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더위에 입맛을 상실하니 덩달아 기력까지 쇠하고 만다. 그러나 지인과 방문한 속초명가에서 예상치 못한 환상의 맛궁합을 만났다. 이름하여 코다리맛조림한상. 막국수로 입맛을 살리고 코다리로 기력을 돋운 후, 눈을 호강시키는 돼지 수육과 곁들이 음식 그리고 김치와 조화를 이룬 메밀전까지 먹어주니 내가 언제 입맛을 잃었는지도 잊어버릴 지경이다.
1만 원대에 즐기는 풍성한 코다리맛조림한상
5000원이면 든든하게 점심을 해결하던 때도 있었지만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 덕에 만원을 가지고도 성에 차는 음식을 만나기 어려운 것이 요즈음의 현실이다. 그러나 속초명가에 가면 1인당 1만 원대의 가격으로 거한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이 집의 인기메뉴인 코다리조림과 봉평메밀막국수는 기본이고, 여기에 돼지수육, 샐러드, 메밀전 3가지 음식이 추가된다.
신선한 양상추와 새싹 등 다양한 야채가 들어간 샐러드는 아삭한 식감으로 눈과 귀까지 시원하게 만들고, 메밀가루에 김치와 부추를 넣어 만든 메밀전은 특유의 쫀득함과 간간한 맛에 젓가락질이 멈추질 않는다. 돼지 수육은 초밥, 도토리묵과 청포묵, 복어식혜무침과 세트를 이뤄 뛰어난 비주얼을 자랑하니 일식요리가 아닌지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부드러운 돼지 수육 위에 새콤달콤한 복어식혜무침을 올려 한 입에 넣으니 어느덧 입안에 생기가 돈다. 코다리조림은 이미 몇 번씩 맛보아온 터지만, 변함없이 코를 자극하는 매콤한 향기에 입에서도 덩달아 반응이 온다. 밥과 명태, 콩나물을 김에 싸서 먹는 오리지널 방식 대신, 바로 코다리를 한 점 떼어 입에 넣는다. 양념이 잘 베인 코다리 덕에 역시나 기분이 좋다. 막국수는 다른 집과 달리 냉면처럼 면발이 가늘지만, 부드러우면서도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 끈기가 있다. 동치미국물에 간장으로 맛을 낸 강원도식 육수는 시원하면서도 감칠맛이 난다.
속초명가 전성준 실장은 "코다리맛조림과 함께 다양한 요리를 맛보고 싶다는 손님들의 요청이 많아, 전체 구성에 대해 고민하다 최근에야 새로운 메뉴를 내놓게 되었다" 며 "속초명가의 전체음식을 골고루 맛볼 수 있는 코다리맛조림한상을 기본으로, 좀 더 즐기고 싶은 단품을 추가하거나 술을 곁들이는 분들이 많다"고 귀띔해줬다. 맛 구성도 최고지만, 이 모든 것을 알뜰한 가격대에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포인트다. 2인 2만2000원 3인 3만3000원 4인 4만4000원(1인기준 1만1000원)이면 코다리맛조림한상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다.
강원도에서 공수한 최고의 재료가 관악산 손맛과 만나
최고의 요리가 나오기 위해선 가장 좋은 재료를 구하는 것은 기본이고 제대로 요리할 수 있는 주인을 만나야 한다. 강원도를 대표하는 메뉴답게 코다리는 속초에서, 메밀은 봉평에서 각각 올라온다. 기후 여건 상 최적이라 손꼽히는 덕장에서 가져온 코다리는 관악산 아래서 좀 더 건조시킨다. 그야말로 해풍과 산풍을 모두 맛본 코다리로 조리하니 그 맛이 더 깊어질 수밖에. 봉평에서 가져온 메밀은 매일 매일 100인분을 기준으로 반죽한다. 그날 판매되지 않은 것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폐기하며, 그날의 양이 모두 판매되면 손님의 양해를 구하고 더 이상 주문을 받지 않는다. 속초명가를 방문한 날. 메밀막국수를 맛보았다면 그날만 맛볼 수 있는 100인 안에 들어간 행운의 주인공이기도 한 셈이다. 특히 여름철에는 직접 재배한 유기농 재료들이 요리의 맛을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 시킨다.
정성 가득한 식사로 배를 든든하게 만들고 나오니, 계산대 앞에 적혀 있는 ''행복을 부르는 음식'' 이라는 문구가 유난히 마음에 와 닿는다. 재료 준비부터, 메뉴구성까지 모든 것을 손님에게 맞추어주니, 이곳에서 식사한 후 행복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경기 안양시 동안구 비산3동 40-1
속초명가 031-388-8133
김경미 리포터 fun_seek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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