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게 봄기운이 느껴진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오면 기분이 상쾌해 져야 마땅할 텐데 오히려 몸은 나른해지고 입맛은 없어진다. 모임 많은 3월, 나른한 몸과 기분에 활기를 줄 음식을 찾아나선 리포터, 뜻밖의 식재료 ‘명태’에서 답을 얻었다.
밥도둑으로 변신한 명태간장조림
비산동 종합운동장 지나 군부대 방향 비산골음식문화특화거리로 들어서니 이미 안양사람들에게 알려진 맛집들이 즐비하다. 그 중 군부대입구에서 ‘속초명가’라는 새로운 간판을 만났다.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은 맛집인 듯 깔끔한 외관이 눈길을 끈다. 음식의 재료가 ‘속초에서 왔구나’ 정도만 짐작할 뿐, 맛에 대한 확신이 없어 머뭇하는데 이미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일행들이 맛있다며 확신을 준다.
‘오호라, 이집의 주재료는 명태구나.’ 벽면에 소개된 메뉴를 보니 속초명태간장조림부터 속초명태콩나물찜, 속초명태매운탕·지리 등 요리명에 명태가 빠지지 않는다. 직원에게 봄이라 그런지 입맛이 없다 하소연하니 선뜻 속초명태간장조림을 먹어보라고 추천한다. 집에서도 종종 해 먹는 명태조림을 굳이 이곳에서 먹어야 하나 의구심이 생겼지만 집에서 먹는 맛과는 다를 것이라는 직원의 말에 속초명태간장조림을 먹어보기로 결정했다. 기다리는 동안 집에서 하는 것과 다른 맛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졌다.
상차림이 시작됐다. 콩나물무침과 열무김치, 물미역, 오이·무 절임이 나오고 윤기가 남다른 돌김이 함께 나왔다. 이어 양푼가득 콩나물국이 나오고 잠시 후 커다란 접시에 주문한 속초명태간장조림이 나왔다. 양은 푸짐하고 빛깔은 붉은 색, 무엇보다 윤기가 흘러 맛있어 보인다. 요리를 맡고 있는 실장이 직접 가위로 살을 발라 주며 먹는 법을 알려주고 맛있게 드시라는 인사를 전한다. 친절한 집이구나.
실장이 알려준 대로 돌김 위에 고슬고슬 지어진 밥을 얹고 명태살을 올렸다. 콩나물국에서 건져낸 콩나물도 한 젓가락 올린 후 돌돌 김을 말아 명태조림 국물에 찍어 먹어보니 좀 전 입구에서 만난 일행들의 표정이 밝았던 까닭을 알겠다. 이번에는 김에 말지 않고 그냥 명태살을 먹어 보았다. 쫀득쫀득한 식감, 매콤하면서도 달달하다. 집에서 요리하는 명태조림과는 확실히 다르다. 집에서도 요리해 보고 싶은 마음에 비법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속초명가 전성준 실장은 “그냥 명태가 아니라 황태가 되기 직전의 명태를 속초에서 가져와 관악산 아래 이곳에서 5일간 선풍기로 꼬들꼬들하게 말린다”며 “40~50cm 정도 하는 명태만을 골라 가장 좋은 맛이 나는 상태로 말린 후 갖은 양념과 청량고추를 넣어 조린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무와 양파가 들어간 조림이나 콩나물이 들어간 찜의 형태가 아니다. 야채 없이 조려 조림 맛이 더 진하고 명태알과 고니가 듬뿍 들어가 있어 그들을 먹는 재미도 좋다. 알과 고니 역시 적당하게 말려져 꼬들꼬들한 식감이 일품이다. 매콤한 맛도 적당하다. 자극적인 매운맛이 아닌 은은하게 매운 맛이 베어나 어르신이나 아이들도 그 맛을 즐길 수 있게 했다.
봉평메밀막국수와 함께 먹는 명태간장조림도 일품
또한 이집에서는 봉평에서 공수한 메밀로 직접 면을 뽑아 만든 봉평메밀막국수를 판매하고 있어 별미로 인기를 얻고 있다. 단품으로 먹어도 좋지만 명태간장조림과 함께 먹어 볼 것을 추천한다. 매콤 달달한 명태조림이 봉평메밀막국수와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곧 이 맛을 또 보러 오겠구나 싶다. 속초명태간장조림은 포장도 가능해 저녁 반찬이 걱정되는 날 포장해 가면 온가족 밥도둑으로 손색이 없겠다.
무엇보다 명태는 맛이 달고 담백하며 해독작용이 있다. 간 기능을 활발하게 하고 눈을 밝게 하며 이뇨작용이 있어 몸속의 축적된 농약이나 중금속을 배출하는데 효과적이다. 식욕이 없거나 피로하고 소화기능이 약한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고 하니 이번 주말, 맛좋고 푸짐한 속초명가에서 명태간장조림, 그 맛으로 식욕 한 번 당겨보자.
속초명가 031-388-8133
백인숙 리포터 bisbis6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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