멋스러운 전각과 암자들이 많은데 그 가운데 도솔천 계곡을 따라 걷다보면 나오는 도솔암이 있고, 선운사에서 가장 오래된 만세루가 있다. 이곳은 스님들이 경전 공부를 하던 곳인데 나무의 자연스런 형태를 그대로 살려 한층 아름답고 현재 선운사를 찾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차를 마실 수 있는 장소로 제공된다.
선운사는 사시사철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는다. 봄이면 선운사 입구 오른쪽 비탈에서부터 절 뒤쪽까지 약 30m 너비로 군락을 이룬 3000여 그루의 동백나무들은 수령이 500년 가까이 되며 4월 말이면 저마다 꽃을 피운다. 여름에는 야생 녹차가 곳곳에 자생하는데 그 향이 그윽하고 선운사에서는 4월부터 차 잎을 직접 따 녹차를 만든다. 그렇게 만든 녹차는 만세루를 개방해 누구에게나 무료로 나누어준다. 또 가을이면 꽃무릇이 화려한 꽃의 향연을 펼치는데 단풍과 함께 화려함을 자아내기도 한다. 겨울에는 유난히 많이 내린 선운사의 설경이 멋스럽다.
배경미 리포터 bae@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