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쯤 전의 일이다.
수업 전이었는데 수강생중 여학생이 울고 있었다. 수학 숙제를 못해 왔다며 죄송하다고 했다. 천천히 이야기를 들어보았더니 영어숙제 때문에 수학숙제를 할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영어숙제는 못해 가면 수업이 끝나도 집에 못가고 남아야 하고, 셔틀버스도 탈 수 없어서 집에까지 걸어가야 한다고 했다. 숙제의 양도 어마어마해서 정말 하루 종일 해도 다 못한다고 하소연을 했다. 그 여학생의 모습이 현재의 평촌 수학학원들의 모습이라면 과장일까?
평촌 학원가에만 해도 수학학원이 수백개가 넘는다.
학원들은 일단 학부모님들께 보여지는 것이 있어야 하기에 숙제의 양이 많아야 하고 학원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험기간 중에는 다 할 수도 없는 양의 문제를 숙제로 내주고 채점을 하고 틀린 문제 풀이를 한다. 하지만 결국 그 양이 너무 많기에 다 할 수는 없다. 결국 쫓기듯이 수업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상담을 하다보면 “우리아이는 너무 실수를 많이 해요.” 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나는 그것이 성격적인 부분도 물론 있지만 아이들이 너무 많은 문제를 너무도 빨리 풀어야 하는 환경 속에서 필연적으로 나오는 부정확성이 원인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문제 푸는 시간보다 정확하게 채점하고, 틀린 문제를 고치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나는 그 많은 양의 문제를 다 풀어줄 수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문제는 학생이 푸는 것이다. 나는 푸는 방법을 알려주는 조언자가 될 수 있을 뿐이다. 10문제를 풀어서 9문제를 맞추는 것이 100문제를 풀어서 7-80문제를 맞추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문제를 푸는 속도는 정확성이 담보되면 연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향상되는 것이지 많은 문제를 푼다고 해서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영어의 단어암기처럼 수학을 단순히 양으로 접근하려는 학원이 적지 않다. 그렇게 수학을 배운 학생들은 문제를 풀라고 하면 문제도 읽기 전에 연필을 들고 써 내려간다. 그러다 막히면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외웠던 공식을 다시 생각해 내려고 애쓴다. 그러다 생각이 안 나면 그냥 포기한다. 너무나도 많은 숙제 때문에 아이들은 문제를 풀어내는 기계처럼 단순 계산에 길들여지고 더더욱 생각해서 문제를 풀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공부하면 언제나 수학은 힘들고 어렵다. 악순환의 반복일 뿐이다. 가끔은 학생들이 숙제에서 자유롭게 공부하도록 놓아주는 게 더 좋은 공부가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수학은 생각의 힘을 기르는 과목이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자주 잊고 산다.
연재를 마친다. 이 글이 경시수학과 기계적 선행, 그리고 과도한 숙제가 학생들의 수학에 미치는 악영향을 한번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김석원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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