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차 초보 운전자의 드라이브 여행

횡성 찍고 춘천까지 달려~

지역내일 2014-08-11

중학생 아들은 인권토론 캠프와 청소년 해외봉사를 떠났다. 20여 일 간의 여정에 행여 몸에 무리가 갈까 걱정이 앞섰지만 꿈을 탐색하기 위해 꼭 다녀오고 싶다는 아들의 생각을 존중해 어렵사리 허락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떠나는 아들을 배웅하고 돌아서니, 위로하듯 남편이 천진난만하게 환호성을 질렀다. “야, 우리도 방학이다. 이제 횡성으로 출발할까?” 그렇게 주어진 둘만의 오붓한 휴가를 즐기며 강원도 횡성과 춘천으로‘12년차’ 초보 운전자의 드라이브 첫 여정이 시작됐다. 

횡성


양손으로 핸들 꽉! 초보 운전자의 전형적인 자세
서울에서 출발해 2시간 30분 남짓 지나 횡성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시골의 정취를 감상하고 있으려니 남편이 운전을 할 때 주의해야 할 항목을 조목조목 읊어 내려갔다. 
“시골길은 구불구불해서 핸들을 급하게 꺾으면 위험해. 특히 1차선 밖에 안 되는 좁은 도로 옆에는 도랑이 많아서 조금만 차선을 벗어나도 빠질 수 있어. 내 차선만 잘 보면서 달리고 행여 옆 차가 추월하더라도 무섭다고 핸들 꺾지 말고. 정말 괜찮겠어?”
남편의 애정 어린 속사포 잔소리를 꼼꼼히 숙지한 뒤 운전석에 앉았다. 사뭇 긴장된 마음으로 출발하려는 찰라, 기념사진을 찍어주겠다던 남편이 갑자기 깔깔거리며 웃어댔다. 두 손으로 운전대를 꽉 붙잡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초보 운전자의 정석’이라는 것. 
“초보운전이라고 써서 붙일까? 아니면 요즘 유행하는 ‘나도 내가 무서워요’나 ‘먼저가, 난 이미 틀렸어’, ‘3시간 째 직진 중’은 어때? 그냥 ‘답답하시죠? 저는 환장합니다’라고 쓰자.”
남편의 말장난이 싫지만은 않았다. 이것도 다 초보운전의 추억이려니 생각하며 첫 목적지를 물색했다. 횡성의 명소는 치악산과 ''횡성 자연휴양림'', ''주천강 자연휴양림'', ‘청태산 자연휴양림’, ‘숲체원’, 그리고 횡성호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이 바로 숲체원이었지만 1일 70명 이내 예약자만 방문이 가능하다고 해 결국 목적지를 ‘횡성호’로 향했다.  

망향


횡성 호수길 따라 망향의 동산으로
운전을 하다 보니 남편이 말한 1차선 도로 옆 도랑이 눈에 들어왔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이라 나도 모르게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다행히 도로에는 달리는 차가 없어 긴장을 풀고 천천히 운전대를 꺾었지만 앞바퀴가 도랑 끝에 간신히 매달려있었다.
“괜찮아. 도랑에 안 빠졌네. 잘했어. 이 정도면 훌륭해.”
답답할 만도 할 텐데 오히려 남편은 칭찬을 퍼부었다. 칭찬은 초보 운전자를 춤추게 하는 법. 칭찬에 힘입어 남편의 지시대로 부드럽게 운전대를 꺾어 높은 지대에 위치한 횡성호에 도착했다. 찾아간 날이 월요일이라 횡성댐 물박물관은 굳게 잠겨 있었다. 한적한 주변의 풍광을 잠시 둘러본 뒤 횡성 호수길에 위치한 ‘망향의 동산’으로 향했다.
망향의 동산은 2000년 횡성댐 건설로 수몰돼 물에 잠긴 다섯 개 마을을 기리기 위한 곳으로, 수몰민들이 이곳을 떠나면서 고향을 잊지 않기 위해 남긴 삶의 흔적과 역사를 전시해 놓은 곳이다. 수몰 이전 마을의 지형도와 당시 사용하던 오래된 TV, 풍금, 재봉틀 등이 전시돼 있는 망향의 동산 내 ‘화성의 옛터’는 월, 화요일이 휴무다. 아쉬운 마음으로 희망의 나래 기념조형물과 중금리 삼층석탑을 돌아본 뒤 다음 여정지로 향했다.


