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6살 딸은 엄마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손님이 오는 바람에 전날 밤 늦게까지 논 연파로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고 있다. 겨우 들쳐 업고 거실에 데려다 놓지만 일어나지 않고 울기만 한다. 엄마는 아침식사 준비를 하고 있기에 이번에는 아빠가 나선다. 아빠는 이런 버릇을 들이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아이가 울건 말건 옷을 입어야 다시 누울 수 있다면서 강하게 밀어붙인다. 아이는 더 울고 보다 못한 엄마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한 마디 하고, 아빠는 엄마가 그렇게 아이를 이기지 못하니까 아이가 마음대로 한다면서 화를 내고, 아이의 울음은 더 커지기만 한다.
저녁에도 같은 일이 반복된다. 이번에는 초등학생 아들이 문제다. 늦게까지 놀고 들어온 아들은 씻지도 않고 자는 척을 한다. 엄마가 씻으라고 계속 말을 해도 아이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제 막 퇴근해서 아이와 사랑스럽게 인사를 하고 잠자리에 들려던 아빠의 계획은 완전히 무너졌다. 기대가 깨진 아빠는 벌러덩 드러누워 있는 아들을 보며 화를 낸다. 누워있는 아이를 일으켜 세우고, 화장실로 떠밀어 넣으려 하지만 아이도 힘으로 버틴다. 아빠는 더 화가 나서 결국은 소리를 지르고 손까지 올라간다. 아들은 짜증나는 얼굴로 겨우겨우 고양이 세수를 하고 나오고, 이러한 상황을 보고 있던 엄마는 아무 말을 하지 않지만, 아빠를 보는 눈빛이 곱지도 않다.
아빠는 아빠로서의 역할도 하고 싶고, 엄마의 일도 덜어주려고 개입을 하게 된다. 그런데, 출퇴근 시간에 아빠는 마음이 너무 급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규칙은 규칙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게 되어있고, 아이들도 그런 것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엄마와 일상의 대부분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아빠는 외부인이다. 집에 들어왔을 때 손을 씻도록 하기 위해서 엄마는 아이에게 수차례 설명을 해야 하고, 이런 과정에서 외부인은 잘 알지 못하는 엄마와 아이의 규칙이 생긴다. 한 번 씩은 핸드폰 게임을 하게 해준다든지 하는 떡고물을 던지기도 하고 순간 말의 강약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아는 것은 엄마의 몫이다. 이러한 엄마의 규칙을 알지 못하는 아빠의 개입은 마치 부장님과의 암묵적인 계약 속에 하고 있는 행동을 이사님이 오셔서 혼내는 것과 비슷하다. 바쁜 와중에 아이들의 문제행동에 개입하고 싶을 때, 아빠가 해야 할 것은 간단하다. 엄마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내가 지금 뭘 하면 좋을까?”
지우심리상담소 성태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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