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오후 4시 40분, 양천도서관의 꿈마루에서 여럿이 함께 동화를 들을 수 있다. 나른해지는 오후 시간이지만, 아이들은 엄마 품에 안기거나 자유롭게 돌아다니다가 흥미롭게 이야기에 빠져든다. 우리 지역의 어린이책문화 활동가로 양천도서관에서 3년째 동화를 읽어주는 어린이책시민연대 육용희(48, 목동) 공동대표를 만나봤다.
김남진 리포터 knjin1@hanmail.net
이야기는 혼자 읽었을 때 보다 누군가 읽어주었을 때 더 재미를 느껴~
육용희 대표는 아이들에게 책의 재미와 이야기 속의 삶을 함께 나누고 싶어 2011년부터 양천도서관에서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다. 책과 평생 친구가 되려면 어린 시절 책에 대한 좋은 기억과 감동의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가르친 대로 사는 게 아니라 어른이 사는 모습을 보면서 배우게 되죠. ‘착하게 살아라’고 하기 전에 참된 삶을 책으로 나누고 싶었어요. 책이야기 속의 삶을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아이들의 몫이구요”라고 말한다.
육 대표는 우리교육, 작은책, 학교도서관 저널 등의 기고를 통해 구체적 방안을 제시한다. “이야기는 혼자 읽었을 때 보다 누군가 읽어주었을 때 더 재미를 느끼게 되며, 이해하는 정도가 더 높아진다”며 책읽어주기는 어른과 아이가 상하가 아닌 수평적으로 만나야한다고 강조한다. 책을 읽어주는 것이나 듣는 것은 함께 읽는 것이므로 책으로 소통하는 관계가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책이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해주면 책을 즐기게 되죠. 책 속 이야기에 빠져 고민하고 해결하다보면 저절로 삶의 잣대를 갖게 됩니다. 책읽어주기를 통해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공감하는 부분이 커지게 되죠. 책 읽는 사람들을 자주 보면 자발적으로 책을 읽게 되므로 아이들이 책 읽는 환경 속에서 살게 해주는 것이 중요해요.”
책읽기전후의 활동은 아이들의 몫~
육 대표가 책 읽는 시간에는 독서 전후의 활동이 없다. 육 대표는 아이들이 책에 대한 기대감이나 호기심을 갖지 못하거나 책읽기를 즐기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방법으로 책을 잘 읽었는지 확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읽는 독자에 따라 작가가 의도한 것과 비슷한 경험으로 만나거나 전혀 다른 새로움을 발견할 수도 있고 자극을 받지 못하기도 하죠. 개인의 삶이나 성향이 다르므로 책읽기도 개성을 인정해줘야 해요” 책을 읽고 감동받은 부분이 있다면, 스스로 뭔가를 적거나 얘기 나누고 싶을 수도 있다. 어떤 책을 언제, 어떻게 읽을 것인지, 얻는 즐거움이 무엇인지는 읽는 사람의 몫으로 남겨줘야 한다.
육 대표는 어린이책시민연대 모임 회원들과 먼저 책을 읽고 토론한 후 아이들에게 읽어줄 책을 정한다.
“작가가 어린이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어린이와 어떤 삶을 살자고 하는지를 세심히 살펴보죠. 어떻게 살고 있는 어린이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지 봐요. 그리고는 ‘이렇게 살면 참 좋겠다’는 책을 선정해요”라고 밝힌다.
마지막으로 육 대표는 책읽기와 책읽어주기는 우리 삶의 문화를 가꾸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얘기 나누며 소통하는 것이 도서관에서도 가능해진다면 토론으로 일궈낸 유태인들의 지적탐구 문화를 우리도 만들어 갈 수 있겠죠. 도서관이 학습을 위한 장소를 넘어 책과 함께 좋은 세상에 대한 꿈을 꾸고 아이들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TIP ‘어린이책시민연대’는 어린이 책 환경을 가꾸는 일을 하는 시민단체다. 회원들은 ‘평등한 책읽기, 자유로운 책읽기, 꿈꾸는 책읽기’를 목적으로 전국의 학교와 도서관 등에서 어린이 책을 토론하며 책 읽어주기 활동가를 위한 강의도 진행한다. 서울에는 16개 지회에서 25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 중이며 양천지회는 매주 화요일 목마도서관에서 모임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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