막국수 

Tip. 횡성 ‘마옥논가운데집 막국수’
횡성은 ‘횡성한우’와 ‘막국수’가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숨은 맛 집으로 입소문이 나있는 ‘마옥논가운데집막국수’는 상호명처럼 논두렁 한 가운데 위치해 있다. 시골집을 개조해 음식점으로 사용하고 있는 만큼 분위기도 정겹다. 양념장이 들어간 비빔 막국수에 얼음 동동 띄워진 육수가 따로 곁들여져 나와 기호에 맞게 물막국수로도 즐길 수 있다. 쫄깃한 메밀부침은 서비스. 막국수 한 그릇에 6,000원, 수육은 1만 2,000원부터 2만 원까지 다양하다. 


주소: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마옥리 24-3
문의: 033-345-6611


성당

풍수원성당 찍고 황소야, 안녕 
막국수로 배를 채운 뒤 강원도에서는 최초, 전국에서는 네 번째로 지어진 ‘풍수원성당(강원도 지방문화제 제69호)’으로 향했다. 구불구불한 길이 계속돼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천천히 운전을 하니 뒤에 따라붙던 차 한 대가 답답한지 추월해 앞서갔다. 
“긴장하지 말고 뒤차들이 알아서 피해가게 해. 대신 미안하다고 손 한 번 흔들어주고”
남편의 말대로 추월해가는 차들에게 손을 들어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운전은 초보, 마음만은 터보인 초보 운전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그것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풍수원성당에는 조용히 사색에 잠겨 오를 수 있는 십자가의 길과 산책로 등이 있었다. 종교가 없어도 경건한 마음으로 둘러볼 수 있고 천주교인이라면 성지순례지로도 손색이 없는 곳이었다. 안전운전을 도와달라고 마음속으로 빈 다음 풍수원성당을 빠져나와 조금 더 달리니 꽤 큰 규모의 소 축사가 눈에 들어와 잠시 차를 세웠다.
“쟤는 애비, 얘는 애미. 저기는 애기. 그 옆에는 얼라……”
낯선 도시인을 경계할 만도 하지만 축사에 계신 할아버지께서는 친절하게 소들의 이름을 알려주셨다. 새끼들을 보니 순간 필리핀으로 해외봉사 활동을 떠난 아들 생각이 절로 났다.
‘아들, 건강 챙겨가며 봉사활동 하고 있는 거지? 엄마는 드디어 드라이브 성공했어.’

춘천
 
횡성에서 춘천으로 진격의 직진  중    
횡성을 빠져나와 춘천으로 향하는 길은 남편이 운전을 했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춘천 시내에서 다시 운전을 해보라는 것이었다. 남편이 운전대를 넘겨준 곳은 춘천시청 인근. 이곳에서 간단히 식사를 한 뒤 공지천에 들러 이디오피아 커피를 맛보기로 했다.
“자, 겁먹지 말고 액셀을 밟아. 그냥 쭉 달리기만 하면 돼. 진격의 직진! 알았지?”
공지천에 도착한 뒤에야 남편의 속 깊은 뜻을 알아차렸다. 춘천시청에서 공지천까지의 길은 초보 운전자에게 최적인 직진 도로였다. 센스 있는 남편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공지천 산책로를 따라 짤막한 데이트를 즐긴 뒤 ‘에티오피아 한국전참전기념관’으로 향했다. 1968년부터 있었던 ‘이디오피아 집’ 커피를 맛보기 전 이곳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이 수순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에티오피아 한국전참전기념관은 한국전쟁 당시 춘천 근교에서 크게 활약한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한 곳이다. 2층에는 에티오피아의 전통 유물과 커피 발상지로써의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드디어 이번 여정의 마지막 종착지인 이디오피아 커피를 맛보기 위해 ‘더클래식 이디오피아’로 향했다. 지하에 위치해 있어 공지천 오리배들을 창문 너머로 관망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윽한 커피 향과 낭만적인 공지천은 잔뜩 긴장했던 초보 운전자에겐 최고의 보상이었다. 이곳에서 남편에게 이번 여정의 소감을 물으니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다가 반전의 말을 내뱉었다.
“당신 운전하는 거 보면 내가 제명에 못 살겠어. 그냥 내가 운전할게. 앞으로도 쭉~!”


피옥희 리포터 piokh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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