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시골 김경래의 전원스타일

웰빙과 웰다잉에서 이젠 에코다잉으로…

지역내일 2014-08-25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영국의 극작가이자 비평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인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다. 풍자적인 작품을 많이 쓴 그는 죽는 순간에도 익살스런 한마디를 남겨놓았다. 장미가시에 찔린 상처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시인 릴케의 묘비명은 “장미꽃이여, 오오 순수한 모순이여…”로 시작된다. 시적이고 낭만적이다. 걸레스님으로 유명한 중광은 "에이, 괜히 왔다 간다"다. 살아보니 암 것도 아니었던 걸까? 김수환 추기경은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를 묘지명으로 썼다. 믿음이 있으니 아쉬워할 것 없었을 게다. 일본의 모리야 센얀이란 선승은 “나 죽으면 술통 밑에 묻어줘. 운 좋으면 술통 바닥이 샐지 모르니까”란 장난스런 묘지명을 썼는데 참선을 많이 한 승려가 남긴 말이라 오묘한 화두일 듯 싶다.
나는 죽으면 무슨 말을 남길 수 있을까를 생각할 때가 많다. 좀 더 살아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결국 못 찾고 떠난다”가 적당할 것 같다. 뭔가 찾아 허겁지겁 살았다. 모두 욕심 때문이다. 내 안에 있고 맘 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멀리서 찾으려 했다. 누구나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찾는다. 며칠 전 방한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나와 다른 이를 인정하는 것’이 행복 조건이라 했다. 행복하면 곧 ‘웰빙(well-being)’이다. 웰빙을 하면 ‘웰다잉(well-dying)’도 할 수 있다.
요즘 웰다잉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누구나 죽는다. 죽음에 대한 가치관이나 문화가 예전과는 다르다. 모두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두려운 것도 아니다. 무조건 슬프지도 않다. 밝고 적극적으로 죽음을 설계하고 맞이하려 한다. 스스로의 행복을 찾고 남겨진 지인이 피해보거나 슬퍼하지 않게 하려는 배려다. 이것이 웰다잉이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3천만 명이 넘는 일본에서 최근 ‘종활(終活·슈카쓰)’이란 신조어가 생겼다. 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한 활동이다. 전문 잡지가 생길 정도로 관심이 폭발적이다. 종활은 유언장이나 묘비명 작성, 상속 준비, 장례방식 등 많은 영역을 포함한다. 이중 인기를 끄는 건 ‘엔딩노트’ 작성이라 한다. 가족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나 사후에 대한 생각들을 미리 정리하며 웰다잉을 준비한다.
웰다잉과 더불어 뜨는 것이 ‘에코다잉(eco-dying)’이다. 수목장처럼 숲이나 공원의 나무, 화초 아래 유골을 뿌리는 친환경적 장례다. 웰빙, 웰다잉의 끝에는 에코리빙, 에코다잉이 있다. 자연에서 살다 자연에 잠드는 친환경적 삶을 꿈꾸는 사람들은 이래저래 많고 앞으로 관심은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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